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와 유대인

by 하 루 살 이 2019. 3. 4.
반응형

"우리에게 단 한 가지가 빠진다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바로 율법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민족으로서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율법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가 땅에 의존했다면, 오로지 땅에만 의존했다면 다른 문화들이 그랬듯이 이미 사라졋을 것입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중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어떤 책은 흥미를 잃고 그대로 책장 한 구석에서 먼지를 머금고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다 읽었지만 그 흥미를 여전히 유지하며 먼지가 쌓이는 운명에서 탈피해 자주 손을 타게 된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가 그러하다. 



이 책은 기자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쯤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그런데 지금와 와서 느끼는 바는 이 책은 '유대인'과 '중동 문제'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대인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가 이 책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즈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도 그 매체에서 칼럼을 쓴다. 그는 세차례나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저명한 기자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 논란과 유명을 모두 독차지한 책들을 썼지만, 그 책들보다 이 책이야말로 프리드먼의 기자 기질을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중동이 이스라엘의 문제로 매우 예민할 때인 1979년 베이루트로 갔고, 이후 베이루트와 예루살렘을 오가며 10년 넘게 중동을 취재했다. 수많은 정부 관계자, 민간인, 외국인을 만나며 중동의 문제를 깊이 있게 바라봤다. 


그 자신도 유대인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이스라엘에 푹 빠졌던 시절을 보냈고 그의 표현대로라면 "나는 이스라엘에 관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고 말할 정도로 유대인의 나라에 관심이 많았다. 


사진-예루살렘의 '통곡의 벽'


사진-감람산에 있는 무덤들



심지어 1971년 고등학교 심리학 수업의 과제물로 친구와 함께 키부츠에서의 생활을 담은 슬라이드 쇼를 제출하는가 하면 "6일 전쟁을 찬양하고 널리 알리는 3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표현할 만큼 이스라엘에 푹 빠졌던 그였다. 




그런 그가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를 쓰면서 느낀 중동의 문제, 유대인의 문제, 이스라엘의 문제는 단순히 이스라엘만이 옳다, 팔레스타인만이 옳다는 식의 이분법이 아니라 사람의 능력과 지혜만으로는 쉽게 풀 수 없을 만큼 역사가 매우 복잡하고 꼬여있다는 것이었다. 


레바논 베이루트의 한 파괴된 건물.



그리고 유대인이 이스라엘 땅을 개척하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그는 매우 풀기 힘든 유대인의 심리가 있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엇다. 


"유대인들은 강제거주지구에서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를 나약하고 힘없는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시온주의 혁명의 목적 중 하나는 유대인을 이와 같은 정신상태에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유대인들이 세계의 객체일 수밖에 없는 암울한 운명을 타고난 것이 아니며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했다. 현실과 운명이 언제나 외부의 힘에 의해 결정되던 유대민족이 스스로의 정치사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택의 공동체가 될 수 잇음을 보이려고 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유대 시민, 유대 정부, 유대 군대, 유대 내각, 유대 대통령을 만들어내고 히브리어를 부흥시키는 일이었다. 시온주의 혁명의 비극이자 아이러니는 그들이 목격했던 모든 수단과 제도를 홀로코스트의 잿더미 위애 창조했지만, 유대인이 피해자라는 공동체의 자기 이미지를 뿌리 뽑지 못한 점이었다. 자신의 언어를 말하고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걷지만, 오늘날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전히 스스로를 상황의 희생자이며 빌려온 시간 속에서 여분의 삶을 살아간다고 느낀다. 과거 유대인 강제거주지구에 살던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과거의 감옥으로부터 진정 벗어나지 못했다."



이 책은 분명 지나간 역사에 대한 기록이다. 프리드먼은 다시 그곳에서 기사를 쓸 때 "3개월 동안 길고도 힘들게 기다렸던 기사를 작성했다. 나는 정열적으로 기사를 쓰고 또 썼다. 그리고 그 기사가 중요한 역사적 기록의 한 부분이 될 것임을 알았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역사를 쓴다고 생각했다. 


------------------------------------------


previous postings(클릭 후 이동)


생각없이 보는 영화 '그린호넷'

 2차 북미정상회담 왜 하노이인가

적금 금리 높은 은행 리스트

5.18 망언과 자유한국당 지지율 하락

[성경으로 말하다]⑬ 세례 요한과 요단강

[성경으로 말하다]⑫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세월호 배상 책임 없다"


------------------------------------------


물론 이 책의 기록들은 지나간 시간이며 당시 상황과 이스라엘의 현 상황, 중동은 현재 상황은 많이 변했다. 하지만 그 내면의 정치적 배격성, 군사적 충돌 위협, 이분법적 민족 분열, 강대강의 대치를 통한 테러 위협 방지의 수준은 1970년대와 비교해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결코 약해지지 않았다. 웨스트뱅크에 설치된 거대한 장벽만 해도 그러하다.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는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 기자가 치열한 취재를 통해 기록한 역사의 한 페이지라는 점에서 마지막 부분까지 지루한감을 느끼기 힘든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유대인의 심리와 이스라엘과 중동의 복잡한 내막을 알기 위해서라면 이 책 한 권쯤은 읽고 지나가도 손색이 없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