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92

한병철의 '타자의 추방'...주체가 사라진 사회에 대한 철학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읽는데 현기증이 일어난다. 수많은 책에 파묻혀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다. 다시 돌아올 월요일 때문일까. 그 월요병이 일요일까지 도진 것일 수 있겠다. 그렇다. 월요일이 액체화 돼 환자를 서서히 말라 죽이는 이름 모를 독약처럼 내게 지속적인 압박을 주는 것이다. 일요일은 깊어가고 그 저녁은 갈수록 힘든 무엇이 된다. 서점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장소에 불과하다. 정신은 쉽게 지쳐버리는 존재의 표현이다. 오랜만에 한병철 교수가 쓴 책을 발견했다. 타자의 추방. 이런 책을 보면 책 좋아하는 사람이 흔히 생각하듯 '좋은 책을 원없이 샀으면..'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산 책도 못 읽었는데..'하는 생각이 앞서지만 '뭐 어때? 또 사는거지'하는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단 사진만 .. 2017. 7. 23.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 글을 아니 쓸 수 없는 상태에 처했다. 그런데도 내겐 펜하나 종이 한장없어 한없이 아쉽다. 더위를 피해 들어온 카페.. 주위엔 염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목소리가 공기를 울린다. 정신없는 소리들에 글 그리워하는 마음 또 이렇게 커지는구나.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글쓰기의 충동이 일 때 이마저도 없으면 나는 무한한 가난에 처한 부도 맞은 중소기업 사장의 얼굴 표정과 눈빛을 상상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곧 닥칠 미래에 나는, 그 사장이 원치 않는 일에 종사하게 되는 몹쓸 운명에 처하게 되듯, 나 또한 원치 않는 글쓰기에 매진해야만 하는 진구한 시간에 휩쓸리겠지. 밤이 와 집에 오면 거실이든 방구석 어디든 아무렇게나 처박혀 자는 남자가 될 터이니. 이런 충동에 휩쓸려 차선책으로 블.. 2017. 7. 22.
신영복 선생의 '담론' 마지막 강의라 더 애절하게 읽힌다 블로그 인기 글1. [오늘의 유머] - 일하는 중 뜻밖의 재능을 발견한 남자2. [정치] - 도널드 트럼프 “북한은 처리 대상”3. [사회] - 편의점 알바면 다 아는 취객들의 테러 현장4. [정치] - 관세청장 최순실에게 충성맹세 논란…"실망시키지 않겠다"5. [오늘의 유머] - 박물관 그림 앞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제목과 부제만 보고 책을 샀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를 통해 신영복 선생의 사색의 깊이를 남다르게 느껴왔던 터다. 그 분의 마지막 강의라 하길래 뭔가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몇 자 읽어보고 역시 신영복 선생이시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책을 사는 데 큰 고민이 없었던 이유다. 나는 이 분의 책이라면 사다놓고 얼마 읽지도 않아서 책 읽기를 .. 2017. 7. 1.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번영의 국가가 멸망하는 이유는? 이 책은 부유한 나라는 어떻게 그리고 왜 몰락하는지를 고찰한 책이다. 또 국가가 위기를 맞으면 어떤 리더가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의 아이디어'로 잘 알려진 미국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는 신간이다. 이 책에는 1600년대 명나라, 1700년대 베네치아, 1800년대 합스부르크 가문,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오스만제국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적혀있다. 이 나라들이 경제적 번영을 누리며 시대를 호령했지만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졌다. 모두 유적지가 됐다. 왜일까. 이 책에 따르면 부유한 나라들은 경제적·정치적·문화적 분열을 겪는다. 또 출산율 하락, 국제무역 활성화, 부채 증가, 근로 윤리 쇠퇴, 애국심 소멸을 겪는다. 번영 이후 분열의 길.. 2017. 5. 9.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 블로그 인기 글[Travel] - 마카오 관광청·씨트립코리아의 '마카오 주말여행' 블로거 모집[Travel] - [일본 여행] 도쿄 메이지신궁…변하진 않는 그들의 정서[Travel] - 제주도 카멜리아힐, 아시아 최대의 동백정원[Today humor] - 징검다리 임시공휴일 8월 14일, 이번에도 가능한 이유[Travel] - [일본 여행] 신주쿠 도쿄 도청 전망대서 보는 도쿄 부담스러운 하루가 다시 시작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갈까.. 휴식을 취하는 깊은 밤이 잘~왔으면 좋겠다.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지만 이 마음의 무거움 때문에 나는 어떤 여유조차 느낄 수 없다. 여유를 만낀한다는 것.. 나에겐 이토록 먼 것인가 보다. 사실 그 부담감이 여느 날보다 더 심한 탓에 나는 집을 나서면서 '그래... 2017. 3. 30.
