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25 가인과 아벨 그리고 유대인 소실점은 선과 선이 만나는 점이다. 소실점을 통해 우리는 공간의 입체감을 파악한다. 그 점이 기준이 되어 모든 사물의 형태를 파악하게 해 준다. 성경도 마찬가지다. 구약과 신약 안에 존재하는 풍부한 스토리와 인물들, 역사, 담론 등이 큰 건축물을 이루고 있는데, 그 건축물을 이루는 선을 모아보면 하나의 공통점에서 만난다. 곧 예수다. 가인과 아벨을 어떻게 볼 것인가. 창세기 4장에는 인류의 첫 번째 살인 사건이 나온다. 가인이 아벨을 쳐죽였다. 성경에는 아벨은 양을 치는 자로, 가인은 농사하는 자로 나온다. 각자 제물을 드렸지만 여호와께서 가인의 제물은 열납지 않으시고, 아벨의 제물만 열납 하신다. 분함을 이기지 못한 가인은 아벨을 죽인다. 그리고 하시는 여호와의 말씀은 다음과 같다. 네 아우의 핏소리가.. 2023. 2. 4. 한나 아렌트 '유대인 문제와 정치적 사유' 그는 어렸을 때 자신의 유대인성을 자각했다. 가족이 유대인이라고 말해서가 아니라 반 친구들의 유대인 비방에 의해서였다. 한나 아렌트의 '유대인 문제와 정치적 사유' 무려 99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의 앞 부분에는 그녀의 삶에 대해 적힌 글들이 나온다. 기존에 아렌트를 안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좀 더 다각적인 시각으로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의 책이 될 것이다. 요컨대 한나 아렌트가 주장하는 것과 시오니즘의 창시자 테어도르 헤르츨의 주장이 어째서 충돌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아렌트의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많은 유대인들의 항의와 비난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왜 동족의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아이히만의 문제를 시스템에 의한 것이.. 2022. 8. 24.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보며 3년 전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어릴적부터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32살에는 홀로 이스라엘을 여행하기도 했고, 시중에 나온 이스라엘 관련 책만 아니라 비슷한 나이대에서 누구보다 신.구약을 많이 읽었단 것을 재산 삼아 지금도 이스라엘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그런 내가 이스라엘을 대표해 있는 대사를 만나 인터뷰한 것이다. 그 인터뷰는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 이후에 진행됐다. 나는 인터뷰 주제가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유대인의 시각에 맞춰지길 원했다. 그렇게 만난 대사는 다소 차갑게 보였고, 기자인 나를 경계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나는 약 1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가 여느 인사의 인터뷰보다 어려웠다고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예루살렘이 유대.. 2021. 5. 23. 한 주를 어떻게 버틸까…빅터 프랭클이 말하는 기적 나는 가끔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 이미 끝까지 다 읽었기에 부담 없이 몇 장만 읽어볼 심상으로. 새 책이라면 당연히 처음부터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그런 강박이 필요 없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일까. 다시 읽는 책은 뜻밖의 감동과 교훈을 선사한다. '여유로움' 속에서 진짜로 작가의 진면목을 보는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빅터 프랭클의 유명한 책 '죽음의 수용소'를 다시 읽고 있다. 초반 몇 장을 읽는데, 아.. 이런 책이었구나. 나는 다시 한번 놀란다. 전체 줄거리는 기억에 남지만 세세한 것들은 모두 처음 읽는 듯 느껴졌다. 이 책이 아우슈비츠의 비참함을 인간이 어떻게 견디는지, 정신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라는 것은 알았어도, 책의 세세한 스토리는 완.. 2021. 2. 18. 트라우마 극복하는 방법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학적 해석은 다양하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타인에 의한 폭력이 평생에 나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고통의 깊이는 날로 깊어지고 그것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폭력적인 과거. 그럼에도 피해자인 나를 떠나지 않고 괴롭히고 또 괴롭히는 이 지경. 이 지경에 처한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요점이다. 트라우마는 정말 무섭다. 과거를 언제 내가 원해서 만난 적이 있던가.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나를 둘러싼 환경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그저 내게 주어진 매우 불행한 시간의 소산물이다. 그것이 나를 힘들게 만든다. 내 의지.. 2020. 3. 1. 십자군 전쟁과 유대인 대학살 12세기에 발생한 십자군 전쟁을 말할 때 많은 역사학자들은 '실패한 전쟁' '명예롭지 못한 전쟁'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 면만 보고 다른 면은 보지 못한 정의다. 나는 십자군 전쟁에 대해 알면 알아볼수록 끔찍한 유대인의 학살을 찾을 수 있다. 그 전쟁은 실패한 전쟁이 아니었다. 분명 성공한 전쟁이었다. 다시 말해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역사 속에, 만천하에 드러낸 전쟁이던 것이다. 살인의 정당성을 유럽인들이 획득한 전쟁이었다는 말이다. 몰상식한 인간들이 목소리를 내고 그들이 통치하는 세상이 허용되는 역사를 십자군 전쟁이 만들어낸 것이다. 다시 말해 악의 승리를 보여준 전쟁이었다. 그 십자군 전쟁은 먼 미래, 2차 세계대전에서 결국 유대인 600여만 명 대학살을 만들어낸 전초전이었다. 즉 '유대인 대.. 2020. 2. 14. 요세푸스 유대전쟁사 : 예루살렘 함락사 여기에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서술하려 한 남자가 있다. 그의 다짐은 '요세푸스 : 유대전쟁사(예루살렘 함락사)' 마지막 한 구절에 들어있다. "저자의 유일한 의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의 전달에 있었음을 분명하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다. 정확히 말하면 역사란 사실의 해석이다. 