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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요세푸스 유대전쟁사 : 예루살렘 함락사

by 하 루 살 이 2019.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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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서술하려 한 남자가 있다. 그의 다짐은 '요세푸스 : 유대전쟁사(예루살렘 함락사)' 마지막 한 구절에 들어있다. 

 

"저자의 유일한 의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의 전달에 있었음을 분명하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다. 정확히 말하면 역사란 사실의 해석이다. 다시 말해 역사란 사실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오직 누군가의 시야에 담긴 역사는 해석에 의해 재창조된다. 그래서 역사는 매우 주관적이다. 사실에 근접한다 할지라도 사실에 가려진 진실은 파편화되어 산화된다. 산화의 흔적만이 우리가 역사의 기술을 통해 발견되는 사실의 지문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지문의 발견에도 우리는 결국 역사적 실체를 만날 수 없다. 이미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요세푸스의 다짐은 더욱 빛을 발한다. 숭고하기 때문이다. 숭고함은 도전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불가능함이 내제화 될 때만이 숭고해질 수 있다. 오직 가능한 것에 대한 도전은 비웃음을 살 뿐이다. 불가능, 죽음을 불사한 도전만이 드디어 그 속에 숭고함을 담아낼 수 있다. 

 

 

요세푸스가 그렇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의 역사를 서술하는데 있어 불가능에 도전하며 그는 이 말을 한 것이다. 그 위대한 역사. 바로 유대전쟁사를 몸소 느낀 가운데 그때의 사건들을 후선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단 하나, 자기가 본 그대로의 일들을 적어 내려 가겠다는 그 다짐 하나뿐이었다. 그것이 주관화된 역사의 기록이라는 매우 명확한 사실 앞에서도 그는 그 기록이 매우 객관화됐다고 외친다. 그리고 그 불가능하고 비약의 논리 앞에 당당히 펜을 포기하지 않고 적어내려 갔다. 분명 그 펜에 의해 적힌 모든 것들은 요세푸스 자신의 주관화된 사상과 이념, 정신과 생각에 의해 재창조되고 있었겠지만 그는 그런 사실 앞에서 '그럼에도 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적는다'며 역사를 서술했다.

 

다시 말해, 그 불굴의 의지로 기록된 역사서가 바로 이 유대전쟁사이며, 그렇기에 이 역사서는 매우 높은 가치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나약한 한 인간의 의지지만 그것을 가지고 거대한 역사의 물결을 기록하겠노라 달려든 요세푸스의 노력에 의해 우리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그 역사를 상세히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린 2000년의 세월이 지나버린 역사를 그저 흩어진 유물 속에서 찾아 헤매다가 길을 잃고 거짓말로 오염된 역사를 스스로 창조하고선 그것이 진실인양 만족했을지 모른다. 한 인간의 숭고한 도전이 이를 막아낸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이 로마군에 의해 파괴되는 장면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의해 함락된 뒤 불타오르는 모습

'요세푸스 유대전쟁사'가 매우 귀한 자료라는 사실이라는 점은 이 책의 초반부터 드러난다. 바로 헤롯이 어떤 인물인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의 한 마디 외침,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라는 외침으로 온 예루살렘이 소동케 해지만 특히 헤롯에게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베들레헴에서 유아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이 무시무시한 결과를 만들어낸 그 바탕에 무엇이 있는지 요세푸스는 매우 상세히 적어놨다. 헤롯은 유대인이 아니다. 에돔 족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는 자기의 정적들을 처리해나간다. 그 과정이 매우 자세하게 적혀있는 것이다.

 

헤롯의 유아 학살

 

그걸 읽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토록 어렵게 잡은 왕위, 그런데 박사들의 목소리에는 그 왕의 자리를 차지할 진정한 왕이 따로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헤롯의 급소를 찌르는 한 마디였던 것이다. 헤롯은 그때부터 마음속에 칼을 갈기 시작했고, 결국 그 칼은 현실 세상에서 두 살 아내로 다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지게 만들었다. 헤롯은 미친 것 이상이다. 매우 잔인하고 무서운 인물이다. 그는 왕권을 위해서라면 유아들의 생명쯤은 죽이고도 남을 잔인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 나오는 예루살렘의 완전한 파괴의 장면은 모든 성경과도 연결되어 있어 매우 진기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가 적혀있는 것이다. 그 파괴로 인해 유대 민족의 심장은 고동을 멈춰버리고 2000년의 잠을 자게 된다. 그 사건이 이 책에 적혀있다. 지성소의 파괴, 예루살렘의 전소, 그리고 학살. 당시의 이 일들을 우리는 요세푸스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요세푸스가 설명한 서쪽 성벽, 지금의 통곡의 벽에 대한 묘사는 실제 그 통곡의 벽 앞에 서서 손으로 짚고 2000년의 역사를 되짚어봤던 나로서는 매우 진기한 기록이 아닐 수 없었다. 

 

통곡의 벽(서쪽벽 West Wall 이라고도 불린다)

티투스는 예루살렘 전체와 성전을 완전히 파괴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러나 웅장하게 서 있는 세 개의 망대, 즉 파사엘루스 망대와 히피쿠스 망대와 미리암네 망대와 서쪽 성벽은 그냥 두라고 명령하였다. 티투스가 서쪽 성벽을 남겨 놓으라고 한 것은 장차 수비대 병사들의 진영으로 쓸 목적에서였다. (중략) 티투스는 나머지 성벽은 기초가 드러나도록 완전히 파괴하여 사람이 살던 곳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요세푸스 유대전쟁사 중

이 글 마지막에는 유대 광야에 있는 마사다 고원의 전투가 적혀있다. 유대인들은 천혜의 요새에 오히려 갇히는 신세 속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모두 자결함으로써 로마 군인들에게 허탈함과 좌절을 안겨다 줬다. 승리의 기쁨은 죽어가는 모든 이들의 것이었다. 살아있는 로마인들의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이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읽기 매우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무척이나 재밌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유대인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이 책은 매우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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