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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94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소설과 철학의 경계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빅토르 위고 ​ 레미제라블을 모두 읽었을 때 든 기분은 간단했다. 뿌듯함. 책 안에 깃들어 있는 혁명의 기운을 빅토르 위고는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 정신을 통해 그려냈다. 레 미제라블의 방대한 소설을 쓴 빅토르 위고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소설가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압도적인 양, 부담스러운 내용. 장발장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소설의 양이 나옴에도 빅토르 위고는 만족하지 않았다. 소설의 완성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다. 레 미제라블은 '철학서' '역사서' '인문서'다. 그만한 가치를 인정 받는다. 방대한 양안에 사회 진보와 개혁, 철학 등 시대의 모든 가치가 총 망라돼 있다. 작가는 말하고자 함이 있었다. 많았다. 그만큼 위대하다. 레 미제라블 안에는 프.. 2015. 9. 4.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감각없는 자들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방 안에서 이뤄지는 사색. '감각 없는 자'에 대한 철학이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은 이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느낄 수 없는, 느낄 일 없는' 타인의 고통.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거리두기를 통한 '불구경'이 된다. 참혹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감각없는 자들이 탄생한다. 전쟁의 참상을 담은 영화를 보자. 영화로 연출된 장면들. 내 취미의 일부분이 된 영화 감상에서 우리는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본능에 의한 오만한 감정이 있을 뿐이다. '즐겁다, 잘 봤다'라는 기분이다. 사실에 바탕을 둔 영화도 우리는 감각을 잃어버린 채 내 돈을 내며 '감상'한다. 남의 고통을 통해 어떠한 아픔도 느끼지 않는다. 즐길 뿐이다. '감각없는 자'.. 2015. 9. 4.
프랑수아즈 사강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 프랑수아즈 사강 스스로를 파괴하다. 사강은 마약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나의 행복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 행복이 설령 자신을 파괴할 지라도 남이 그 삶을 판단을 할 수 없다. 삶은 파괴 속에서도 아름다웠다. 거룩한 제사장들처럼 성스러움에 취해 타인을 죄인 취급하는 부류와는 달랐다. 돈이나 명예 종교나 출신으로 포장하고 자기 기준에서 타인을 판단하는 부류에게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은 추악하다고 서슴없이 내뱉는다. 인간은 인간일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처럼 추악한 시대에는 위험, 뜻밖의 사건, 무분별함이 숫자, 적자, 혹은 계산에 직면하여 끊임없이 거부당한다. 이 시대는 비참한 시대이다. 사람의 .. 2015. 9. 3.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김선주 저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모든 순간들이 그렇다. 책 하나도. 자연의 작은 순간도.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 그 책을 보기도, 스쳐지나 가기도 한다. 제목은 곧 발걸음을 멈춰 서게 하는 작가의 기술이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은 우리의 삶의 태도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별한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을 작가 김선주는 뿌듯했을 지 모른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칼럼 모음집에서 딱 부러질 제목이 나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책의 전체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차 있어도 그리 주목할 만한 제목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을 때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라는 주제의 단편 글이 떠올랐을 터. 이 제목이 가지는 추상적이고 노골적이지 않는, 또 응집력 있다는 것에 그.. 2015. 9. 2.
친구에게 쓰는 글- 한병철 교수의 '시간의 향기' 친구에게 쓰는 책 포스팅- 한병철 교수의 '시간의 향기' 변한 걸로 치면 봄이 왔다는 것과 30대가 됐다는 것 그리고 웃음이 예전만큼 줄어들었다는 것까지구나.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를 함께 토론하기도 했는데 새로운 책 하나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시간의 향기'. 우리의 순수한 모습까지 변하게 만드는 쓸쓸한 세상을 철학적으로 성찰한 책이다. 한병철에게는 요란한 목소리가 없어 좋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의 책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게 흔히들 말하고 있는 쇼윈도의 멋지고 화려한 혹은 정의가 없는 성공과는 거리가 있어서 그럴거야. 사회는 그런걸 좋아하지 않니. 무엇을 해야한다, 무엇을 달성해야 한다, 그 '무엇'을 강요하며 세상은 빠르게 흐르고만 있지 않니. 한병철 교수는 '시간의 향기'에서 사회는 조급함과 부.. 2015. 9. 1.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자유에 의한 침묵 숨그네| 헤르타 뮐러 숨그네에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라는 중압감이 있다. 헤르타 뮐러의 어머니는 10대 후반에 4년 동안 러시아 수용소에 갇혀 지냈고 자신의 동료 오스카도 마찬가지였다. 소설은 여기에서 쓰여지기 시작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폭력 앞에서 쓰러져 간 실제 인물들의 뒤섞임이다. 헤르타 뮐러는 동료 오스카의 강제추방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쓰고 있었다. 하지만 동료의 죽음으로 잠시 중단된다. 혼자서 소설을 완성해야만 하는 뮐러는 그 순간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이 일을 혼자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은 고통이 되었다. 책임감 또한 배가 되었고 뮐러은 수면 아래 깊이 잠긴다. 이 상실감을 떨쳐 내기까지 1여 년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리게 된다. 소설을 쓰기로. 삶의 고.. 2015. 8. 31.
