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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화이트헤드 '이성의 기능'과 도올 김용옥

by 하 루 살 이 2022.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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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가 말하는 이성은 저 하늘 위에 고고히 매달려 있는 어떤 추상적 실체나 본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몸'이라는 거대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현상과 일원적으로, 즉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어떤 기능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이트헤드에게 있어서 "이성"이란 "실체"가 아닌 "기능"이다. 이성이 우리의 몸에서 어떠한 기능을 달성하느냐 하는 그러한 각도에서만 그 실체성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이성의 기능 The function of Reason  p.24~25

 

 

 

 

어떤 책은 읽다가도 멈칫하게 하는 책이 있다.

그 책은 생각의 넓이를 확대하는 기분을 자아낸다. 그래서 너무 아까워서 무작정 덤벼들기가 힘들다. 이런 책은 무한한 지적 기쁨을 가져다준다. 그 지적인 것은 우주보다 신비롭고 기묘한 우리의 뇌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래서 그 지적인 것을 무한한다 한 것이다. 이런 상태를 나는 우연히 만난 책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일종의 기적으로도 여긴다. 

 

이 책은 수학자이며 철학자인 화이트헤드가 쓰고, 도올 김용옥이 번역했다. 화이트헤드는 비록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으나, 지식인들에게는 매우 유명하다. 대작 '서양철학사'로 노벨문학상을 탔던 버트런드 러셀의 스승이기도 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내가 기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1861년부터 1947년까지 살다 간 헤이트헤드의 생각을 이 순간 내가 읽고 감동하고 있어서다. 나는 지금 그가 내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본인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이 사태야 말로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도올 김용옥 선생에 의하면 화이트헤드는 당대 아인슈타인과 견주어도 손색 없는 과학자라고 한다.

그런 그가 철학자로서도 활동하며 이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존에 없던 철학적 사유가 나타났다. 

 

그것은 물리학처럼 현실에 직접 와닿는 '이성'에 관한 것이다.

우리의 살갗에서 느낄 수 있고, 변화하는 몸에서 기능하고 있는 실체로서의 이성이다. 사실 우리의 몸을 떠난 진리를 이야기한들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더 나아가 우리와 상관이 없어진 이데아를 이야기한들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유익을 가져다주겠는가.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다툼과 소요를 일으킬 뿐이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화이트헤드의 설명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도올 김용옥 선생이 해석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일반인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준다. 그 글들이 기가 막힌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한다. 서양철학사를 관통해온, 우리의 몸을 떠나고 지상의 대지를 벗어난 진리가 있었다면 그와 반대에서 작용하는 진리가 있다고. 현 순간에 숨 쉬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가능성과 이를 실현하고 있는 이성이 그 두 번째의 진리이며 그것이야말로 진짜고 우리가 바라봐야할 진리였던 것이다. 그것은 풀 한 포기에서도 발견되며, 하늘의 새를 보면서도 알 수 있는 진리이다. 이성의 실체는 멀리 있지 않다. 

 

그렇게 우리는 삶의 가까운 곳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매우 단순하지만 미처 잊고 있던 기적을 발견할 수 있다. 바람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는 살아있는 몸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이성의 위대한 기능이다. 그렇게 우리는 더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다. 희망, 얼마나 멋진 단어인가. 

 

 

이제 나는 인간의 환경에 대한 능동적 공격을 설명하는데 다음의 3중의 충동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는 테제를 제의한다. 1. 산다. 2. 잘 산다. 3. 더 잘 산다. (중략) 우리의 논의는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상의 기능이라고 하는 주제로 되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I now state the thesis that the explanation of this active attack on the environment is a three-fold urge : (i) to live, (ii) to live well, (iii) to live better. (중략)  It is at this point of our argument that we have to recur to the function of Reason

이성의 기능 The function of Reason p.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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