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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by 하 루 살 이 2019.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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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페이지가 593장에 달하는 책 사이즈에 '이 책을 언제 다 읽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예상보다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우리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역사 속의 익숙한 소재들로 책들을 채워나갔기 때문에 부담 없이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만의 독특한 시각 덕분에 역사를 새롭게 보는 재미도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은 기독교나 이슬람 등 신의 존재를 믿는 누구라도 불편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종의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종류의 생명체를 없애고 이 지구상에 퍼진 인류가 되었다고 보는데, 그것이 바로 인지혁명으로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아담과 하와가 인류의 첫 조상이라고 믿는 기독교인들 입장에선 진화론의 것을 주장하는 이 책이 보통 문제의 책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의 시각이 불편했다. 다만 유발 하라리가 그러한 진화론의 까마득한 역사를 주장하면서도 책 곳곳에 그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잘 모르겠다'라는 표현으로 얼버무리는 것을 보면서 '역시 진화론에는 빈약한 곳이 많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기쁨을 역설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유대인, 히브리대학 교수, 옥스포드 박사학위, 역사학자, 그러면서 신은 부정하는 사람. 그에 대한 설명은 너무나 다양하다.

특히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의 지상의 만연함이 인지혁명으로 가능했다고 보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인류의 '신화' 창조가 인류를 지구상의 제1의 지배자로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신 뿐만 아니라 화폐도 신화를 믿을 수 있는 인간들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더 나아가 제국, 국가, 자본주의, 공산주의, 마지막엔 인권이라는 것도 모두 다 신화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한다.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신화일 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오직 이 신화들의 창조로 인해 인간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고 국가를 만들 수 있었으며 제국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 신화로 인해 종이에 불과한 지폐는 가치를 가지게 됐고 무역을 일으켰으며 경제를 발전 시킬 수 있었다. 모든 이데올로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렇게 봤다. 

 

그는 마지막에 가서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미래의 인간 종의 멸종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꺼낸다. 역사는 진보했다. 하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은 과연 행복해졌는가. 생활을 풍요로워졌고, 인간은 자유로워졌다. 그런데 행복감은 과연 커졌을까. 소외감과 외로움은 인간의 문명이 커질수록 덩달아 커지는 경향을 우리는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해에 지구상의 자살자가 테러나 전쟁으로 죽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것을 봤을 때 우리를 죽이는 것은 어떤 가공할 무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일 것이다. 

그런 우리가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것도 우리의 행복과 무관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 불안한 것이다. 인간은 이제 생명을 창조하려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생명을 조작하려 한다.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고 싶어하고, 인간의 생각을 읽으려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생물의 것에 생명을 넣어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새로운 혁명을 시도한다. 영화에서의 사이보그 세상이 현실이 되고 있는데 이것을 소름끼치게 생생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바로 유발 하라리다. 

 

그의 책 '호모데우스'를 그래서 꼭 읽어봐야 하는 것도 바로 그가 바라보는 미래상이 매우 현실적이고 치밀한 논리를 가지고 있으며, 매우 높은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바로 생명공학의 혁명이 인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의 멸망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우리의 유전자를 주물럭거린다고 해서 반드시 멸종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게 될 가능성은 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 그것이 성경 요한계시록에서는 '말하는 우상'이라고 한다면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영혼은 없지만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체의 탄생은 이 성경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일 것이다. 

 

매우 재밌게 읽은 책이다. 호모데우스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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