다시 말해 역사란 사실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오직 누군가의 시야에 담긴 역사는 해석에 의해 재창조된다. 그래서 역사는 매우 주관적이다. 사실에 근접한다 할지라도 사실에 가려진 진실은 파편화되어 산화된다. 산화의 흔적만이 우리가 역사의 기술을 통해 발견되는 사실의 지문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지문의 발견에도 우리는 결국 역사적 실체를 만날 수 없다. 이미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기 .. 2019. 7. 11. 인사이드맨은 유대인 영화다 2006년 개봉작 인사이드맨. 범죄, 스릴러 영화이자 뉴욕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은행 강도를 그린 영화다. 사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컨셉만 보면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은행 강도라는 뻔한 스토리에 관객이 반응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뻔한 스토리에 예상을 벗어나게 하는 한 요소를 첨가했다. 바로 '유대인'.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 강도가 발생했지만 아무런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고 아무런 재산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가 가면을 썼기에 경찰은 누가 범인인지 끝내 알아낼 수 없었다. 그랬기에, 서장이 이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범인은 사라졌고, 은행은 털리지 않았고,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어. 그럼 됐잖아. 덮어." 하지만 이를 담당한 형사키스 프레지어(덴젤 워싱.. 2019. 6. 24. 쉰들러 리스트와 홀로코스트 영화 쉰들러리스트가 내게 준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나를 이스라엘로 이끌었던 그 힘 중 하나도 쉰들러리스트에서 나온 유대인의 참혹한 역사에서 비롯됐다. '왜 그들은 그렇게 당해야만 했는가.' 그리고 이 영화를 기점으로 나는 유대인과 관련한 책은 어떤 책이든 살폈고, 그들과 관련한 영화는 누군가에게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흥미롭게 봤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처음 본 건 초등학교 6학년, 13살 때였다. 당시는 1998년이었다. 무척이나 가난했을 시절이었다. 부모님도 직장을 옮겨 다녔고 자주 싸웠으며, 나는 한 순간에 아파트에서 촌 구석 허름한 집으로 변하는 집 모양새를 보면서 돈이 없으면 이럴 수도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런 때 TV에서 방영해준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처음부터 나는 숨을 내가 쉬고.. 2019. 1. 9. 유대인 영화 '오퍼레이션 피날레' "존엄성의 상실이란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산다는 것을 말하고, 빠져나갈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장 아메리 '죄와 속죄의 저편'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휩쓸었던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유대인 학살. 누구라도 유대인이면 학살의 대상이었고, 그들은 인간으로서 대우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죽어야 했고 죽여야 했다. 마치 박테리아처럼, 세균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인마냥 그렇게 누구라도 예외없이 죽어갔다. 600만명. 이 영화도 그렇게 죽어간 이들의 후손과 전쟁 이후의 모든 살아남은 인류를 위해 기록물로서, 그리고 인식의 저장고로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 '오퍼레이션 피날레 Operation Finale' 다.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구 모사드 요원들이 아르헨티나에서 한 .. 2018. 12. 2. 노벨문학상 수상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날이 이토록 빨리 추워질 줄 몰랐다. 그토록 더웠던 날은 다 어디로 가고 이렇게 차가워진 걸까. 주위의 변화는 참으로 기이하다. 그래서일까. 평소 읽기 힘들어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도시'가 그나마 이전 날들보다 잘 읽혔다. 이 소설의 온도는 지극히 차다. 겨울을 배경으로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렸고, 그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겨울을 헤매는 길 위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나는 어찌나 먹먹한 기분을 느꼈나 모른다. "브레데가 차를 세우고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순간, 나는 어떤 막연한 예감을 느꼈다. ...그는 여전히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금도 아직 꿈속에서 내가 다시 보곤 하는 그 이상한 웃음. 나는 베송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드니즈는 앞.. 2018. 10. 27. 유대인 소설가 아모스 오즈의 소설 이번에 읽은 책은 이스라엘 대표 작가 아모스 오즈의 '여자를 안다는 것'이다. 참으로 난해한 소설이다. 그의 대표작 '나의 미카엘'이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를 읽고 아모스 오즈에 관심이 커진 사람이라도 이 소설을 읽고 나선 그 난해함에 더욱 난처해진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 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이런 천재 작가도 이렇게 의아스러운 소설을 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모스 오즈의 다른 책을 먼저 읽지 않았다면, 분명 이 책을 완독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 그런데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제목이 그래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여자를 안다는 것 자체가 난해하고 난처하며 의아스러운 일에 맞닥뜨리는 일이니까. 이 소설엔 주인공 남자와 그의 딸, 그리고 어머니와 장모 네 사.. 2018. 9. 2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