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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캡틴 아메리카

by 하 루 살 이 2019.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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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지금까지 어벤져스 시리즈를 총망라한 영화이며 아이언맨의 죽음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제시한 영화이다. 

 

많은 영화들이 후작들에서 그 가치를 잃어간 것과 대비되게,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야말로 모든 전작을 압도하는 스케일과 흥미로운 스토리들로 채워졌고 관객들은 누구나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느꼈다고 입을 모은다.

관객으로서 어벤져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사실 전작들을 모두 봐야 한다. 전작들을 보지 않고선 왜 마지막 토니 스타크의 마지막 대사 "아이 앰 아이언맨"에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고, 캡틴 아메리카가 타노스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토르의 망치를 들었을 때 관객 탄성을 지르는지도 알기 힘들다. 

 

또 마지막 전투에서 여전사 발키리가 백마를 타고 나타나고, 블랙팬서와 와칸다 용사들이 나타나는 모습, 닥터 스트레인지의 등장과 그가 아이언맨에게 보여주는 제스처 하나까지. 간단한 장면들이지만 그 안에 많은 사연들이 담겨 있다. 몇 스토리들은 영화 한 편으로 개봉됐었을 정도로 장대하다. 이런 점들을 알고 있어야만 엔드게임이 제대로 이해된다는 의미다. 

나 또한 다른 관객처럼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오래전부터 기대려 왔던 터였다. 전작들을 보면서 이 시리즈에서 재미를 많이 느끼고 있어서 과연 엔드게임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기대를 많이 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기대 이상의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 티켓이 아깝지 않았고, 이제 10년의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는 것에 아쉬움마저 느꼈다. 내 예상에 엔드게임은 1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다. 

 

이 글의 제목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적은 이유는 사실이 있다. 

어벤져스에는 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지금의 팬덤 형성도 이런 다양성 때문에 가능했다. 다양한 성격과 인격을 가진 관객들이 영화의 한 영웅을 모두 좋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다양한 영웅들을 제시하며 관객이 자기 자신에게 어울릴 법한, 혹은 되고 싶은 영웅에 빠져들도록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에게 있어서는 캡틴 아메리카였다. 

그는 다소 답답한 구석이 있었다. 너무 영웅적이고, 도덕적인 스타일을 가진 히어로다. 다른 영화에서도 흔한 캐릭터다. 능력도 '힘이 세다' 일 뿐이다. 토니 스타크처럼 기술의 천재도 아니다. 토르처럼 번개를 이용하는 천상의 신도 아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들처럼 유머가 넘치지도 않았고, 헐크처럼 "우리에겐 헐크가 있어"(We have a Hulk)를 다른 히어로들이 외치게 만들 수 있는 괴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그저 인간이다. 

그래서 나도 캡틴 아메리카에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어벤져스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서 지루할 수 있는 그의 캐릭터에서 빛이 나는 걸 알 수 있었다. 비록 답답한 캐릭터이나 나중에는 오히려 이를 유머로 소화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그리고 나는 캡틴 아메리카를 보며 남들과 다른 자기 자신만의 캐릭터가 혹시라도 진부해 보이고 무가치해 보여도 그것이 내게 중요하다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엔드게임 전작인 '인피니트 워'에서 완다 막시모프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난 캡틴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율을 자아냈다. 캡틴을 떠올릴 때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그는 그의 친구 버키 바즈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 팀들과 헤어질 각오로 다투고 마지막엔 아이언맨과 사투를 벌인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가 그가 든 방패를 두고 "너의 친구가 죽인 아버지가 그 방패를 만들었다 너는 그 방패를 가질 수 없다"라고 했을 때 미련 없이 방패를 내려놓는다. 그런 그가 어벤져스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났던 것이다. 그런 장면들이 모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특히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힐만한 장면은 인피니티워 마지막에서 나오는 타노스와 대결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결코 타노스를 맨손으로 제압할 수 있는 히어로가 아니다. 그는 지극히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타노스를 향해 돌진했다. 타노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당연히 타노스는 꿈쩍도 안 했다. 결국 타노스는 그를 향해 왼손에 끼워진 인피니티 건틀렛을 쥐려는 순간, 두 손으로 타노스의 왼손 건틀렛을 막아섰고 온 힘을 향해 타노스가 왼손을 쥐지 못하게 했다. 그 짧은 순간이 나에겐 마치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타노스의 표정은 '어떻게 이렇게 나약한 이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겨우 인간인 주제에 나의 힘을 잠시나마 방해할 수 있나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타노스는 캡틴이 온 힘을 다해 방어하는 것에 잠시 주춤했고, 다시 정신 차리고 나머지 오른손으로 캡틴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하지만 우린 여기에서 인간의 불가능에 도전하는 그 힘을 볼 수 있었다. 캡틴은 이 장면에서, 우리 인간이 전 우주에서 겨우 땅을 뚫고 나오는 풀 한 포기 같은 미약한 힘을 지닌 존재지만 우리는 전 우주의 모든 기적 가운데 가장 위대한 기적이라는 의미를 전달했다.  

그리고 마지막. 엔드게임 마지막 전투에서 그의 방패가 타노스 앞에 무참하게 부서져 갔지만 그는 토르의 망치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이는 토르의 아버지 오딘이 영화 '토르'에서 말한 바 "자격을 갖춘 자가 이 방패를 얻게 될 것이다"라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토르 외에 이 망치를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적합한 인물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매우 인간적이고 인간이기를 한 번도 포기하지 않은 그 캡틴이었음을 증명해 낸 것이다. 

 

어벤져스는 이렇게 한 인물에서도 생각할 점을 많이 전달하는 영화다. 사람들이 열광한 것도, 아니 내가 이 영화를 재미 그 이상으로 봐왔던 것도 이런 내막의 철학들이 너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어벤져스는 엔드게임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앞으로 스파이더맨, 나타샤 등 새로운 작품들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작품들이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들을 펼쳐낼지, 이번 엔드게임으로 그 작품들이 빛을 발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지금까지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열광케 했던 그런 10년의 대장정은 여기에서 끝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어벤져스 시리즈의 열기는 더 이상 이어지기 힘들지 않을까 예상된다. 너무 재밌는 영화였다. 다시 이런 영화들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재밌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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