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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프랑수아즈 사강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by 하 루 살 이 2017.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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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파괴 속에서도 아름다웠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마약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나의 행복이 타인의 손해를 유발하지 않는다면, 그 행복이 설령 자신을 파괴한다 할찌라도 남이 그 삶을 판단을 할 수 없다. 그녀는 스스로 판단해 자신을 파괴한다. 


그녀는 우리 주변의 거만한 자들과 달랐다. 자만에 취해 타인을 죄인 취급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부과 명예, 종교로 포장한 사람이 흔히 범할 수 있는 타인을 향한 판단. 오직 자기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부류에게는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은 분명 불편하고 무익한 책일 것이다. 이 책은 치장과 꾸밈이 없는 책이다. 인간은 인간일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처럼 추악한 시대에는 

위험, 뜻밖의 사건, 무분별함이 숫자, 적자, 혹은 계산에 직면하여 끊임없이 거부당한다. 

이 시대는 비참한 시대이다. 

사람의 영혼에 깃든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니라, 

사람의 몸뚱어리에 매겨진 가치 때문에 

자신의 생명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으니 말이다. 

p.96 


나는 이후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공격을 받든 행운이 미소 짓든 늘 운명에 대립하기로, 

즉 미소 띤 얼굴, 한술 더 떠 상냥한 얼굴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런 태도는 내가 좋아하는 숫자들과 마찬가지로, 이후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 

p.42 



에세이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짧은 회고록이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적었다. 사강은 친구들과 스포츠카를 즐겼고, 도박, 마약 등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즐겼다. 그녀의 인생은 마음이 가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추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삶의 달콤함과 쓰라림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다. 그녀는 '인생'을 살았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런 그녀를 사랑한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삶은 강렬했다. 19세에 쓴 첫 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대히트를 쳤고, 수백만 부가 팔려 나갔다. 영화로 제작되며 그녀는 프랑스를 넘어 미국에서도 일약 스타로 인정을 받게 된다. 사강은 이 책을 파리의 어느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즐기며 일주일 만에 완성했다. 이 책을 읽은 사강을 모르는 미국인들은 작가가 나이 많은 중년 여성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19세의 어린 소녀가 그들 앞에서 사인회를 할 때 경악했다. 

그녀와 친구들은 그 순간을 즐겼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한눈에 반한 경험, 

첫사랑, 첫 번째 이별, 그때 내렸던 비 냄새와 커피 냄새가 극단적으로, 

다른 것을 압도할 정도로 증폭되었던 것이다. 

첫 키스 때 비가 내렸던가? 그가 눈을 내리깔고 나에게 작별을 고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지나치게 나 자신으로 강렬하게 살았던 것이다. 

p.211 



프랑수아즈 사강은 고통과 환희의 순간을 함께한 친구들이 그리웠다. 그녀는 그리움을 책 속에 채워 나갔다. 그들의 죽어가는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죽음까지도 즐기려 한 그들을 사랑했다. 죽음으로 잃어버린 친구들. 결국 그녀는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은 아무런 의미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 자체가 그녀에게는 중요했다. 사강에게 그들은 세상 어디에도 다시없는 이들이었다.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을 읽어보면 사강이라는 이름이 왜 프랑스 대표 작가로 여겨지는지 알게 된다. 프랑스 국민이 그녀를 왜 소중하게 여기지 알게 된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사강 별세 직후 "고인은 여성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프랑스는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 강한 작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고 조의를 표했다. 프랑스 국민은 그녀를 가슴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책과 삶은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그럼에도 동경하는 삶의 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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