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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by 하 루 살 이 2024.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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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들어간 물에는 다시 들어갈 수 없다.

 

 

 

나는 철학서를 즐겨 읽는다.

나는 '우리는 철학을 해야 한다'와 같은 어렵고 복잡한 말은 싫어한다. 삶이란 것이 결국 '철학하는 삶'이겠지만, 그 표현을 굳이 어렵고 복잡할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다. 그런데 사실 철학자들의 태도는 조금 그런 측면이 있다. 하나라도 어렵게 말하려는 태도가 있다. 그 결과로 '철학하다'라는 표현은 오히려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래서 나는 '철학하기를 즐긴다'와 같은 아리송한 말을 하지 않고, 정확하게 '철학서를 즐겨 읽는다'라고 알아듣게 말한다. 

 

 

 

최신작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라는 책을 읽고 나는 이런 생각을 더 강하게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글은 쉽기 때문이다. 철학서라면 사실 이렇게 쉬워야 한다. 표지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일부러라도 즐겁게 보길 원한 저자와 출판사의 의도가 담겼다. 삶이란 결국 즐거움에 있지 않는가. 철학도 원래 즐거운 것이다. 

 

그리고 철학 담론은 사실 크게 어렵지도 않다. 또 어렵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어느 정도 생각하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면 버려버리면 그만이다. 자신에게 맞는 담론은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나가고 그러다보면 거기에서 새로운 철학이 또 탄생할 수 있다.

 

 

 

 

'한 번 들어간 물에는 다시 들어갈 수 없다'를 받아들이면 성경의 '강물은 바다를 채우지 못하고 그리로 연하여 흐른다'로 이어지며 수만 가지 생각을 만들어 준다. 서로 다른 듯해도 삶의 지혜를 쉬운 말과 비유로 하고 있어 우리의 뇌는 그것을 가만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이 책은 이 문제를 잘 인식한 저자의 노력이 많이 담겨 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의 말도 그와 비슷한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를 학자 특유의 긴 옷을 입은 모습으로만 상상한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친구들과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법률'과 '정치학'을 쓰는 과정을 즐겼고, 그렇게 즐기기 위해 책을 썼다. 그것은 그들의 삶에서 가장 덜 철학적이고 덜 심각한 일이었다. 가장 철학적인 일은 평온하고 단순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파스칼 팡세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p.35

 

 

 

파스칼에 의하면 철학자들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고, 그런 평범한 삶을 철학하는 삶으로 생각했다. 대화를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타인에게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타인에게도 배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거기에서 철학이 시작됐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교제가 지금의 철학을 탄생시켰을 것이란 말이다. 더 재밌게 대화할 소재를 만드는 그 과정이 개인의 철학적 담론을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고, 책을 만들었고, 이론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화하기 위해 철학을 했던 것이다.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의 글체도 경어체다. 상대방을 높이고 있다. 읽기가 더욱 편하다. 

중간중간 사진들도 담겨 있어 독서 중간에 생각이 쉴 수 있다.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오랜만에 본 편한 철학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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