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했다.
나는 그 개봉일에 맞춰 영화관을 찾아 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얼마나 기다렸던 영화였나 모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역사와 관련해, 그리고 과학과 관련해 만들어낸 영화인 데다, 나의 어릴 적 궁금증을 항상 유발한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그려낸 영화라는 점에서 나는 작년부터 이 영화를 기다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기다려온 영화를 본다는 설렘은 예매한 전날의 시점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영화관에 갈 채비를 할 때 보낸 시간은 특히나 어린왕자에게 기다림의 의미를 설명하는 여우의 교훈을 충분히 반영하고도 남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기대 그 이상을 전달했다.
양자역학을 함께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수년 째 양자역학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양자역학이 말하는 현실 앞에서 당혹스러움과 놀라움,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 미시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전 물리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미시의 세계의 작동. 과연 입자와 파동의 두 성질을 모두 가진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관찰할 때는 입자였던 것이 왜 관찰하지 않을 때는 파동처럼 움직이는가. 모든 건 확률로 존재하며, 확정적이라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인 것이라는 점.
비확정성이 세상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는 것. 그것이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주는 질문이다.
나는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잠시 멈추어 생각에 잠기곤 한다.
우리를 이루고 있는 원자와 전자의 세계가 언제나 진리라고 여겨진 상식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그 현실을 상상해 본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위의 장면들이 양자역학을 설명할 때 현실과 중첩되어 반복해서 나온다. 아울러 오펜하이머는 위의 양자의 세계를 고민하고 상상한다.
위의 사진들이 영화에 나올 때, 영화관을 울리는 사운드가 매우 묘하게 내가 앉아 있는 의자에까지 진동을 만들어냈다. 그래서인지 저 장면이 나올 때마다 더욱 양자역학의 세계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 아닌가. 그 떨림이 매우 묘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하며, 화면이 크면 클수록 좋다"라는 식의 말을 한 것 같다. 몰입감과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세상에 대한 이해가 많이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https://wpalss.tistory.com/1374
오펜하이머와 관련한 역사적 기록은 위의 포스팅을 통해 미리 정리를 해 두었다.
맨하튼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일부 물리학자들이 핵의 끝없는 분열로 지구가 완전히 타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이는 현실성이 없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고 지나간다. 막강한 핵무기를 손에 얻기 위해 나라마다 혈안이 되고 인류는 통제 불가능한 핵전쟁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당시 일부 물리학자가 내놓은 그 경고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많은 것을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의 어리석음으로 불로 뒤덮이는 지구를 상상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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