프랑수아즈 사강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삶은 파괴 속에서도 아름다웠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마약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나의 행복이 타인의 손해를 유발하지 않는다면, 그 행복이 설령 자신을 파괴한다 할찌라도 남이 그 삶을 판단을 할 수 없다. 그녀는 스스로 판단해 자신을 파괴한다. 그녀는 우리 주변의 거만한 자들과 달랐다. 자만에 취해 타인을 죄인 취급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부과 명예, 종교로 포장한 사람이 흔히 범할 수 있는 타인을 향한 판단. 오직 자기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부류에게는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은 분명 불편하고 무익한 책일 것이다. 이 책은 치장과 꾸밈이 없는 책이다. 인간은 인간일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처럼 추악한 시대에는 위험, 뜻밖의 사건, 무.. 2017. 3. 3.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소설 한 권을 정독했다. 오랜만이다. 특히 이 책을 사놓고 2년이나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놨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이제사 다 읽어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이 들었다. 당시에는 소설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 중간에 포기했던 터였다. 소설 등장 인물이 이렇게 많아서야 되겠나.. 결국 읽는 이에게 한쪽에 노트를 펴놓고 인물이 나올 때마다 그 이름과 직업을 적어놓고 읽어야 하니.. 이렇게 불편한 소설이 있나 싶어 중간에 덮어버렸다. 그런 소설이었다. '카타리나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그런데 말 그대로 우연히 읽을 책이 없었고, 두꺼운 책은 읽기 귀찮다 싶어, 한번 이 책을 다시 읽어나 볼까 싶어 꺼내들었다. 과거 그렇게 안 읽히던 책이었는데. 놀랍게도 단숨에 읽어 들어갈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 2017. 2. 27.
20대에 읽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인이 소설 '설국'을 아느냐고 물었다. '설국'이 말하는 지방에 다녀왔다며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 펼쳐진 광경을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 나도 그런 곳에 가서 감탄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20대 나의 정신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소설이었다. 그만큼 지인이 전해준 여행 후기는 내 정신에 보이지 않는, 경험하지 못한 광경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애처로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랑과 허무함, 인생이란 주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20대 초반의 나는 주인공 시마무라의 여행을 마치 나의 여.. 2016. 4. 29.
페터 한트케의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페터 한트케 소설은 참 특이하다. 소설 줄거리가 돋보이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독자 입장에서 참 애매함을 느끼고 그만큼 소설이 진행 될수록 어려워지는 걸 느끼게 된다. 이 소설도 그렇다. 하나같이 주인공 일상이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된다. 굳이 안 써도 되는 주인공의 시시콜콜한 행동이 다 적혀있다보니, 마치 옆에서 그 사람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사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래서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이다. 재밌는 줄거리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사실 흔해빠진 타인들의 사소한 행동에 관심이 없는 게 우리들 아니었던가. 소설도 그렇다. 무미건조한 주인공 행동은 즐거움보다 지겨움을 안겨준다. 읽는데 주인공 행동이 걸림돌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도. 페터 .. 2016. 2. 17.
김정운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김정운은 일본을 가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다. 틈틈이 책도 출간한다. 인쇄로 먹고 살만큼 된다 한다. 놀고 먹고 자고 배우고 싶은 거 다 배우는데 그들을 외국에서 한다. 책 말미에서 그가 한 이야기는 그렇기 때문에 덜 대중적이고 더 특권적이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바닷가에 작은 집을 살겁니다. 아주 잘생긴 진돗개도 두 마리 키울 겁니다. 개를 너무 좋아하는데, 아내가 죽어라 반대해서 지금까지 못 키웠습니다. 파도치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 종일 그림 그리고, 밤에는 책을 쓸 겁니다. 그림 그리도 졸리면 마루에 누워 낮잠도 잘 겁니다. 선선한 바람에 눈만 감으면 바로 기분 좋게 잠에 빠져듭니다. 마당의 개들도 엎드려 꼬박꼬박 졸고 있습니다. p. 342 이 한 문단과 마지막 사진을 보고 나는.. 2016. 2. 5.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소설과 철학의 경계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빅토르 위고 ​ 레미제라블을 모두 읽었을 때 든 기분은 간단했다. 뿌듯함. 책 안에 깃들어 있는 혁명의 기운을 빅토르 위고는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 정신을 통해 그려냈다. 레 미제라블의 방대한 소설을 쓴 빅토르 위고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압도적인 양, 부담스러운 내용. 장발장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소설의 양이 나옴에도 빅토르 위고는 만족하지 않았다. 소설의 완성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다. 레 미제라블은 '철학서' '역사서' '인문서'다. 그만한 가치를 인정 받는다. 방대한 양안에 사회 진보와 개혁, 철학 등 시대의 모든 가치가 총 망라돼 있다. 작가는 말하고자 함이 있었다. 많았다. 그만큼 위대하다. 레 미제라블 안에는 프.. 2015. 9. 4.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감각없는 자들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방 안에서 이뤄지는 사색. '감각 없는 자'에 대한 철학이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은 이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느낄 수 없는, 느낄 일 없는' 타인의 고통.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거리두기를 통한 '불구경'이 된다. 참혹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감각없는 자들이 탄생한다. 전쟁의 참상을 담은 영화를 보자. 영화로 연출된 장면들. 내 취미의 일부분이 된 영화 감상에서 우리는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본능에 의한 오만한 감정이 있을 뿐이다. '즐겁다, 잘 봤다'라는 기분이다. 사실에 바탕을 둔 영화도 우리는 감각을 잃어버린 채 내 돈을 내며 '감상'한다. 남의 고통을 통해 어떠한 아픔도 느끼지 않는다. 즐길 뿐이다. '감각없는 자'.. 2015.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