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92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와 유대인 "우리에게 단 한 가지가 빠진다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바로 율법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민족으로서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율법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가 땅에 의존했다면, 오로지 땅에만 의존했다면 다른 문화들이 그랬듯이 이미 사라졋을 것입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중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어떤 책은 흥미를 잃고 그대로 책장 한 구석에서 먼지를 머금고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다 읽었지만 그 흥미를 여전히 유지하며 먼지가 쌓이는 운명에서 탈피해 자주 손을 타게 된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가 그러하다. 이 책은 기자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쯤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그런데 지금와 와서 느끼는 바는.. 2019. 3. 4. 도마복음은 성경의 외경인가 예수께서 가라사대 구하는 자는 찾을 때까지 구함을 그치지 말지어다. 찾았을 때 그는 고통스러우리라. 고통스러울 때 그는 경이로우리라. 그리하면 그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되리라. Jesus said, "He who seeks should not stop seeking until he finds. When he finds, he will be troubled, he will marvel, and he will reign over all." 도마복음 2:1~4 '도올의 도마복음이야기1', '도올의 도마복음한글역주 2'를 읽었다. 이 책들은 신약 27권 외에 모든 책들을 외경이라고 지칭하며 성경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기독교인들에겐 분명 이단적이다. 요한계시록에는 예언의 말씀을 더하거나 제하는 자에 대한 .. 2019. 2. 16. '나의 미카엘'과 예루살렘 "그런데 누군가 네 눈동자가 아름답다고 말해 준 적 있니? 네가 자신감만 좀더 있으면 진짜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을 텐데. 내가 이런 노파가 아니라 네 나이였다면 너한테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 거야." "넌 사랑스러운 아이야" 아모스 오즈 '나의 미카엘' 아모스 오즈의 책 중 내가 가장 먼저 손에 잡았던 책이 '나의 미카엘'이다. 대학 시절이었다. 밤까지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고 때. 도서관 공용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머리를 식히던 중 네이버의 책 소개 글을 보게 됐다. 어찌나 소개를 잘 해놨는지 나는 당장에 가방을 들춰매고 도서관을 나섰다. 그 깊은 밤 나는 신논현역의 교보문고를 갔다. '나의 미카엘'을 집어들었을 때의 그 남모를 기대감과 반가움. 작가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이 작가가 이스라엘 사람이라.. 2019. 1. 25. '도올의 로마서 강해'와 김용옥 '도올의 로마서 강해'를 단숨에 다 읽었다.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신앙적 깊이가 이토록 깊다는 것에 나는 정말 놀라면서 읽었다. 가끔 성경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해서 속으로 '왜 저럴까' 했는데, 그 누구보다 성경을, 특히 로마서를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 그 이해의 넓음에 대해 다시한번 나는 로마서를 수십 번 읽은 한 개인으로서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이 책을 이렇게 단숨에 다 읽어내려가고 나니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원래 도올 선생의 강의를 자주 찾아 들어온 나로서는 도올의 깊은 철학적 사유 앞에 나의 편협한 생각들을 후회하곤 했다. 그런데 성경을 사랑하는 한 개인으로서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인식의 지평 확대는 다른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2019. 1. 23.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의 신책 '초전 설득' '설득의 심리학'을 읽어본 사람은 없어도 그 책의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기 때문이다. 그 책을 쓴 작가는 로버트 치알디니. 이 작가의 신 책이 나왔다. '초전 설득'이다. 초전설득의 영어 제목은 Pre-suasion 이다. 이 책의 제목을 영어로 봤을 때 재밌다고 생각했다. 설득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Persuasion 이다. 그런데 이 영어 단어가 'Pre'라고 하는 '~이전에', '미리'라는 접두사를 저렇게 대놓고 드러낸 단어였다는 것을 보고도 몰랐던 것이다. 'suasion'이라는 단어도 설득, 권고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까 우리가 설득이라고 쓴 영어 단어 Persuasion 은 더 정확히 때지면 '설득을 위한 설득'이며, 설득 이전에 필요한 작업이라고 .. 2019. 1. 15. 연말연시에 추천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정치의 일상이 즐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내가 정치에 뛰어든 것은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중략) 이제는 정치적 자기 검열 없이 정직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정치의 일성이 요구하는 비루함을 참고 견디는 삶에서 벗어나 일상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 야수의 탐욕과 싸우면서 황폐해진 내면을 추스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 아니라 내면이 의미와 기쁨으로 충만한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선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기쁘게 연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먹음 먹는 순간 눈앞을 가리고 있던 두터운 먹구름이 걷혔다. 해방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녹차를 마시는 있다.아주 진하게 우려낸 녹차 향을 맡고 있으면 그 시간 만큼은 .. 2018. 