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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by 하 루 살 이 2018.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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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를 보고 감동을 했다. 감동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다. 그 영화를 보고 잠시나마 생각에 빠진다면 그 영화는 진심으로 잘 만든 영화다. 


이 생각이라는 것은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생각이다. 


우리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지 않던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일요일 밤. 사실 나는 걱정이 앞선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것'이라는 내 사랑하는 성경에 쓰여진 말씀을 이렇게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어기고 사는 삶이 참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번 한 주는 잘 지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주말은 다시 올 수 있을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이 생각을 어김없이 일요일 저녁마다 하다 월요일 아침, 바쁜 일상에 깨끗하게 잊어버리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한 질문을 던진다. 


"하루를 어떻게 살고 있나."


아무리 그래도 죽지 못해 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것을 느끼며 살진 않을 것이다. 오직 바쁘기만 할 뿐이니까. 잠시 앉아 생각에 잠긴 적도 없이 바쁘기만 하니까. 그런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내일도 나는 아침나절부터 무언가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저번주 월요일도 그랬고 그 전 월요일도 그랬으며, 사회생활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예외는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나는 "예루살렘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예루살렘 감람산에 올라 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처럼 나의 상상도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33살이다. 어느날 일기를 보다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21살, 군대도 가기 전 나이에 나는 누군가에게 "예루살렘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고 그 말을 듣고 있던 몇 몇 사람들은 비웃었다. 그 위험한 국가에 왜 가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심정을 알 턱이 없었다. 굳이 설명해준다 해도 알 순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나만의 것이었으니까.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이후 내 소중한 것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위험한 국가에 실제로 갔고, 그곳에서 잠시나마 머물며 내가 원하는 곳을, 내가 보고싶은 곳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둘러봤던 기억이 난다. 남들은 전혀 모르는 곳에서, 내가 간 것조차 아무도 모르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나는 나와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들이 있다. 


주인공 월터가 찾아헤매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아이슬란드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내리막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 그 남자를 만나기 위해 산등선을 뛰어올라가는 모습. 무언가를 위해 그토록 전력질주하는 그 모습이 나는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직 한가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스포츠인들을 보며 우리가 감탄하고 존경하듯 말이다. 




그리고 그가 찾아나선 그 사진작가를 만났을 때 나눈 그와의 대화. 히말라야 표범을 기다리는 사진 작가는 그 표범을 발견하고서 월터에게 그 표범을 사진 망원 카메라로 보여줬다. 하지만 기대하던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멀리 바라봤다. 월터가 왜 사진을 찍지 않냐고 물어보자 그는, 



"아름다운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사진을 찍지 않고 그저 그 순간을 느낀다."


그는 이런 말도 남겼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자 그렇게 인생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봐야 누군가의 주목은 그저 잠시 지나가는 것들에 불과한데도 그런다. 나만의 만족이지 남들은 다 잊어버리고 만다. 그런 신기루 같은 것들에 우리는 너무 집착하고 산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혹은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움은 우연의 곳에 있다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표범이 나타난 것, 그 순간에 내가 있다는 것, 그 순간을 기다린 사진 작가를 찾아 헤맨 모든 과정 속에 내 열정이 투여된 것. 그것들은 하나같이 우연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모든 우연한 인연들이 만들어낸 것이므로 그것을 우리는 아름답게 여긴다. 그 아름다운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나가며 인생을 아름답게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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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결과는 너무나 아름답다. 우연의 산물들에 의해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기분 좋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를 봤다. 내일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지 걱정인 것은 그대로나 이런 나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옅은 미소를 지어본다. 


조만간 이스라엘 사진들을 인화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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