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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32

예루살렘 여행 그리고 생각 "겨울밤에 예루살렘의 건물들은 검정색 배경 앞에 얼어버린 회색의 형상처럼 보인다. 억눌린 폭력을 잉태하고 있는 풍경. 예루살렘은 때로 추상적인 도시가 된다. 돌과 소나무, 그리고 녹슨 쇳덩이들."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 아모스 오즈는 예루살렘을 음울하고 침울한 분위기로 자주 표현했다. 그에게 히브리어는 깨지기 쉬운 도자기였다.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 불안한 미래. 유대인은 언제 어디서나 이방인이었고 고국 땅에서조차 그들에게 외쳐진 목소리는 '민족 말살'이었다. 민족 말살. 유대인을 이 땅에서 쓸어버리겠다는 그 협박과 경고의 목소리. 유대인은 조용히 다시 당할 수만은 없었다. 팔레스타인과 유대인의 끝날 길 없어보이는 갈등은 역사는 참으로 어렵고 복잡하기 그지 없다. 예루살렘 하면 .. 2018. 5. 26.
이스라엘 여행이 남긴 것들 지금까지 쓴 이스라엘 여행기에서 다 못 쓴, 공개하지 못한 사진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 사진들을 일단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블로그를 열었다. 이스라엘 여행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 척박하고 황량한 땅. 무질서해 보이는 도시. 밤이면 강한 추위가 엄습하고 낮이면 더위에 살갖이 타들어간다. 가늠하기 어려운 변화들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북쪽의 이스라엘은 굉장히 비옥했지만 남쪽으로 갈수록 모래와 돌덩어리들로 덮인 광야가 끝없이 펼쳐졌다. 지도로만 봤을 땐 작은 땅덩어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마주친 이스라엘은 굉장히 크고 넓은 땅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가끔 온화하면서 언제나 무서운 기운이 그 땅에 서려있었다.. 2018. 5. 25.
유대 광야를 여행하며 유대 광야의 기억. 2017년 2월 이스라엘 여행 중 광야를 여행한 적이 있다. 어느 곳에 가다보면 차량 네비게이션이 끊어지는 곳도 있었다. 그럴 땐 과거 방식의 여행, 여행 책자를 피고, 지도를 펴서 내가 어디쯤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갈라진 갈림길 앞에서 잠시 멈춰서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런 갈림길은 꼭 지도에 잘 표시가 안 되어있거나 애매모호하게 그려져 있었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저 산이 지도의 어디 쯤일까 생각하고 판단을 내려 갈 길을 재촉하는 것. 긴장과 묘미가 동시에 존재하는 여행이었다. 유대 광야는 그런 여행이 가능케 하는 장소였다. 유대 광야를 가는 방법은 다양하나 나는 마사다와 사해를 가는 여행 중에 유대 광야를 경험했다. 이스라엘인이 나에게 말해준 건 이스라엘에는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2018. 5. 13.
이스라엘 박물관 방문기 ① 성전 모형을 둘러보며 이스라엘 박물관 방문기 ① 성전 모형을 둘러보며 이스라엘 여행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박물관 방문기다. 나는 예루살렘을 둘러보고 저녁이 다 된 시간 박물관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박물관 직원이 문 닫을 시간이 거의 다 됐다며 1~2시간 정도만 볼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그래도 어떠랴. 나는 이스라엘에 있고 이런 기회는 흔치 않는 법. 표를 끊고 들어갔다. 다시 오면 되는 것이니까. 여행이 즐거운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무작정 내키는 대로 하는 것.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따라 움직인다. 항시 계획적이어야 하고 스케줄에 따라 사는 삶의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나는 점점 어두워가는 박물관을 여유로운 보폭으로 거닐었다. 그런 와중에 이스라엘 박물관이 엄청 크다는.. 2018. 2. 9.
예루살렘 무덤가를 거닐면서 사람은 죽는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우리는 왜 신을 믿는가. 우리는 왜 신을 찾는가. 바로 영원성 때문이 아닐까.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영원히 사는 것에 대한 열망으로 신을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 이스라엘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감람산의 무덤 사이를 한참이나 걸어 올라갔던 경험이다. 유대인의 죽음. 성경 에스겔에서 선지자 에스겔이 뼈들이 살아 움직여 거대한 군대가 되는 환상이 떠오른다. 생기가 그 군대에 들어가는 장면들. 나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도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으니까. 이스라엘 민족은 독특하다. 돌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돌맹이를 올려 놓는다. 죽은 자를 이렇게 기린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으나 물을 길 없어 그저 바라봤다. 누군가의 무덤에서.. 2018. 2. 2.
다윗의 망루에 올라 바라본 예루살렘 전경 이스라엘 도착 둘째날. 아침 일찍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숙소가 있던 지중해 연안 도시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차로 약 1시간 30분 걸린다. 당시 예루살렘에 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뛰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예루살렘. 유대인들은 수천년 동안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하고 울었다. 100년 전 유럽에서 일어난 시온주의도 바로 이스라엘로 돌아가고자 일어난 유대민족의 회복 운동이었다. 그 중심엔 예루살렘이 있었다. 예루살렘은 유대인의 꿈과 이상이었으며 민족의 정체성이 담긴 도시다. 이 도시가 내게 그토록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대인의 희망을 위한 처절한 투쟁과 싸움.예루살렘엔 보이지 않는 것을 얻고자 수천년 역사를 거쳐온 이들이 만든 정신이 서려 있다. 이곳에서 인생의 깊은 의미, 더 나.. 2018. 1. 25.
