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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94

화이트헤드 '이성의 기능'과 도올 김용옥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이성은 저 하늘 위에 고고히 매달려 있는 어떤 추상적 실체나 본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몸'이라는 거대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현상과 일원적으로, 즉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어떤 기능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이트헤드에게 있어서 "이성"이란 "실체"가 아닌 "기능"이다. 이성이 우리의 몸에서 어떠한 기능을 달성하느냐 하는 그러한 각도에서만 그 실체성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이성의 기능 The function of Reason p.24~25 어떤 책은 읽다가도 멈칫하게 하는 책이 있다. 그 책은 생각의 넓이를 확대하는 기분을 자아낸다. 그래서 너무 아까워서 무작정 덤벼들기가 힘들다. 이런 책은 무한한 지적 기쁨을 가져다준다. 그 지적인 것은 우주보다 신비롭고 기.. 2022. 8. 28.
한나 아렌트 '유대인 문제와 정치적 사유' 그는 어렸을 때 자신의 유대인성을 자각했다. 가족이 유대인이라고 말해서가 아니라 반 친구들의 유대인 비방에 의해서였다. 한나 아렌트의 '유대인 문제와 정치적 사유' 무려 99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의 앞 부분에는 그녀의 삶에 대해 적힌 글들이 나온다. 기존에 아렌트를 안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좀 더 다각적인 시각으로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의 책이 될 것이다. 요컨대 한나 아렌트가 주장하는 것과 시오니즘의 창시자 테어도르 헤르츨의 주장이 어째서 충돌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아렌트의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많은 유대인들의 항의와 비난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왜 동족의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아이히만의 문제를 시스템에 의한 것이.. 2022. 8. 24.
우리는 더 건강할 수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아무리 자주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중략) 거듭 말하지만 행복이 없으면 치유도 없다. 나는 신기하게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 확진 때도 아프다라기 보다 '신기한데?'라는 기분으로 이겨냈다. 인후염이 쎄게 왔을 때 유기농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1분 안에 인후염과 지독한 가래까지 거짓말처럼 없어진 경험을 하고 '음식으로 치유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반대로 매년 연례 행사처럼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그것을 당연시한다. 고칠 생각을 안 한다. 그런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쉽게 걸린다는 것을 나는 자주 목격한다. 안드레아스 모리츠의 '건강과 치유의 비밀'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나는.. 2022. 8. 19.
김훈의 '하얼빈'과 안중근 김훈 작가의 최신작 '하얼빈'을 다 읽고 나니 강한비가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8.15 광복절이었다. 산길 곳곳에 걸린 태극기가 비바람을 견딜 것이었다. 이번 폭우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은 서민 삶의 말할 수 없는 나약함이다. 언어로 표현할 길 없는 비통함이다. 이 책은 그 가난 또한 잘 표현하고 있다. 김훈은 대의보다 안중근의 가난과 청춘과 살아있는 몸을 말하려 했다고 한다. 김훈의 소설은 좀 다르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 사실의 나열들을 서로 읽고 침묵하며 이해하길 원한다. 글은 마치 기사처럼 읽힌다. 인간들의 대화는 조금씩 첨가됐다. 그 대화가 겨의 이 책이 소설임을 알게 한다. '하얼빈'은 책 제목이 말해주듯 안중근의 이야기다. 책의 중반에서 안중근이 이토를 죽이는 장면.. 2022. 8. 15.
기독교인이라면 안병무의 '갈릴래아의 예수' 배고픈 자에게 가장 큰 기쁨은 먹는 일 이상의 것은 없을 것이다. 먹는 것과 기쁨을 연결시키는 것은 배곯은 사람만이 안다. 배고픈 자에게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는 나누어 먹는다는 것, 잔치이며, 그 이상은 없을 것이다. 예수가 말하는 하느님의 나라가 먹는 일, 나누어 먹는 일을 빼고 생각된 것이라면 그것은 거짓이다. 민중의 현실과 유리된 하느님의 나라가 왔으면 무엇하며, 온다고 저들과 무슨 상관이 있을 것인가. 안병무 '갈릴래아의 예수' 141 p. 안병무를 아는가. 수많은 기독교인들이여. 안병무를 아는가. 나는 기독교인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나고 자라기를 교회에서 했고, 주말이면 몸과 마음이 교회에 있었다. 지독하게 성경을 읽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구약을 완독 열 .. 2022. 7. 25.
왜 아가리로만 할까? 나는 이런 책이 좋다. 심각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은데, 생각의 전환을 주는 책. 책 제목도 참 잘 와닿는다. '왜 아가리로만 할까?' 아가리 파이터로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듯 고상한 첫 스스로 열심히 했지만 결국은 아가리 털면서 살아남아온 지금까지의 삶이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나 자신과의 약속까지 아가리로만 해왔다는 사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조차 아가리에서 멈춰왔던 지난 세월들. 올해 자신과의 약속은 이미 아가리에서 멈춰 있는 것 또한 불변의 진실이었다. '왜 아가리로만 살까?' 책의 저자는 3명으로 나오는데 그 저자들의 소개가 너무나 재밌었다. 중간에 이런 내용도 나온다. 나의 월급을 가리키면서 '귀엽기만 한 수준의 월급'이라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보다 중.. 2022. 4. 1.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신은 죽었다'는 말은 그리스도교의 신이 무력해졌다는 것뿐 아니라, 인간이 복종해야만 하고 복종하고자 하는 '초감성적인 것'이 무력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무력화는 이제까지의 질서가 붕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데거의 '니체' 오랜 기간 하이데거가 쓴 '니체'를 포기하지 않고, 가끔은 즐거움으로, 또 가끔은 진지하게 읽고 있다. 하이데거의 '니체'는 총 두 권으로 이뤄졌다. 한 권당 500~6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책이다. 내용 자체가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이 융합돼 있어 차원 높은 기분을 준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머리가 아플 수도 있지만, 니체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지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나는 이 책을 아도르노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함께 읽었다. 아도르노의 책이 강연.. 2022. 3. 8.
