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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김정운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by 하 루 살 이 2016.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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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은 일본을 가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다. 틈틈이 책도 출간한다. 인쇄로 먹고 살만큼 된다 한다.

놀고 먹고 자고 배우고 싶은 거 다 배우는데 그들을 외국에서 한다.

책 말미에서 그가 한 이야기는 그렇기 때문에 덜 대중적이고 더 특권적이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바닷가에 작은 집을 살겁니다.

아주 잘생긴 진돗개도 두 마리 키울 겁니다.

개를 너무 좋아하는데, 아내가 죽어라 반대해서 지금까지 못 키웠습니다.

파도치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 종일 그림 그리고, 밤에는 책을 쓸 겁니다.

그림 그리도 졸리면 마루에 누워 낮잠도 잘 겁니다.

선선한 바람에 눈만 감으면 바로 기분 좋게 잠에 빠져듭니다.

마당의 개들도 엎드려 꼬박꼬박 졸고 있습니다.

p. 342

 

 

이 한 문단과 마지막 사진을 보고 나는 상당히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 상류사회의 귀족 나으리께서 자기 삶이 너무나 지루하다 보니 이 책 저 책 읽다가, 그림도 그리고, 그 내용들을 가지고 자기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엮어서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라는 섹시한 제목을 뽑아 출판했는데

이 내용들이라는 것을 종합해 보면 전형적으로 진짜 외로운 것을 모르는 한 남자의 자기자랑이라는 것이다.

 

김정운이 무슨 말을 쓰고 싶은지는 제목만 보고도 알 수 있다.

사람은 고독이 필요하다. 고민하는, 성찰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고민은 괴롭다. 그렇다고 회피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고민은 철저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그래서 고독한 것이고, 외로운 과정이다. 하지만 없어선 안 될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바로 고독한 가운데 자신을 고민하고 돌아보는 것이니까.

그래서 현 상황에 대한 자기만의 대답, 자기 안의 목소리를 통해 얻은 결과로 다시 내일의 아침을 맞는 것이다. 성장이란 이런 것이다. 몸짓만 커진 어른이 밤마다 외로움에 못 이겨 이 술집 저 술집 돌아다니는 한국사회에 필요한 건 바로 이 고민하는 자아,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내면의 성장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아주 단순한 내용이지 않는가. 물론 이 단순한 것을 무시한 결과는 철저한 자기 파괴이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삼류 개그로 풀어낼 만큼 유치한 내용은 절대 아니다. 진지하게 외로움에 대해, 고독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 개그로 버무렸기 때문에, 자기 자랑을 마지막 결론에 내놨기 때문에

그래서마지막 사진이 상당히 거슬렸던 것이다. 김정운은 이 중요한 내용을 이런 식으로 결론내렸다.

 

 

 

 

그가 책 중간에 언급한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

로고테라피는 빅터 프랭클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에 잡혀 들어가 죽음을 체험하며 깨닫게 된 정신치료법이다 인간이란 깊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이 심리학자의 근본된 주장이다. 김정운이 썼듯 빅터 프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는 왜 인간이 '생각을 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며 그 생각의 밑바닥에서, 극한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존엄성에 대한 세심한 고민을 하고있다. 죽음을 예견할 수 없는 수용소에서도 인간은 이 존엄을 지킬 수 있다는 것. , 타인으로부터 모든 자유를 박탈 당했을지라 자유에 대한 강한 신념과 갈망을 자신 속에 간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한 인간의 자존감과 존엄성, 희망과 절망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을 진지하게 풀어내고 있다.

 

일상의 통찰은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김정운의 신책과 질적으로 다르다.

 

김정운이 이 책에도 썼듯이 인간은 개인만으로는 이 고독과 괴로움을 탈피할 수 없다.

타인과의 상호관계를 통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타인을 통해 또 다른 타인에 대한 비난의 감정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골방에 틀어박혀 있는다고 결코 외로움에 익숙해 질 수도, 고독을 통한 자기 성찰도 할 수 없다. 오직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진정한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마지막에 가서, 일본에서 혼자 있다는 것을 가지고, 외로움에 대한 결론을 이렇게 결론 내린 것에 참으로 놀랄 뿐이다.

 

 

 

물론 어려운 철학적 담론을, 심리학적 내용을 쉽게 읽게 했다는 점에선 훌륭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인간에 대한 고민, 고독한 인간에 대한 통찰, 일상에 필요한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라는 주제가 너무 김정운 자신의 자랑으로 마지막까지 진득하게, 포기할 줄 모르고, 끝까지 늘어놓는 방향으로 나갔다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다. 

 

정말 고독하고, 외롭고, 고립된 인간에 대한 성찰이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쓰진 못한다.

처음에 쓴 말처럼, '얼마나 놀고 먹으면서도 먹고 살 걱정이 없으면 저런 노후 계획이 나올까' 하는 의문이 나올 뿐이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저런 계획을 세우기 위해 결코 고독하지도, 외롭지도 않다. 하루를 치열하게 살며 계절을 잊고 지낸다. 한 해를 자기를 잊고, 돌아보지 못할 만큼 바쁘게 산다. 그런 사람에게 고독이 찾아오면 저런 장난 식이 아닌, 진짜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한다.

 

내가 생각할 때는 김정운은 일본에서 지낸 4년 동안 참 많이도 외롭지 않았고, 외롭지도 않았으며,

즐거움의 토양을 밟고 멀리 외로움을 바라본 성과로 이 책을 내놨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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