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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유럽 아무도 모를 장소에 서다

by 하 루 살 이 2018.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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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 


과거 20대를 떠올려본다. 나는 거침없는 글을 자주 썼다. 그럴 때마다 내가 글을 잘 쓰는 줄 알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거침이 없었고, 뭔가 잘 될 것 같은 희망이 많았다. 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 글쓰기라는 행위를 할 때 나는 자주 멈추고 생각하고 지우고 덮어버리는 게 됐다. 직업이 글쓰는 일이면서도 이렇다. 글 쓰기를 무서워한다. 누군가 그랬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지 말라."


이런 걸 생각하면 취미를, 혹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여행이다.





이번 네덜란드는 지난 2월에 갔던 것과 많이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겨울에 나는 과연 네덜란드에 있었던 걸까 싶을 정도로 바빴다. 실험실 숙소 실험실 숙소. 반복된 하루한국에 돌아오는 날까지도 변함없었다. 


그때는 그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나는 당시 일에 미쳐 있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진실을 밝히는 일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나를 내 능력 이상의 것을 발휘하도록 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이라고 해놓고 더 멍청하게 말해버렸다. 


그런데 이번 7월의 네덜란드는 완전히 달랐다. 일단 주말이 내게 있었고 그 주말은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었다. '이런 적이 언제 또 있었던가. 앞으로도 이런 날이 많았으면..'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사진들은 우연히 찍은 사진들이다. 어느 관광지도 아니다. 아래 두 사진은 정말 작정하고 아무 곳이나 내키는 대로 다른 길 빠져 도착한 장소다. 그래서일까. 더욱 긴장감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풍경이 존재했다. 



당시 분위기를 지금도 기억한다. 차 하나 없고, 사람의 정신을 빼놓는 소음도 없었다. 저녁 바람에 흔들리는 풀 소리가 공기를 채워갔다. 하늘 높이 나는 새들의 소리가 크다면 가장 큰 소리였다. 


상대적으로 호수 주변은 더 빨리 빛을 잃어갔다. 멀리 있는 호수는 마지막까지 빛날 자연의 거울이었다. 그곳에 멈춰서자 나는 조금 고독해졌다. 여기가 어딜까.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생각들이 떠올랐다. 


여행에는 우연이 넘쳐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정제되고 우연이 없는 곳에는 모든 생각과 감정이 멈춰 있을 수 있다. 멈추면 고이고 썩을 수 있다. 자연의 섭리는 흘러가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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