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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솔제니친의 '이반데니소비치, 수용소에서의 하루'

by 하 루 살 이 2019.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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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호프는 소용소에 들어온 이후로 전에 고향 마을에 있을 때 배불리 먹던 일을 자주 회상하고는 한다. 프라이팬에 구운 감자를 몇 개씩이나 먹어치우던 일이며, 야채를 넣어 끓인 죽을 냄비째 먹던 일, 그리고 식량 사정이 좋았던 옛날에는 제법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먹었던 때도 있었고, 게다가 배가 터지도록 우유를 마셔대던 일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렇게 먹어대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를 해본다. 음식은 그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어야 제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이 빵조각을 먹듯이 먹어야 하는 법이다. 입 안에 조금씩 넣고, 혀 끝으로 이리저리 굴리면서, 침이 묻어나도록 한 다음에 씹는다. 그러면, 아직 설익은 빵이라도 얼마나 향기로운지 모른다. p.82

 

나의 20대에 엄청난 영향을 준 책을 고르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솔제니친이 쓴 '이반데니소비치, 수용소에서의 하루'를 꼽는다. 

이 책을 보며 나는 자유에 대해 생각했다. 자유란 무엇일까. 수용자들의 심리는 과연 어떨까. 가본 적 없기에 공감하기 힘드나, 자유가 일정 빼앗긴 군대라는 곳에서 지낸 바 있어 나름 수용소에서의 하루에 적힌 수용자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군대 이등병 때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키며, 게으르게 살았던 나의 시간들을 후회했다. 과거의 시간들 속에서 항상 뭔가 불만에 찼던 나의 모습을 후회했던 이유는 자유롭지 못한 곳에 와보니 그 시간들이 너무나 귀했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그 시간을 값지게 생각하고 보냈다면 나는 또한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 생각에 나는 군대 안에서 많은 후회를 했고 '다시 돌아간다면'이라는 다짐 속에서 여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사소한 것의 중요함과 감사함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녹차를 우리며 맡는 향,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 샤워할 때의 그 따뜻하고 여유로운 기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 모든 것을 일시적으로 빼앗기고 나니 알게 된 것이다. 


배가 따뜻한 놈들이 한데서 떠는 사람의 심정을 무슨 수로 이해하겠는가? 혹한이 온 몸을 움츠리게 한다. 살을 에는 차가운 공기가 슈호프를 엄습해서 기침이 나올 지경이었다. 기온은 영하 이십칠도였고, 슈호프는 열이 삼십 칠 점 이도였다. 자, 이젠 누가 누구를 이길 것인가. p.31

 


솔제니친이 이 글을 쓸 수 있었던 배경이 있다. 

 

그는 일명 '러시아의 양심'이라고 불리는 작가다. 그는 모스크바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할 정도로 당대 지식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1945년 포병 대위로서 동프로이센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스탈린을 비판한 글을 쓴 것이 문제가 돼 강제노동수용소에서 8년(1945∼1953)을 보내게 된다. 그때 쓴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다. 

그는 이후에도 다양한 소설을 통해 수용소 안에서의 인권탄압을 소상히 다른 나라들에 전파했다. 당연히 그의 소설은 러시아에서 금지서가 됐고 그는 수없이 많은 탄압을 받아야 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수용소에서의 하루'로 솔제니친은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이 책을 읽으면 과연 정치적으로 반대의견을 전달하지도 못하는 무력적 국가 체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된다. 비판할 자유가 없는 곳, 인간에게 오직 리더에 대한 찬양 의무만 주어진 사회는 그 자체로 비정상적이고 지옥이 될 수 있다고 이 책은 고발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매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으나 회사나 학교, 종교 조직 등 작은 집단에서는 이 건강함이 유지되고 있는지 우리 모두는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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