악을 사고할 능력이 사라진 무관심의 결과물…'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나는 이 책의 부제로 이렇게 달고 싶다. ‘우리 각자 안의 아이히만' 악이란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살인자들을 우리는 ‘악인’이라고 말한다. 물론이다. 그들을 선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의 심리상태, 뇌 상태를 보면서 일부 살인자에 대해 사이코패스 정신병을 붙여준다. 사이코패스 증상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정신병자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다르다. 그들은 ‘모든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정신병자’라는 점에서 충격을 가져다 준다. 아주 친절하신 옆집 아저씨의 지하 냉동실에 시체들이 들어있고, 사회 봉사를 다니시는 앞집의 의사 선생님의 취미는 ‘약혼녀 살인’이라니. 악이란 분명하다. 평범하게 생각해서 ‘아주 특이한’ 것이다. 도덕적이지 않다.정의와도 배치된다. 이 단어가 주는 추상성 때문에 무엇이 악이라고 명확.. 2015. 8. 28.
김훈 '칼의 노래', 한 편의 시를 읽어간다 칼의 노래 | 김훈 저 칼의 노래는 내 주변 여러 사람들이 권하는 책이었다. 김훈이라는 스타성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스타성 작가에게 기대심이 애초부터 없는 나였지만 이 책을 펼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김훈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는 칼의 노래를 펼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훈’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호기심이 내게는 있었다. 나는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를 즐겨 본다. 나부터가 큰 서재를 가지고 있다. 서재에서 맡을 수 있는 책 향을 좋아한다. 지식인의 서재에 김훈이 나왔고 나는 유심히 봤다. 많은 ‘지식인’들이 책에 대해서 말했지만 기억에 남는 말은 솔직히 없었다. 김훈의 말 외에는. 자꾸만 사람들이 책을 읽으라, 책을 읽으라 하잖아요.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저는 이렇게.. 2015. 8. 28.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 인간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 존엄성의 승리) - 빅터 프랭클 저 '대다수의 사람들은 식물인간으로 살아갔다' 아우슈비츠에서 있었던 나치당원들과 카포(유태인이었으나 수용소 안에서 유태인을 관리하며 나치당원보다 더 악질적으로 행동한 이들),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훗날 심리학적 연구를 한 저자 빅터 프랭클은 위의 말을 책 중간에 썼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새벽, 수용소 출입구 앞에서 동료 하나가 얻어맞아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어도 쳐다만보는 수감자들. 신발을 얻어 신지 못한 아이가 맨발로 눈 밭에서 온종일 일하고 발이 시커멓게 썩어서 들어와도 역겨움이나 무서움, 가엾음, 노여움이라는 당연히 들어야 할 감정이 없는 상황. 죽은 시체의 옷이 자기 것 보다 덜 헤져 있으면 얼른 벗겨 바꿔 입는 .. 2015. 8. 27.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이 떠오르는 이유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 오르한 파묵은 생소한 작가다.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작가임에도 한국에 알려진 부분이 극히 생소하다. 누구에게 가서 '최근에 읽은 책이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입니다'라고 말해도 그 책에 대해서 배경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나는 오르한 파묵의 책을 정말 즐겁게 읽었다. 내용과 상관없이 이 안에 담겨있는 문장들이 나를 여행을 떠나게끔 이끌어줬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타인들의 삶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고, 이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더 시적이게 해줬다. 어느 친구의 말처럼 '세상을 시로 보자'고 한 말이 실감이 났다. ​"그들은 길을, 가방을 잃어버린 여행객들을, 세기를 혼동하는 광인들을 보았다. 그들은 달력을 파는 퇴직자들.. 2015.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