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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94

직장생활이 힘들 때 '디오게네스'에게로 햇빛이나 가리지 마시오 매우 유명한 이야기인데, 삶에 지친 나머지 잊어버리고 만 일화 하나를 먼저 하고 글을 이어갈까 한다. 최근 재밌게 읽고 있는 러셀의 '서양철학사'에 나온 한 대목이다. 읽어보면 '아, 그 이야기!'라며 분명 들었던 기억이 날 것이다. 직장 생활이 힘들 때 이 이야기가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오게네스는 개처럼 살기를 결심했기 때문에 '개'를 의미하는 '견유犬儒 cynic'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종교든 예절이든 옷차림이든 집이든 음식이든 체면이든 인습이라면 전부 거부했다. 그가 통 속에서 살았다는 말이 전해지지만 길버트 머리에 따르면 와전된 것이 확실하다. (중략) 그는 인도의 고행자처럼 구걸하며 살았지만 전 인류뿐만 아니라 동물도 형제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2020. 3. 9.
존 로크와 월요병 극복하는 방법 월요병이 없는 직장인이 있을까.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흔히 '경제적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찌 보며 이 월요병에서의 탈출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곧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원한다는 말이 모두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노동을 하고 있는 한 월요병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말과도 같다. 월요병이 참으로 힘든 이유는 내 마음에 노동의 시작을 알리기 때문이다. 결국 월요병은 이름과 달리 일요일부터 시작하게 된다. 심적 압박으로 일요일부터 다가오다. 직장인이라면 잘 알겠지만 이 심적 압박은 일에서부터 오는 부담도 있겠지만 대부분 '누군가' 때문에 발생한다. 나와 맞지 않은 사람과 일을 해야 한다는 그 압박 말이다. 보기만 해도, 말만 섞어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누군가와 한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2020. 3. 9.
우울증 치료 방법 '그리스인 조르바'와 함께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울하다는 게 뭘까. 보통 사람들이 '우울하다, 우울하다'라고 표현하는데 과연 우울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떤 감정인 걸까. 우리는 어떤 상태일 때 '우울하다'라고 표현하긴 하는데, 정작 '그 상태'를 정확히 표현하기 쉽지 않다는 난점을 발견한다. '혹시, 우울하다는 감정 자체가 없는 건 아닐까'라고 되묻게 된다. 이 물음에서 많은 논쟁이 붙을 것이다. 다만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은 한번 의심하고 넘어가도 손해 볼 것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실체없는 것에 내가 휩쓸리고 있다면 그것마큼 손해도 없으니까. 한 번쯤 의심해보고 그 후 실체를 발견한다 해도 본전이다. 그러나 실체도 없이 휩쓸리다면 손해일 뿐이니 의심도 해볼 만하지 않은가.. 2020. 3. 6.
트라우마 극복하는 방법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학적 해석은 다양하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타인에 의한 폭력이 평생에 나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고통의 깊이는 날로 깊어지고 그것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폭력적인 과거. 그럼에도 피해자인 나를 떠나지 않고 괴롭히고 또 괴롭히는 이 지경. 이 지경에 처한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요점이다. 트라우마는 정말 무섭다. 과거를 언제 내가 원해서 만난 적이 있던가.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나를 둘러싼 환경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그저 내게 주어진 매우 불행한 시간의 소산물이다. 그것이 나를 힘들게 만든다. 내 의지.. 2020. 3. 1.
십자군 전쟁과 유대인 대학살 12세기에 발생한 십자군 전쟁을 말할 때 많은 역사학자들은 '실패한 전쟁' '명예롭지 못한 전쟁'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 면만 보고 다른 면은 보지 못한 정의다. 나는 십자군 전쟁에 대해 알면 알아볼수록 끔찍한 유대인의 학살을 찾을 수 있다. 그 전쟁은 실패한 전쟁이 아니었다. 분명 성공한 전쟁이었다. 다시 말해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역사 속에, 만천하에 드러낸 전쟁이던 것이다. 살인의 정당성을 유럽인들이 획득한 전쟁이었다는 말이다. 몰상식한 인간들이 목소리를 내고 그들이 통치하는 세상이 허용되는 역사를 십자군 전쟁이 만들어낸 것이다. 다시 말해 악의 승리를 보여준 전쟁이었다. 그 십자군 전쟁은 먼 미래, 2차 세계대전에서 결국 유대인 600여만 명 대학살을 만들어낸 전초전이었다. 즉 '유대인 대.. 2020. 2. 14.
기자는 어떻게 기레기가 되는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부제도 있다는 것이다. 헤드라인의 폭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그저 조금밖에 알지 못한다. 신문들이 정말 금수 같은 그들의 '무지함'으로 무엇을 야기할 수 있는지 한 번쯤 연구해 보는 것은 범죄학의 과제일 것이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중 '10년 후 하인리히 뵐의 후기'에 나온 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시대는 헤드라인의 폭력에 대해 강조할 만한 시대였다. 지금은 더 복잡하다. 그 폭력이 이제는 헤드라인을 넘어서, 신문지를 넘어서, 기사의 본문을 넘어서, 어디까지 뻗쳐나가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 우리는 위대한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포털의 알.. 2019. 12. 26.
