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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도올 김용옥의 '노자가 옳았다'를 읽고

by 하 루 살 이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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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세계를 철인의 마음으로써가 아니라

시인의 마음으로써 바라보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

 

도올 김용옥 '노자가 옳았다'

 

 

 

2020년 여름.

50일 장마가 있던 그때 나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노자가 옳았다'를 읽었다. 이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소중했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 급하게 읽지 않았다. 그랬기에 이 책이 전하는 인간의 의미를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언제나 도올 선생은 나에게 지식의 기쁨과 깨달음의 기회를 준다. 

 

불현듯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제주 4·3 기념식에서 도올 선생님이 나와 읽으신 '제주 평화 선언문'이다. 이 선언문은 한 시대의 고발서이자 정의를 위한 외침서였다. 그리고 제주 사람들과 함께 참혹한 과거를 알게 된 모든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시였다. 내가 이미 '도올 김용옥 제주 4·3을 말하다'의 모든 영상을 본 결과, 이 짧은 6분의 선언 낭독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이리라. 

 

www.youtube.com/watch?v=VE6CEr7RkNE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시란 한 시대를, 한 역사를 그리고 지금을 가장 잘 묘사하는 인간의 유일한 도구라고. 시는 글자만이 아니라 노래의 가사도, 악기의 소리도, 농부의 쟁기질도, 여인의 웃음소리도 포괄한다. 인간을 표현하는 모든 것이 시다. 형언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대체 무엇으로 알 수 있겠는가. 도올 선생의 4·3에 대한 6여분의 짧은 낭독 또한 그렇다. 정치인들이 가슴에 진정성 없이 말하는 그것보다 훨씬 진솔하고 사실적이며 역사적이다.

 

도올 선생은 그렇다. 그의 말은 언제나 담백하다. 누군가처럼 뒤가 구리지 않다. 욕도 맛있게 한다. 그리고 언제나 솔직하다. 참으로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그의 삶은 글에도 너무나 잘 녹아있다. 그의 글이 언제나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차원 높은 표현력과 전달력을 가지고 진리를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글을 읽고 있는 나를 발전하게 한다. 

 

'노자가 옳았다'도 그렇다. 이토록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노자의 글을 어떻게 이렇게 맛갈나게 설명하고 있는지 그 자체만으로 놀랍다. 시중에 깔린 노자의 주석서를 보면 읽고 싶은 마음이 뚝뚝 떨어지게 만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찌나 지식인 체하는 태도로 글을 썼는지, 당최 읽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역시 다르다. 이렇게 밖에 칭송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이 책에서 보이는 도올의 사상은 역시 현실적이다. 정신과 육체의 이원론을 그는 거부한다. 눈에 보이는 몸. 이 몸의 항상성, 건강의 지속성, 몸의 건강함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며, 이보다 더 앞선 것은 없다는 논리에 나는 백번 동의한다. 정신과 육체는 단어처럼 쉽게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 건강의 지속성이야말로 곧 내 정신의 건강함을 담보한다. 이것을 도올 김용옥 선생은 언제나 강조한다. 

 

 

동방의 사상에는 초월적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세적 시공간에서 사는 인간의 구극적 관심은

현세적 시공간의 관계성 속의 자기존재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오래 사는 것이다.

오래 살되 병마에 시달리며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도록 삶의 기쁨을 향유하는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도록 삶의 기쁨을 향유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자기존재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이 설명. 이것이야말로 현시대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진정 누리고 싶어 하고, 또 누려야 할 진짜 목표 아니던가. 

 

 

나는 저 나는 새가 멋있어 찍었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 날개짓인가. 우리 안간은 언제나 저 공중나는 새를 공경했다. 앞으로의 10년, 20년에도 이런 대지자연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계속 볼 수 있을 것인가. 이 의문이야말로 진정 인간이 느껴야할 두려움일 것이다. 

 

 

노자의 사상에는 이 구극적 인간의 관심을 이루기 위하여 '허虛'를 말한다. '빔'의 철학이 노자의 철학이다. 그리고 도올의 철학이다. 나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전에는 그 구체성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서야 비어있음의 중요성을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빔의 자세는 본래의 자기 모습을 되찾는 방법론이다. 곧 자연스러운 나를 되찾아 유지시키는 것이다. 부자연스러울 때 우리나 사회나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던가. 

 

거추장스럽지 않고, 정도를 알고, 스스로 그러하게 만들어진 나 자신을 지키고 가꾸어 나갈 줄 아는 사람의 삶의 태도. 

 

나는 그것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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