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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유대인 소설가 아모스 오즈의 소설

by 하 루 살 이 2018.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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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이스라엘 대표 작가 아모스 오즈의 '여자를 안다는 것'이다. 


참으로 난해한 소설이다. 

그의 대표작 '나의 미카엘'이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를 읽고 아모스 오즈에 관심이 커진 사람이라도 이 소설을 읽고 나선 그 난해함에 더욱 난처해진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 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이런 천재 작가도 이렇게 의아스러운 소설을 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모스 오즈의 다른 책을 먼저 읽지 않았다면, 분명 이 책을 완독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 


그런데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제목이 그래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여자를 안다는 것 자체가 난해하고 난처하며 의아스러운 일에 맞닥뜨리는 일이니까.



이 소설엔 주인공 남자와 그의 딸, 그리고 어머니와 장모 네 사람이 나온다. 이들은 죽은 한 여자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 죽은 여자는 주인공에겐 아내이며, 딸에겐 어머니고, 누군가에겐 며느리, 그리고 딸이다. 한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에 따라 그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된다. 그 한 사람을 두고 상처와 고통이 다 다르다. 누가 더 아프고 괴로운지 알 수 없지만 서로 다른 고통이라는 점에선 분명하다. 



작가 아모스 오즈의 삶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는 평생 그의 십대에 자살한 어머니를 두고 방황했다. 그리고 그 여자를 알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했다. 한 번도 게을리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알다가도 모를 곳에서 좌절했을 것이다. 그의 소설도 그러하다. 어느 소설은 지극히 아름답고 슬프다. 어느 소설에선 지극히 낯설고 괴롭다.


소설 '여자를 안다는 것'은 여자를 아는 것처럼 어려운 책이다. 


"네타는 때때로 시집을 빌려 주기도 했는데, 

가 밤에 페이지를 넘기다가 그것을 창가에 놔두어 비를 맞히기도 했다. 

어떤 땐 멈추어 몇 줄을 읽기도 했고, 

가끔은 단 한 줄만 읽기도 하고 또 읽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어느 도시에서의 시간'이라는 책에 있는 샤론의 시들 중에서, 

그는 46페이지에 있는 마지막 다섯 줄을 발견하여, 

비록 시인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전적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것들을 네 번이나 계속하여 읽고 나서 시인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었다."


여기서 네타는 주인공 요엘의 딸이다. 아내가 남겨놓은 유일한 유산이다. 요엘의 사랑과 위로와 집착과 욕망이 하나로 집약된 대상이다. 아내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무언가다. 그런 딸이 좋아하는 시인들.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들이 시인이지 않던가. 그들의 시도 마찬가지고. 읽어도 알 수 없고 읽을수록 모를 글자와 표현들. 시집을 빌려준 딸을 이해하고자 그 시를 네 번이나 읽는 주인공의 삶이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여기서 아모스 오즈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녀는 아모스가 13살 때 자살했다. 그리고 아모스는 2년 뒤인 15살 때 집을 떠난다. 키부츠로 들어간다. 아버지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지만 그는 아버지가 원하는 삶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렇게 공동체 생활로 들어갔다. 


낮에는 거친 땅을 개간했다. 밤에는 소설을 썼다. 그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삶을 그려내고자 했다. 그의 민족이 느낀 좌절과 고통을 그려내고자 했다. 그래서 소설의 장소들도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들. 


유대인들은 그 도시들에서 2차 대전이 끝난 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스라엘이 민족의 마지막 생존존을 위한 땅이 될 것임을 그들은 알았다. 더 이상의 실패는 민족 자멸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살아야만 했고, 죽어선 안 되었다. 그런 역사의 현장에서 아모스는 태어났고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어머니가 자살하는 것마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아이로 컸다. 



생존 아니면 자멸의 역사를 살았던 당시의 유대인, 불행한 가정을 보낸 아모스 오즈. 이들에겐 다른 선택이 없었고 실존만이 유일한 선택지였지만 그렇게 살아봐야 과거의 고통을 지울 수 없는 민족과 인간이 될 뿐이었다. 그것을 그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아모스는 또한 어머니를 어떻게든 알고자 했다. 그것이 과거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렇게만 살 수 없기 때문에. 살아도 불행할 순 없었기 때문에. 그는 유대인을 관찰했고 어머니를 파헤쳤다. 하지만 '여자를 안 다는 것'은 애초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즈는 상심한 남자가 되어야 했다. 그의 민족을 아는 일 앞에서도 그는 좌절했다. 그의 소설들은 그 남자의 일기다. 



나는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서 그 민족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유독 크다. 그래서 그들에 관한 여러 책을 접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소설이다. 아모스의 소설이 이스라엘 대표 소설로 꼽히는만큼 그의 소설에 대해 집중하길 포기하지 않는다. 비록 이번 소설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가운데에서 이 민족을 이해하는 길이 조금이나마 더 잘 보일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끝까지 잡고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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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안 다는 것'. 누군가에게 추천하기 굉장히 힘들다. 하지만 유대인을 알고자 한다면 다른 책보다 더욱 권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 다른 민족의 이 설명할 길 없는 고통의 심연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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