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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해수욕장 겨울 바다여행 미세먼지 하나 없는 날. 동쪽 해안을 향해 차를 몰고 갔다. 바다에 도착하니 여름보다 더욱 새파랗게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풍경이 나타났다. 바다에 오랜만이었다. 반가움과 장대한 광경에 잠시 말을 멈췄다.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거대한 산을 바라보는 부자가 생각났다. 아들이 산을 보며 이야기하려 하자 아버지는 그 말을 막았다. "자연 앞에서 너는 작은 존재다." 지난주 찾아간 양양의 낙산해수욕장. 동해에 많은 해수욕장이 있어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모래사장이 많은 곳을 가고 싶어 낙산해수욕장을 택했다. 이날 파도는 상당히 거셌다. 바다는 추위가 심할수록 자기색을 온전한 상태로 드러냈다. 고난에서 진면목을 나타낼 수 있는 건 인간만이 아니었다. 자연이 먼저 그러했다. 원래 자연이 그러했기에 사람도 그.. 2018. 12. 11.
위트가 넘치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당시 나는 삼류 신문사에서 문화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작가가 되려는 나의 꿈은 그 축축한 편집국 사무실에서 매일 밤 사그라졌다. 새벽녘까지 남아 매번 소설을 새로 쓰기 시작했지만, 스스로의 재능과 게으름에 실망하여 중도에 그만두곤 하였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이 깊고 긴 새벽에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는 'Autumn Leaves'. 기타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말한 니체의 이야기 '욕망을 채울 수 없기에 우리 인생은 불행하다'는 내용이 절절하게 떠오르는 조용한 새벽이다. 최근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너무 재밌게 읽고 있다. '너무'라는 표현이 식상하고 뻔하고 불분명하지만 나는 분명 이 책을 너무 재밌게 읽고 있.. 2018. 12. 11.
영화 바울에 대한 비판 최근 영화 '바울'이 영화관 스크린에 올라왔다. 반가운 기분에 많은 교회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았을 것이다. 나도 교회 지인들과 이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고, 보는 김에 '우리 영화를 정확히 보자'는 의미에서 '사도행전'을 이틀만에 다 읽고 가자고 했다. 사도행전은 28장으로 이뤄져 있다. 이틀에 걸쳐 14장씩 읽으면 딱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하루에 약 3시간을 투자해 사도행전을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과거에는 모든 성경을 짧게 끊어서 읽었다. 그러다 보니 머리가 이해하는 부분도 단편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사도행전을 이틀에 걸쳐 한 번에 다 읽다보니 뇌에서 거대한 스토리가 그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도행전을 이미 10번도 더 넘게 읽었을 터였다. 그런데도 이렇게 박진감 넘치고 다이나믹했.. 2018. 12. 7.
유대인 영화 '오퍼레이션 피날레' "존엄성의 상실이란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산다는 것을 말하고, 빠져나갈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장 아메리 '죄와 속죄의 저편'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휩쓸었던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유대인 학살. 누구라도 유대인이면 학살의 대상이었고, 그들은 인간으로서 대우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죽어야 했고 죽여야 했다. 마치 박테리아처럼, 세균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인마냥 그렇게 누구라도 예외없이 죽어갔다. 600만명. 이 영화도 그렇게 죽어간 이들의 후손과 전쟁 이후의 모든 살아남은 인류를 위해 기록물로서, 그리고 인식의 저장고로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 '오퍼레이션 피날레 Operation Finale' 다.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구 모사드 요원들이 아르헨티나에서 한 .. 2018. 12. 2.
실화 영화 '극비수사'를 보고 잠이 오지 않아 넷플릭스로 영화 '극비수사'를 봤다. '극비수사'는 소제가 실화를 바탕이다보니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천재적 감각을 가진 형사가 여자 아이 유괴 사건을 다루는데 도저히 풀리지 않는 난제 앞에서 점쟁이의 도움을 받는다는 소제 자체가 흥미를 끌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기 시작한 영화. 보통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단 몇 분만에 다른 영화를 보는 경우가 흔하다. 영화관처럼 비싼 돈을 낸 것도 아니고 차분하게 앉아 볼 필요도 없다보니, 재미와 흥미가 없다 싶으면 바로 치우는 것이다. 그런 냉정한 소비자들을 상대해야 하며 살아남는 영화들 중에서 '극비수사'는 단연 손꼽힐만하다는 생각이 다 보고 나서 들었다. 충분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곳곳에 저것이 정말 실화였을까 하는 궁금증.. 2018. 12. 2.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를 보고 감동을 했다. 감동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다. 그 영화를 보고 잠시나마 생각에 빠진다면 그 영화는 진심으로 잘 만든 영화다. 이 생각이라는 것은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생각이다. 우리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지 않던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일요일 밤. 사실 나는 걱정이 앞선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것'이라는 내 사랑하는 성경에 쓰여진 말씀을 이렇게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어기고 사는 삶이 참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번 한 주는 잘 지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주말은 다시 올 수 있을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이 생각을 어김없이 일요일 저녁마다 하다 월요일 아침, 바쁜 일상에 깨끗하게 잊어버리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한 질문을 던진다. "하루를.. 2018. 11. 18.