도올 김용옥의 '마가복음 강해' 사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를 읽은지는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한 권의 책을 완독한 후 한참 시간이 지나버리면 책에 대한 대략의 감상평은 가능해도 내용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어렵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에 대한 강렬한 인상 덕이라고 할까, 쉽게 지워지지 않는, 도올이 마가복음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 사유로 이번 포스팅을 남기기로 했다.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다. 도올 선생 스스로도 이 책을 집필하는데 2년이 꼬박 걸렸다고 할 정도다. 그 양이나 깊이에 있어서 상당히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매우 진지하고 집중력 있게, 그러면서도 매우 즐겁게 읽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최근 광화문과 청와대 근처에서 마이크를.. 2019. 12. 17.
김영하 산문집 '여행의 이유' 부모님과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제주에어 비행기 안. 앞 좌석에 써붙인 안데르센의 문구가 잊을만하면 눈에 읽혔다. 모든 죄석 뒤에 적힌 글이 전부다 같았다. 항공사가 작정하고 고객 머리에 입력하려고 한 것 같다. 여행은 당신을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 동화작가로만 알던 안데르센이 이런 글도 썼나 싶었다. 그 날따라 비가 와서 육지로 착륙하려는 비행기는 흔들렸다. 나는 과거 극렬하게 흔들리는 비행기에서 모두 소리지르고 기도하는 승객들의 모습이 너무 웃겨 그 안에서 유일하게 웃어버린 사람이었다. 그 기억이 있었는데 그만 이번엔 약간의 흔들림에도 그놈은 자만심이 흔들리는 걸 경혐했다. 나도 별 수 없구나 생각햏다. 너무 오랜만에 비행기를 탄 것이다. 여행 자체도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돌아와 읽은 김영하 .. 2019. 8. 4.
휴가철 읽을 책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호주머니 속의 축제' 두껍지 않고 고지식하지도 않은, 그러면서 흔한 일상을 말하면서 그 안에 삶의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헤밍웨이의 작은 책이 있는데, 제목하여 '호주머니 속의 축제'다. 이런 책이 좋은 것은 첫째로 작고 얇기 때문에 어딜가든 불편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뿐 아니라 대가들의 대작들과 달리 한 대가의 조촐한 일상 속의 고민과 실수, 후회, 게으름과 도박에도 빠지고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사투, 인간의 모습 그대로를 조금은 유치하고 숭고하게 그려 우리에게 고백하기 때문에 값진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각은 안도하게 된다. 더 나아가 자신감을 얻는데 '대가도 별거 없네'하며 묘한 미소를 얼굴에 머금는다. 나를 꾸짖는 소모전을 잠시 멈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육체와 날들, 시간의 휴가 속에서 되찾게 되는 정신.. 2019. 7. 27.
요세푸스 유대전쟁사 : 예루살렘 함락사 여기에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서술하려 한 남자가 있다. 그의 다짐은 '요세푸스 : 유대전쟁사(예루살렘 함락사)' 마지막 한 구절에 들어있다. "저자의 유일한 의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의 전달에 있었음을 분명하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다. 정확히 말하면 역사란 사실의 해석이다. 다시 말해 역사란 사실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오직 누군가의 시야에 담긴 역사는 해석에 의해 재창조된다. 그래서 역사는 매우 주관적이다. 사실에 근접한다 할지라도 사실에 가려진 진실은 파편화되어 산화된다. 산화의 흔적만이 우리가 역사의 기술을 통해 발견되는 사실의 지문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지문의 발견에도 우리는 결국 역사적 실체를 만날 수 없다. 이미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기 .. 2019. 7. 11.
도올 김용옥 '우린 너무 몰랐다'…제주4·3과 여순 민중항쟁 모든 문제는 여수·순천 지역의 민중이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그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적 체제에 저항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1만5천 명 이상의 학살로써 국가가 대응했다고 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만행이다. 도올 김용옥 '우린 너무 몰랐다' p.302 도올 김용옥 선생의 '우린 너무 몰랐다'를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과거 그가 광주에서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동아시아 30년 전쟁사에 대해 강의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강의에서 그가 한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해방 직후부터 6.25라는 비극적 전쟁 전까지의 역사. 그 역사를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의 무조건 항복 라디오 방송으로 해방된 직후와, 한국전쟁 전까지 5년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 2019. 6. 6.
솔제니친의 '이반데니소비치, 수용소에서의 하루' 슈호프는 소용소에 들어온 이후로 전에 고향 마을에 있을 때 배불리 먹던 일을 자주 회상하고는 한다. 프라이팬에 구운 감자를 몇 개씩이나 먹어치우던 일이며, 야채를 넣어 끓인 죽을 냄비째 먹던 일, 그리고 식량 사정이 좋았던 옛날에는 제법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먹었던 때도 있었고, 게다가 배가 터지도록 우유를 마셔대던 일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렇게 먹어대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를 해본다. 음식은 그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어야 제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이 빵조각을 먹듯이 먹어야 하는 법이다. 입 안에 조금씩 넣고, 혀 끝으로 이리저리 굴리면서, 침이 묻어나도록 한 다음에 씹는다. 그러면, 아직 설익은 빵이라도 얼마나 향기로운지 모른다. p.82 나의 20대에 엄청난 영향을 준 책.. 2019.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