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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야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보며

by 하 루 살 이 2021.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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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어릴적부터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32살에는 홀로 이스라엘을 여행하기도 했고, 시중에 나온 이스라엘 관련 책만 아니라 비슷한 나이대에서 누구보다 신.구약을 많이 읽었단 것을 재산 삼아 지금도 이스라엘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

그런 내가 이스라엘을 대표해 있는 대사를 만나 인터뷰한 것이다.

그 인터뷰는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 이후에 진행됐다. 나는 인터뷰 주제가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유대인의 시각에 맞춰지길 원했다. 그렇게 만난 대사는 다소 차갑게 보였고, 기자인 나를 경계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나는 약 1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가 여느 인사의 인터뷰보다 어려웠다고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예루살렘이 유대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사의 답변이다. 그는 여러 설명 마지막에 이렇게 답했다.

유대인의 왕이 오실 곳


나는 이 한마디에서도 최근 벌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10일 간의 충돌이 설명된다고 본다.


출처 CNN



유대인에게 예루살렘은 결코 한 부분도 용납할 수 없는 도시인 것이다. 유대인은 말한다. 어느 민족도, 국가도 역사상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은 적이 없다고. 유대인만이 그렇게 본다. 유대인에게 그곳만은 빼앗길 수 없는 도시이다. 다른 곳은 다 용납해도 말이다. 이슬람교인에게는 수도보다는 3대 성지로서 마찬가지 입장이리라. 1차 중동전쟁은 그런 유대인에게, 이스라엘 땅을 팔레스타인과 나누는 '두 국가 체제(Two- State Solution)'를 해서라도 같이 좀 살자는 유대인에게 '민족 말살, '유대인 전멸' 말하며 달려든 중동 국가들이 시작한 전쟁이었다. 거기서 역사가 꼬인 것이다.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이 갑자기 나타나 팔레스타인을 내쫓은 것이 아니다. 유대인은 그 전부터 그 땅을 개간하며 공존을 원했다. 그것을 아는 선량한 팔레스타인 민족도 있다.

이스라엘에 두 국가가 세워진다면 현재와 같은 분쟁도 대부분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PLO나 하마스 등이 두 국가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강경파 유대인도 비슷한 입장이리라. 그러한 분위기에서 예루살렘에 종교를 중심으로 한 분쟁이 끊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하마스가 로켓을 발사하고, 이스라엘이 더 강하게 대응한다. 어딘가에선 이스라엘을 겨냥한 전쟁과 핵도 준비, 개발하려 들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은 더욱 강화된다. 선량한 두 민족의 안전은 줄타기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누구의 잘못인가. 이스라엘만의 잘못인가.

출처 CNN


나는 대다수 기자가 그런 것처럼 이스라엘을 침략국가, 인권탄압국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현 문제에는 여기에 관심이 없던 기자들이 분쟁 때만 기사를 쓴다고 달러들는 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역사가 존재한다.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규정하기 힘든 곳이다. 유대인도 팔레스타인도 모두 문제이면서 아니기도 한 곳이다.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만으로 접근하면 길을 잃는 곳이다.

그런 곳에 가자 Gaza가 들어섰고, 테러가 벌어지고, 분쟁이 반복된다.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은 자국민의 피해를 몇 배로 되갚아 준다. 이번에도 종교 분쟁이 터졌고, 하마스가 먼저 로켓을 발사하는 식으로 나왔고 이스라엘은 더 강하게 대응했다. "우리는 이 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스라엘을 이해하지 않으면 이런 행동은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강국과 피해 약소국의 분쟁으로만 보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중립된 기사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추가 취재가 못 된 것이 아쉬울 뿐이다.

훗날 들은 바로는 이런 나에 대해 대사가 대사관 직원에게 "이 기자가 좀 특이하다"고 했다고 한다. 나로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인터뷰임에는 분명하다. 훗날 기회가 된다면, 지금처럼 다른 분야를 다뤄야만 하는 언론의 족쇄만 없다면, 이스라엘에 대해 제대로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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