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을 읽어본 사람은 없어도 그 책의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기 때문이다. 그 책을 쓴 작가는 로버트 치알디니. 이 작가의 신 책이 나왔다. '초전 설득'이다.
초전설득의 영어 제목은 Pre-suasion 이다. 이 책의 제목을 영어로 봤을 때 재밌다고 생각했다. 설득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Persuasion 이다. 그런데 이 영어 단어가 'Pre'라고 하는 '~이전에', '미리'라는 접두사를 저렇게 대놓고 드러낸 단어였다는 것을 보고도 몰랐던 것이다. 'suasion'이라는 단어도 설득, 권고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까 우리가 설득이라고 쓴 영어 단어 Persuasion 은 더 정확히 때지면 '설득을 위한 설득'이며, 설득 이전에 필요한 작업이라고 해석해야 그 단어의 형태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할 수 있다.
'초전 설득'은 그것에 집중한다. 설득 이전의 설득. 바로 그 설득이 없이는 남을 설득 시킬 수 없다. 베스트셀러 작가 답게 로버트 치알디니는 바로 이 점에 집중했다.
"사람은 어떻게 설득 당하는가."
책을 읽으면서 모든 세일즈맨들에게 이 책이 유용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그 회사는 문을 닫게 된다. 아무리 좋은 거래라고 해도 상대방과의 협상을 매끄럽게 이끌어가지 못하면 결국 그 거래는 없던 일이 된다. 한마디로 화술의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면 우리가 원하는 거래든, 판매든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초전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설득은 규정하기 힘든 일종의 '예술'로 여겨져 왔다. p.42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규정을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케팅 관련 강의들이 넘쳐나는 이유도 바로 설득의 어려움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설득하기 위한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몇 가지라는 것이 이유도 없이 나온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체계적이고 근거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매우 과학적이라고 설명한다. 초전 설득이 모든 설득의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그 이면의 것을 들여다보면 결코 우연에 의해 생기지 않는다고 그는 봤다. 그래서 그것이 예술이 될 수 있고, 누구나 학습해서 체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이것이다. 그래서 로버트 치알디니는 책에 "예술적 영감과는 달리 일정한 원칙을 따른다면 설득은 얼마든지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을 과도하거나 달갑지 않은 유형의 영향력에 저항하는 방법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쓴 책이라고 소개했다. 다시 말해 상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그 책에 써있다는 설명이다. 바로 설득에는 사람의 심리가 작용하고 그것을 알아야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고 그는 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그것보다 한 단계 더 깊게 설득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에 써 있는 대로 "'설득의 심리학'과 중요하게 다른 점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뿐만 아니라 '언제' 말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과학적 증거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설득에는 언제나 타이밍 timing 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든 언제 말하느냐가 핵심이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책이 직장인필독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의 애로사항은 바로 상사와 후배를 어떻게 설득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을 잘 하지 못한다면 고통이 되고 이것을 잘 하면 직장 가는 길이 설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적절했던 언론 보도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나아가 '주의'의 대상을 바꿨다. 그리고 이 바뀐 초점은 사람들이 국가적인 사안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p.73
초전 설득은 신기하게도 초반부터 독자를 집중시키는 사례와 글귀가 넘쳐난다. 그래서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위 글귀도 그렇다.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관심을 가진 분야가 과연 나의 자의적 선택에 의한 것인가.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선 나의 자의적 선택과 판단에 따라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세상이다. 포털 사이트가 어떤 이유와 기준에서건 첫 페이지에 깔아주는 주요 뉴스들이 실시간 검색에 오르고 인터넷 언론사들이 그것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동시에 국민은 그 기사를 읽기 시작한다. 이런 패턴이 며칠 계속되면 여론이 움직인다. 여론의 움직임에 정부와 정치권이 반응하지 않을 리 없다. 결국 새로운 정책과 법률이 탄생한다. 세상이 바뀐다. 언론의 힘은 이토록 막강하다. 초전 설득이 통한 대표적인 사례며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언론이 가짜 뉴스로 세상을 바꾸려 들어도 가능한 이유도 여기있다. 언론은 초전 설득을 매우 시의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거짓이라도 진실로 만들 수 있는 이유도 초전설득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언론과 포털은 의식적, 무의식적, 계획적, 무계획적으로 서로 의지하며 무서운 힘의 영향력을 모든 사람에게 끼친다. 마음만 먹으면 그 힘으로 대통령의 인지도를 떨어뜨리고 그 대통령을 없앨 수도 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 선동의 주체는 이들이다. 국민은 갈수록 선동당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영화 같으면서도 무서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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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로버트 치알디니는 책 초반에 이 무서운 힘의 이유 때문에 초전설득이 나쁜 곳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시했다.
매우 재밌는 책이다. 직장인필독서 뿐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설득하는데 버거움과 어려움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자기계발서적이 아니다. 영화 대부에서 나온 명대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의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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