김훈 '라면을 끓이며' 가장 존경하는 기자를 묻는다면 나는 '김훈'을 먼저 꼽는다. 기자는 많고 그는 현재 기자도 아니다. 하지만 그를 언급한다. 이상하게도 이 삶의 이름이 뇌리에서 가장 빨리 떠오른다. 이름이 쉬워서 일수도 있다. 그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비난 어조로써 그를 마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도 말한다. 그를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접해본 자들의 평이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은 그를 전혀 겪어보지 못했다. 그 런사람을 알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다. 잡다한 근거없는 평에 의지하지 않고 그의 글을 읽는 것이다. 사람을 알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라면을 끓이며'. "김밥은 끼니를 감다알 수 있는 음식이지만, 끼니를 해결하는 밥 먹기의 엄숙성에서 벗어나 있다. 김밥은 끼니이면서도 끼니가 아.. 2018. 10. 30.
노벨문학상 수상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날이 이토록 빨리 추워질 줄 몰랐다. 그토록 더웠던 날은 다 어디로 가고 이렇게 차가워진 걸까. 주위의 변화는 참으로 기이하다. 그래서일까. 평소 읽기 힘들어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도시'가 그나마 이전 날들보다 잘 읽혔다. 이 소설의 온도는 지극히 차다. 겨울을 배경으로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렸고, 그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겨울을 헤매는 길 위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나는 어찌나 먹먹한 기분을 느꼈나 모른다. "브레데가 차를 세우고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순간, 나는 어떤 막연한 예감을 느꼈다. ...그는 여전히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금도 아직 꿈속에서 내가 다시 보곤 하는 그 이상한 웃음. 나는 베송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드니즈는 앞.. 2018. 10. 27.
데드풀 1, 2편 후기 B급 감성이 풍부한 영화를 보면 좋은 이유가 있다. 심오하지 않고 무작정 유치하지 않으면서 위트와 감동, 철학적 의미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보여주기 때문 아닐까. 데드풀 1, 2편을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데드풀은 슈퍼히어로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욕설이 난무하며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가 끝날때까지 이런 폭력성과 유머러스움이 철철 넘친다. 기존에 이런 영화가 있었다면 '킹스맨'이나 '킬러의 보디가드'일 것이다. 하지만 데드풀은 '더 나갔다'. 그야말로 '약 빨고 만든 영화'다. 감독은 그야말로 인간 욕망과 폭력성을 고스란히 한 인물 안에 쏟아냈다. 데드풀을 통해 기존에 볼 수 없던 슈퍼히어로를 탄생시킨 것이다. 사실 엑스맨이나 로건, 블레이드, 슈퍼맨, 베.. 2018. 10. 14.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후기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영웅이 되는가를 다룬다. 아무래도 '영웅'이란 단어를 우리는 잘 쓰지 않는다. 과거 전체주의에서나 사회적으로 통용되던 단어가 '영웅'이며, '영웅주이'다. 영웅이란 일단 모든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도 포함한다. 아울러 과거 역사를 보면 적군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고 그 적군을 쳐부실 때 우리는 그를 가리켜 영웅이라고 한다. 하지만 역사가 민주사회의 과정 속으로 들어오면서 '영웅'이란 단어는 폐기되었고, 다수에 의한 통치가 가능해지면서 이 단어는 고작해봐야 '어벤져스'와 같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오락성 짙은 단어가 되었다. 우리 시대에 그럼 영웅이란 단어과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권력의 분권화.. 2018. 10. 11.
클린트 이스트우드 '15시17분 파리행 열차'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2018년 개봉한, 다소 한국인들에겐 생소한 영화 '15시 17분 파리행 열차 The 15:17 to Paris'.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리고 실제 인물들이 주인공 역을 직접 맡아 촬영했다. 그 점에서 굉장히 독특하다. 그리고 더욱 현실적이다. 몰입감은 여기서 연유한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일부 블로거들의 글을 살폈다. 일부 블로거들은 '지루하다'고 표현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답지 못하다는 표현도 있었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영화의 잔잔함이 클라이막스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전혀 반대였다. '15시 17분 파리행 열차' 영화는 분명 우리의 삶과 직접 연결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2018. 10. 3.
'더 포스트' 기자란 무엇인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새벽 4시까지 이어진 술자리로 인해 컨디션을 제대로 찾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토요일 아침 8시30분부터 지방 일을 나섰고, 결국 그날 토요일 자정을 넘겨서야 차가워진 서울 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착잡한 심정들이 뒤얽힌 상태로 집까지 걸어갔다. 날씨는 그 무덥던 여름을 비웃는 듯 차가워져 있었고, 집에 돌아와보니 토요일 아침 급하게 약속 장소로 나간 탓에 정돈되지 않은 이불이며 잠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 그걸 하나하나 챙기들고 정돈했고, 무거워진 몸둥아리를 이끌고 욕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집안에 춥다는 걸 느꼈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쉽게 잠들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피곤한 상황에서 나는 쉽게 잠을 청하지 못.. 2018.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