12. 30. 유시민의 역작 '역사의 역사' 유시민 작가의 최신작 '역사의 역사'를 읽고 역시 유시민이구나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치 유시민이 글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말투와 비슷하게 쓰여진 문장들을 보며 신기해 했다. 원래 그 사람의 말투는 글귀에 묻어나오기 마련이니까 당연할 것이다. 그의 논리적 체계도 이 책에 잘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유시민의 말하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훨씬 수월하게 읽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과연 지금까지 역사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역사를 단지 사실의 나열로만 인식했던 틀에 의문을 던지기 때문에 나는 신선함을 느꼈다. 사실의 나열은 있을 수 없고, 특히 불가능하며, 사실을 기록하는 사람 또한 자신의 내적, 외적 경험과 이상에 의한 주관적 판단에 따라 .. 2018. 12. 19. 위트가 넘치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당시 나는 삼류 신문사에서 문화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작가가 되려는 나의 꿈은 그 축축한 편집국 사무실에서 매일 밤 사그라졌다. 새벽녘까지 남아 매번 소설을 새로 쓰기 시작했지만, 스스로의 재능과 게으름에 실망하여 중도에 그만두곤 하였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이 깊고 긴 새벽에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는 'Autumn Leaves'. 기타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말한 니체의 이야기 '욕망을 채울 수 없기에 우리 인생은 불행하다'는 내용이 절절하게 떠오르는 조용한 새벽이다. 최근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너무 재밌게 읽고 있다. '너무'라는 표현이 식상하고 뻔하고 불분명하지만 나는 분명 이 책을 너무 재밌게 읽고 있.. 2018. 12. 11. 김훈 '라면을 끓이며' 가장 존경하는 기자를 묻는다면 나는 '김훈'을 먼저 꼽는다. 기자는 많고 그는 현재 기자도 아니다. 하지만 그를 언급한다. 이상하게도 이 삶의 이름이 뇌리에서 가장 빨리 떠오른다. 이름이 쉬워서 일수도 있다. 그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비난 어조로써 그를 마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도 말한다. 그를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접해본 자들의 평이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은 그를 전혀 겪어보지 못했다. 그 런사람을 알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다. 잡다한 근거없는 평에 의지하지 않고 그의 글을 읽는 것이다. 사람을 알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라면을 끓이며'. "김밥은 끼니를 감다알 수 있는 음식이지만, 끼니를 해결하는 밥 먹기의 엄숙성에서 벗어나 있다. 김밥은 끼니이면서도 끼니가 아.. 2018. 10. 30. 노벨문학상 수상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날이 이토록 빨리 추워질 줄 몰랐다. 그토록 더웠던 날은 다 어디로 가고 이렇게 차가워진 걸까. 주위의 변화는 참으로 기이하다. 그래서일까. 평소 읽기 힘들어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도시'가 그나마 이전 날들보다 잘 읽혔다. 이 소설의 온도는 지극히 차다. 겨울을 배경으로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렸고, 그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겨울을 헤매는 길 위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나는 어찌나 먹먹한 기분을 느꼈나 모른다. "브레데가 차를 세우고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순간, 나는 어떤 막연한 예감을 느꼈다. ...그는 여전히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금도 아직 꿈속에서 내가 다시 보곤 하는 그 이상한 웃음. 나는 베송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드니즈는 앞.. 2018. 10. 27. 한나 아렌트의 생각 '한나 아렌트의 생각'을 읽었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여러 책들을 소개한 책이다. 혹시 누구라도 한나 아렌트의 어려운 책들을 읽기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나는 먼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아렌트의 생각을 정리해놨으니 읽어보고 접근해도 늦지 않다. 한나 아렌트 하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떠오른다. 그 책을 번역한 사람이 위 사진 속 책을 쓴 김선욱 교수다. 김 교수는 아렌트가 쓴 책을 여러권 번역했다. 아렌트와 관련한 책도 여러권 지필했다. 손꼽히는 한나 아렌트 전문가다.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고도 이 책에서 자신을 소개한다. 그래서 김 교수는 '한나 아렌트의 생각'을 쓰면서 표지에 이런 글을 남겼다. "생각을 멈추면 판단능력을 잃게 되어결국 현실에서 일어나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게.. 2018. 9. 26. 유대인 소설가 아모스 오즈의 소설 이번에 읽은 책은 이스라엘 대표 작가 아모스 오즈의 '여자를 안다는 것'이다. 참으로 난해한 소설이다. 그의 대표작 '나의 미카엘'이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를 읽고 아모스 오즈에 관심이 커진 사람이라도 이 소설을 읽고 나선 그 난해함에 더욱 난처해진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 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이런 천재 작가도 이렇게 의아스러운 소설을 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모스 오즈의 다른 책을 먼저 읽지 않았다면, 분명 이 책을 완독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 그런데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제목이 그래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여자를 안다는 것 자체가 난해하고 난처하며 의아스러운 일에 맞닥뜨리는 일이니까. 이 소설엔 주인공 남자와 그의 딸, 그리고 어머니와 장모 네 사.. 2018. 9. 26.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