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의 최신작 '하얼빈'을 다 읽고 나니 강한비가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8.15 광복절이었다. 산길 곳곳에 걸린 태극기가 비바람을 견딜 것이었다. 이번 폭우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은 서민 삶의 말할 수 없는 나약함이다. 언어로 표현할 길 없는 비통함이다. 이 책은 그 가난 또한 잘 표현하고 있다. 김훈은 대의보다 안중근의 가난과 청춘과 살아있는 몸을 말하려 했다고 한다.
김훈의 소설은 좀 다르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 사실의 나열들을 서로 읽고 침묵하며 이해하길 원한다. 글은 마치 기사처럼 읽힌다. 인간들의 대화는 조금씩 첨가됐다. 그 대화가 겨의 이 책이 소설임을 알게 한다.
'하얼빈'은 책 제목이 말해주듯 안중근의 이야기다.
책의 중반에서 안중근이 이토를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벨기에제 7연발 권총 m1900를 썼다. 세 발은 이토에게 명중했고, 나머지 세 발은 이토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옆의 일본인 세 명에게 꽂혔다. 그 후 러시아 군인이 안중근을 덮쳤고, 마지막 한 발은 발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안중근은 한국 만세를 영어와 만국이 이해하는 단어를 섞어 외쳤다.
코레아 후라
안중근이 이토를 쏘아 죽인 날은 1909년 10 월26일이다. 이듬해 3월26일에 여순감옥에서 교수형으로 죽었다. 안중근은 1879년생이다. 하얼빈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성역화되는 것이 두려운 일본인에 의해 감옥 공동묘지에 그의 시체가 묻혔다.
김훈은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며 하얼빈 집필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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