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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지 않고 고지식하지도 않은, 그러면서 흔한 일상을 말하면서 그 안에 삶의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헤밍웨이의 작은 책이 있는데, 제목하여 '호주머니 속의 축제'다.
이런 책이 좋은 것은 첫째로 작고 얇기 때문에 어딜가든 불편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뿐 아니라 대가들의 대작들과 달리 한 대가의 조촐한 일상 속의 고민과 실수, 후회, 게으름과 도박에도 빠지고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사투, 인간의 모습 그대로를 조금은 유치하고 숭고하게 그려 우리에게 고백하기 때문에 값진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각은 안도하게 된다. 더 나아가 자신감을 얻는데 '대가도 별거 없네'하며 묘한 미소를 얼굴에 머금는다. 나를 꾸짖는 소모전을 잠시 멈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육체와 날들, 시간의 휴가 속에서 되찾게 되는 정신적 휴가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위 그림은 고흐, 고갱과 함께 후기인상파 화가였던 폴 세잔의 그림인데 1871년 작이다.
"그곳에서는 언제라도 뤽상부르 박물관으로 들어갈 수가 있으며, 모든 그림들은 뱃속이 허전하고 잔뜩 굶주렸을 때 훨씬 고상하고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나는 배가 고팠을 때 세잔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그가 어떻게 풍경화를 그렸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세잔도 그림을 그릴 때 배가 고팠는지 가끔 궁금해졌지만 아마 너무 일에 몰두하다가 식사를 걸렀으려니 생각했다.
잠을 못 자거나 굶주리면 건전하지 못하면서도 명석한 생각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나중에 나는 세잔이 아마도 다른 면에서 굶주렸으리라고 생각했다."
한 작가의 매우 사적인 시간과 내밀한 감성이 드러난 글은 잠시 멈추어 생각하게 만들고 나와 똑같은 고민의 저점을 발견하기에 친밀함을 유발한다. 그리고 나는 작가의 작가에 대한 비논리적 감상평을 매우 좋아한다.
배가 고파 세잔의 그림이 더 잘 이해되고 그도 굶주리며 그림을 그렸을 것이란 헤밍웨이의 생각을 읽노라면 그가 얼마나 엉뚱하면서도 나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감성을 가졌는지 생각해본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그런 강인한 한 남자가 결국은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상당히 많은 추측을 해보게 되고 여러 가능성을 가늠하기에 이른다. 인생은 이색적이지만, 봄처럼 짧기에 연약하기 짝이 없고 그래서 쉬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가 쓴 '호주머니 속의 축제'가 그런 삶을 통찰하는 헤밍웨이의 기록이다.
이런 책이 좋은 것은 첫째로 작고 얇기 때문에 어딜가든 불편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뿐 아니라 대가들의 대작들과 달리 한 대가의 조촐한 일상 속의 고민과 실수, 후회, 게으름과 도박에도 빠지고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사투, 인간의 모습 그대로를 조금은 유치하고 숭고하게 그려 우리에게 고백하기 때문에 값진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각은 안도하게 된다. 더 나아가 자신감을 얻는데 '대가도 별거 없네'하며 묘한 미소를 얼굴에 머금는다. 나를 꾸짖는 소모전을 잠시 멈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육체와 날들, 시간의 휴가 속에서 되찾게 되는 정신적 휴가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위 그림은 고흐, 고갱과 함께 후기인상파 화가였던 폴 세잔의 그림인데 1871년 작이다.
"그곳에서는 언제라도 뤽상부르 박물관으로 들어갈 수가 있으며, 모든 그림들은 뱃속이 허전하고 잔뜩 굶주렸을 때 훨씬 고상하고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나는 배가 고팠을 때 세잔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그가 어떻게 풍경화를 그렸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세잔도 그림을 그릴 때 배가 고팠는지 가끔 궁금해졌지만 아마 너무 일에 몰두하다가 식사를 걸렀으려니 생각했다.
잠을 못 자거나 굶주리면 건전하지 못하면서도 명석한 생각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나중에 나는 세잔이 아마도 다른 면에서 굶주렸으리라고 생각했다."
한 작가의 매우 사적인 시간과 내밀한 감성이 드러난 글은 잠시 멈추어 생각하게 만들고 나와 똑같은 고민의 저점을 발견하기에 친밀함을 유발한다. 그리고 나는 작가의 작가에 대한 비논리적 감상평을 매우 좋아한다.
배가 고파 세잔의 그림이 더 잘 이해되고 그도 굶주리며 그림을 그렸을 것이란 헤밍웨이의 생각을 읽노라면 그가 얼마나 엉뚱하면서도 나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감성을 가졌는지 생각해본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그런 강인한 한 남자가 결국은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상당히 많은 추측을 해보게 되고 여러 가능성을 가늠하기에 이른다. 인생은 이색적이지만, 봄처럼 짧기에 연약하기 짝이 없고 그래서 쉬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가 쓴 '호주머니 속의 축제'가 그런 삶을 통찰하는 헤밍웨이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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