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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도올의 로마서 강해'와 김용옥

by 하 루 살 이 2019.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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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로마서 강해'를 단숨에 다 읽었다.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신앙적 깊이가 이토록 깊다는 것에 나는 정말 놀라면서 읽었다. 가끔 성경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해서 속으로 '왜 저럴까' 했는데, 그 누구보다 성경을, 특히 로마서를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 그 이해의 넓음에 대해 다시한번 나는 로마서를 수십 번 읽은 한 개인으로서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이 책을 이렇게 단숨에 다 읽어내려가고 나니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원래 도올 선생의 강의를 자주 찾아 들어온 나로서는 도올의 깊은 철학적 사유 앞에 나의 편협한 생각들을 후회하곤 했다. 그런데 성경을 사랑하는 한 개인으로서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인식의 지평 확대는 다른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도올 선생도 말씀하셨듯, 우리 한국의 기독교는 뭔가 잘못되어가는 것을 많이 느낀다. 목사의 성추행, 성폭행이 어느 조직보다 보다 화려한 수법을 동원하고 스케일이 무지막지하다는 것 자체가 기독교의 망조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들. 위선들. 그것이 신앙을 이용해 먹는 인간들이 강단에 서서 신도들을 향해 정신 나간 소리를 내지르는 식으로 범해져 왔다고 생각하면 속에서 화가 이는 것을 느낀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신앙에 진지한 설교자들과 신앙인들을 욕먹이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용이 이 '도올의 로마서 강해'에 정말 잘 녹아들어 있어 나는 매우 반가웠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뛰어넘어 이 책은 바울을 평생을 걸쳐 연구하고, 그와 씨름하고, 싸우고, 울고, 화해하는 과정을 거친 한 인간의 책이라는 점에서 분명 가치가 있다. 


이 기독교 인들 중 로마서를 그보다 많이 읽은 인간이 아니라면 함부로 도올 김용옥 선생의 글을 폄하할 수 없는 것이다. 나도 로마서를 수십 번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내 주변에 일요일에 교회 간다고 아침부터 부지런을 떠는 사람들 중에서도 나보다 많이 읽은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나는 자부했다. 그런 내게 일단 양적으로 로마서를 더 가까이 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도올 선생이었다.




도올의 로마서 강해 막판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Do not be conformed to this world"


"너희는 이 세상을 본받지 말라"


도올은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내 일생에서 이 한마디의 영어문장을 수억만 번 뇌까렸던가."


도올 선생은 이 책에서 자기의 간증을 털어놨다. 바울에 대한 위대성과 위험성 모두를 모두 써놨다. 그리고 그가 이 바울의 삶을 제대로 알기 위해 심지어는 바울가 걸었을 다메섹으로 가는 길까지 찾아 헤매었다. 



다소에 가서 바울이 말한 다소성 출신이라는 점의 프라이드에 대해서고 고민했다. 바울이 다메섹 길 한 가운데에서 인간의 모든 것들이 변해버리는 경험을 한 후 갔던 아라비아. 이 정보 때문에 도올도 그 아라비아 거친 사막을 갔다. 바울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런 도올을 성경을 제대로 보지도 않는 겉치레 가득한 기독교인들이 무시한다는 것은 스스로 소경 되었음에도 본인이 보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길을 걷는 매우 불쌍하고 무지한 인간일 뿐임을 드러낸다.  


물론 이 책에는 기독교인이 읽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면 도올이 말한대로 종교 보수적 꼴종주의자로 스스로를 낙인시키는 것이며 더럽게 편협하고 좁아터진 생각을 신앙이라고 착각하며 사는 인간 밖에는 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 기독교인이라면 누구와도 대화를 했던 그 바울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사도행전에는 아덴에 가서 그들과 대화한 바울의 자세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굳이 나서서 편협한 인간들의 대열에 동참할 이유는 없다. 




도올 선생은 로마서 강해를 통해 영어 뿐 아니라 희랍어 원문 또한 상세히 적어놨다. 한 언어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바울의 생각과 신앙을 원문을 통해 보면 훨씬 더 그 해석이 명료해지고 정확해지는 것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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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의 절반은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그리스, 로마, 그 이전의 페르시아와 바벨로니아 기타 등등. 그리고 각 시대마다 겪었던 유대인들이 처한 환경의 변화. 그로 인해 이 성경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그는 구체적 역사의 사건들로 설명한다. 


나는 최근 성경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을 시작했다. 나는 1만개의 포스팅을 하기로 작정했다. 거기에 상당히 도움을 줄 책을 찾았다. 도올의 로마서 강해를 읽고 나니, 별것도 아닌 인간이나, 도올 선생을 뵙고 성경에 대한 깊은 대화를 한번이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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