월급쟁이 조언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바로 자본에 대한 공부다. 그 누구도 내게 자본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되려 '주식 투자하면 망한다'는 식의 이야기만 난무했다. 그런데 30대 중반이 되고 나서야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정확히 말해 주식 투자가 내게 경제적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 와서 하는 후회는 이것이다. 왜 주식을 20대에 몰랐던가. 10년 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주말을 이용해 찾은 작은 동네 카페. 거기에는 일간지가 항상 놓여있다. 커피를 마시며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신문을 보다가 대기업 임원이던 정선용 씨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 책 소개와 함께. 나는 어릴적부터 대기업 임원도 파리 목숨이라는 말과 함께 '그래.. 2021. 12. 12.
아리스토텔레스 행복론 신은 순수한 사유이자 행복, 완전한 자기충족 상태로 실현되지 않은 목적이 하나도 없이 영원히 실존한다. 반대로 감각할 수 있는 세계는 불완전한데, 불완전한 종류의 생명과 욕망, 사유를 가져서 완전한 것을 열망한다. 모든 생물은 정도가 크든 작든 신을 의식하기에, 신을 찬미하고 사랑함으로써 움직이고 행동한다. 따라서 신은 모든 활동의 목적인이다. 러셀의 서양철학사 중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부분 중. p.239~240 어쩌다 유럽의 2000년사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일까. 모든 것을 보이지 않는 무언에 끼워 맞추려고, 안 되는 것을 기어코 되게 하려 했던 두 사람으로 인해 지금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들고 고통스럽게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플라톤이나 아.. 2021. 9. 13.
헤르만 헤세 소년시절 내가 아직 어린 소년이었을 때는 봄을 얼마나 길고 흡족하게 즐길 수 있었던가. 헤르만 헤세의 '소년시절' 中 나는 헤르만 헤세를 좋아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과거를 추억하는 순수한 감정을 가진 그를 좋아한다. 그는 사라져간 모든 것을 그리워한 사람이다. 명예욕과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은 결코 할 수 없는, 오직 그 사람 자체만을 귀히 여기는 태도를 헤세는 늘 책에 담아냈다. 죽어간 모든 이들의 귀함을 그토록 아쉬워했다. 다시 없는 이들을 말이다. '소년시절'도 그것을 잘 말하고 있다. 나는 그런 고민을 한다.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어린 시절과 그때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부단히 떠오르는 기억들을 적을 때가 있었다. 요즘은 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옅어지고 사라지는 기억들이 많을 것이.. 2021. 8. 30.
사랑할 때와 죽을 때 파괴되지 않은 집을 본 지가 오래되었어.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나는 펜이 없이는 책을 읽지 못한다. 어떤 책이든 감동한 문구에 밑줄 치고, 그 위에 뭐라도 적어야 한다. 연이어 떠오르는 영감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는 약간 불안해진다. 그 영감은 곳 사라질 휘발류성이 강한 생각이기 때문에. 언제는 카페에 앉아 책을 펼쳤는데 깜빡 펜을 놓고 온 것을 알았다. 그 '그래 일단 읽자' 해서 읽는데 책의 문장들과 함께 수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나는 두려움까지 느꼈다. 그래서 책에 표시할 길 없어 그 페이지를 다시 읽기 위해 큼지막하게 접었는데, 집에서 다시 그 페이지를 펼쳤을 땐, 낮의 생각들이 다 사라진 뒤라는 것을 알았다. 어찌나 아쉽고 또 아쉽던지. 낮에 떠오른 감정이란 그.. 2021. 8. 17.
도올 김용옥의 동경대전을 읽고 끊임없는 순환의 항상성 constancy 수운이 말하는 상연常然이란 '늘 그러함'이다. 변화의 항상성을 말하는 것이지 불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존재 그 자체가 몸Mom(body)으로 규정되는 것이요, 몸의 오행의 기로서 하늘의 강과 땅의 질을 묘합한 것이라고 동학론 모두에서 이야기된 것이다. 내 몸이 건강할 때 이 천지의 조화가 바른 방향을 잡아 나아가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의 동경대전2 나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동경대전을 읽고 그의 책 '노자'의 실천이성을 본 기분이 든다. 도올 선생께서 언제나 강조하시는 바 '철학은 현세의 정치와 민중의 삶에서 실현되지 않으면 무가치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노자의 사상은 수천 년의 세월을 지나 동학을 통해 드디어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것 같다는 .. 2021.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