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00년 전. BC와 AD를 가르는 한 인물이 태어났다. 예수 그리스도. 그는 예루살렘 남쪽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 성경은 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
예수는 이후 서기 약 33년에 십자가에서 죽는다. 물론 예수의 탄생이 기원전 4년이라는 말도 있다. 정확한 시기에 대해선 약간의 오차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런 1, 2년의 차이가 아니다. 예수 탄생 400년 전부터 예수 탄생시까지 유대 땅에 일어난 역사의 사건이 무엇이냐가 중요할 것이다. 제국의 힘에 의해 쓰나미처럼 퍼져나갔던 헬레니즘 문명이 유대민족의 의식과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유대교와 헬레니즘'이다. 마르틴 헹엘의 역작이다.
이 책은 예수 오시기 이전에 무슨 일이 팔레스타인 땅에 일어났는지 아주 상세히 전달한다. 이 책을 보면 구약 성경 외에도 당시 굉장히 많은 역사적 사료들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료들을 통해 당시 유대 땅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유대교와 헬레니즘'은 치밀하게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어째서 구약에 밝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 율법사들이 예수를 죽음으로 내몰게 됐는지 그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은 돕는다.
사진 : 이집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프톨레마이오스 왕좌와 셀레코우스 왕조. 셀레코우스 왕조는 이후 안티고노스 왕조를 무너뜨리고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하며 세력을 확장한다.
말라기서가 끝난 뒤 400년 동안 유대 민족에 그들의 정신을 인도할 선지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이 암흑기에 유대인들은 자신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바리새인 집단을 형성하거나 거대한 항쟁을 벌이기까지 했다.
운명의 장난일지 모르나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 이후 거대 제국은 4개의 나라로 분열됐다. 다시 두 개의 왕조의 싸움이 400여년 동안 지속된다. 이집트를 기점으로 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와 레바논과 시리아 등 팔레스타인 북쪽에 거점을 둔 셀레코우스 왕조가 팔레스타인 땅을 기준으로 나뉘어서 서로 세력 다툼을 벌였던 것이다.
중요한 건 두 왕조와의 힘겨루기가 곳이 팔레스타인 땅이었다는 점이다. 그랬기에 어느 곳보다 팔레스타인 땅은 필연적으로 활발한 문명의 충돌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유대인들은 이 문명의 충돌 가운데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사진 설명 : 마카베오 혁명.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가 유대인들에게 율법대로 살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제단에 돼지고기를 바치게 하는 등의 강압 정책을 폈을 때 이에 대항하여 일어난 유다인 혁명.
알렉산더 대왕이 거둔 위대한 제국에 의한 범그리스적 문화의식의 전파 외에도 유대민족은 거대한 제국의 역사사와 함께 세월을 견뎌야만 했다. 앗시리아, 페르시아가 그것이며 이후 그리스, 로마로 이어지는 제국의 시기를 통한 문명의 통일과 연속성이 팔레스타인 땅을 계속 휘감아 나아갔다. 이 점이 중요하다. 그 땅 사람들의 의식에 어떤 식으로든 거대한 외세 문명이 유대 민족의 정신 뿐 아니라 삶 자체에 영향를 주었다는 점이 여러 자료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이 주목한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 귀족 유대인들은 이 거대한 문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재산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자신들의 자녀를 그리스 문화에 익숙하도록 그리스 교육을 가르치는 학교에 보냈으며, 일부 유대인들은 계급의 상승의 기회를 얻기 위해 그리스어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터득했다. 팔레스타인 땅에 거주하는 유대인과 이집트 디아스포라 유대인과의 교류가 일어났으며 이 디아스포라 유대인은 외부의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유대인들이었다. 팔레스타인 땅에서는 다양한 상품들의 거래가 활발히 일어났다. 유대 용병들이 제국의 전투에서 용맹을 떨쳤다는 내용도 나온다. 제국의 화폐는 신약성서에도 나오는 바다. 정치, 경제, 군사, 교육 등 모든 면에서 헬레니즘이 팔레스타인에 활발히 퍼져나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들에 귀족들과 일부 상류층 유대인들의 행동은 굉장히 빨랐지만 하층 유대민족들에겐 아니었을 것이란 점이다. 결국 상층부와 하층부와의 거리감과 거부감은 계속 커져나갔을 것이다.
그러다 안티오쿠스 4세의 성전 모독적 행동으로 수전절로 유명한 마카베오 항쟁이 일어났고,
더욱이 이질적인 문명과 이방 통치를 벗어나 진정 유대국가를 세울 메시아의 등장을 염원하는 마음이 유대 민족이 더욱 강렬하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 염원은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무시당한 하층민에서 강하게 퍼져나갔을 것이다. 가진 것 없고 못 배운 사람들과 가진 사람들과의 대립과 갈등은 예수의 탄생 시기에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역사의 흐름 이후 유대민족 땅에 나타난 예수. 그를 따르는 엄청난 무리들을 바라본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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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사회적으로 한 위치를 차지한 그들이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득권 세력이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와 그를 향해 '호산나'를 외치며 따르는 군중을 봤을 때 무슨 기분이 들었을까.
그들은 왜 그토록 민족 앞에서 예수를 시험하려 들었을까. 그들은 이미 400여년 동안 외세의 힘에 의존하며 만든 견고한 기득권이 흔들리는 게 두려웠던 건 아닐까. 과연 예수 오시기 전 400여년 간의 암흑기 속에서 이스라엘 땅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일부 해결해주는 책이 '유대교와 헬레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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