이스라엘 땅에 사는 유대인을 바라보며 이스라엘 여행에서 신경써서 했던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이다.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유대인. 그들을 자세히 바라보는 일이었고, 그들의 그늘을 사진으로 설명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성경적으로 선민이고, 정치사회적으로 탁월한 민족이었다. 유대인.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고민이 된다. 오해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들을 가리켜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민족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일부 과격한 정치적 팔레스타인에 의해 그들의 운명과 이스라엘에 살고자 하는 민족적 열망이 뒤엉키게 됐다고 말해야 옳다. 이스라엘은 되려 팔레스타인과 타협할 자세가 있다고 줄기차게 말해 왔다. 팔레스타인 정치세력만 "이스라엘은 사라져야 한다"고 외쳤다.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 분리장벽은 팔레스타인 스스로 자.. 2018. 1. 21.
Drinking the dark coffee in Jerusalem When I return to my country from Israel trip and concentrate on my work, I suddenly think of Israel. Before going to Israel, I was exhausted from work and I wanted to rest for a while. I wanted to go somewhere. I thought that it will be good for me even if it is a very short time. I thought of Israel. And I went to Israel. Israel is a country where Jews, who have survived a series of disgrace an.. 2018. 1. 17.
예루살렘의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면서 이스라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일에 집중하다 보면 불현듯 이스라엘이 떠오른다. 당시 나는 이런 저런 일에 많이 지쳐있었고 잠시 쉬고 싶었다. 아주 잠시라도 좋으니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나라가 이스라엘이었고 나는 그곳을 향해 떠났었다. 동경의 나라. 치욕과 실패의 연속, 민족 말살을 버텨낸 유대인의 나라. 그 나라에 가고 싶었다. 그곳에서 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생존의 위협을 느껴며 그래도 삶을 영위해나가는 사람들의 얼굴과 웃음을 보고 싶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내 삶을 돌아보고 나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스라엘에서 내가 찾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딱히 알 순 없었지만 대충 이럴 것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이스라엘로 향했던 것이다. 긴 시간의 비행도 나에게는 큰 행.. 2018. 1. 16.
이스라엘 여행 중 쓴 일기 일기를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도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자정이 돼 집에 온 나는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며 일기를 썼다. 군대에서도 그랬다. 여유가 생기기만 하면 손바닥 만한 수첩을 꺼냈다. 그 순간의 감정과 떠오르는 생각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쌓여가는 일기는 나만의 역사가 되어 갔다. 이스라엘 여행에서도 나는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스쳐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놓으려 펜을 들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2017. 2. 24. 금. 08.37. 텔아비브 올드 욥바. 베드로가 광주리 환상을 본 장소. 텔아비브 해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 곳. 어릴 적부터 꿈에나 볼 수 있어 동경의 장소였던 텔아비브. 나는 첫날 늦은 밤 이곳에 도착했고, 떠날 때도 이곳을 방문했다.. 2017. 11. 10.
예루살렘 감람산 석양을 보며 찍은 영상 예루살렘 감람산 석양을 보며 찍은 영상 이스라엘을 다녀온지 8개월이 지났다. 여러 글을 썼지만 못 쓴 글이 많다. 그런 와중 아는 동생이 이스라엘 여행 영상을 보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멈칫한 이유는 머릿속에 수많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블로그 링크를 전달했다. 영상 원본보다 블로그를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스라엘 영상을 찍을 당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왜 찍었는지. 영상이 말하지 않는 것을 블로그에 쓴 글은 말하고 있다. 바람 강도, 하늘 색, 사람들의 표정 등. 비록 정확하진 않겠으나 정직하게 설명하고자 한 글들이다. 조금이나마 이스라엘 사진과 영상이 제대로 전달되리라 믿었다. 아래 영상은 감람산에서 찍었다. (영상 속 바람 소리가 많이 들린다. 영상을 찍.. 2017. 10. 9.
예루살렘은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예루살렘의 거리를 잊을 수 없다. 유대 상인들. 중동의 다양한 상품. 나를 향한 상인들의 욕망의 손짓, 해석 불가능한 히브리어. 해가 지고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 삶의 불안. 수천년 역사. 차가운 성벽. 그림자. 이 모든 걸 관통하고 있을 신의 섭리. 예루살렘. 참으로 매력적인 도시다. 말할 수 없이 많은 역사가 이 안에 있다. 나는 예루살렘 거리를 걸으며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루살렘은 나에게 도수 높은 포도주였다. 한눈에 사랑에 빠뜨리고 남을 여인이었다. 그에게 다가갈수록 바다의 심연처럼 헤매고 방황했다. 경험과 상식, 이성은 그 앞에 좌절했다. 이른 아침 다윗성 옆 노천까페에 앉아 아침을 먹다 찍은 사진이다. 랍비들이 어딘가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해가 지면 그들은 반대 방향으로 .. 2017.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