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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아모스 오즈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by 하 루 살 이 2018.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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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작가 아모스 오즈의 소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를 요즘 읽고 있다. 


책 분량도 많은데다 일상의 중압감으로 하루를 보내는 고된 직장인의 삶인지라 책을 읽는 진도가 굉장히 더디다. 하지만 더딘 만큼 좋은 것도 있다. 이 소설가의 아름다운 문체와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하고 따뜻한 시선이 나를 긴 시간 휘감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딘 읽기 속도만큼이나 작가가 내 삶에 내게 주는 영향력은 길고 강렬하다. 


아모스 오즈의 책은 국내에 두 권 밖에 번역되지 않았나 싶다. 최창모 교수가 유일하게 이 작가의 진면모를 알아보고 '나의 미카엘'과 이 소설을 번역했는데, 사실 외국에는 아모스 오즈의 책이 많은 언어로 번역 돼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외국에선 꽤나 유명한 소설가다. 노벨상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다. 



여기저기서 스트레스 받는 일들로 지쳐버렸을 때, 내 가방에 있는 아모스의 소설을 떠올리다보면 나는 조용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파리의 차량 소음 없는 한 노천 카페, 모나코의 황량한 먼지 사막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허름한 맥주 가게, 더 나아가 예루살렘 동편 감람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그 곳 사람들마저 잘 알지 못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다.  


이 세 나라의 공통점은 한국과 시차가 바뀐다는 점에 있다. 한국의 밤이 와야만 프랑스와 모나코, 이스라엘은 낮을 맞는다. 삶의 주기가 반대인 사람들. 그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 들어가 나는 진정한 정신적 자유를 맞을 수 있다. 회사 상사나 선배, 동료, 후배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을 수 없으며, 심지어 친구라든지 아는 지인이라든지, 그들로부터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인간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가끔 사람이 사람을 구속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정신력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뉴스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살인사건이나 통탄할만한 사기사건이 아니다. 내 주변의 관계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직장이야 작정하고 내 삶에 침투해 하루도 빠짐없이, 밤과 주말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나를 공격하고 있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나에게 집중력을 부여해 이러한 삶에서 잠시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책들, 이러한 책들은 한국에서 말고, 나를 언제나 괴롭힐 태세가 된 환경에서 완전히 떠나 다른 곳에서 독서를 시작한다는 것. 생각만 해도 나는 설레인다. 




나를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장소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주인의 동의를 얻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는 것을 상상한다. 그 상황이 오면 나는 자유로 인해, 무엇보다 그 환경에 취해, 독서의 시작 전에 삶의 진기함과 더 나아가 잠시 잊고 살았던 신과의 대화를 먼저 시작할 지 모른다. 잊어버린 과거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럼 더이상 기억의 지워짐을 허락하지 않고 나는 메모를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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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의 책. 이 책을 읽을 때면 나는 잃어버린 여유의 삶을 더욱 느낀다. 내가 놓친 무언가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조차 할 수 없는 삶에 나는 쉽게 지쳐버린다. 이 책에서 작은 희망의 시간을 상상하며 매번 독서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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