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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와 사피엔스

by 하 루 살 이 2022.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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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개봉할 예정인 기대작 '오펜하이머'.

크리소토퍼 놀란이 만든다고 해서 더욱 관심의 중심에 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역사가이자 베스트셀러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나온 핵무기와 관련된 몇 가지 구절들을 적어놓을까 한다.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 최초의 원자폭탄이 앨러머고도에 터진 지 8초 후의 모습. 핵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이 폭발을 목격한 뒤 힌두 서사시 '바가바드기타'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이제 나는 죽음이 되었다. 세상을 파괴하는 자가 되었다."

 

 

 

 

지난 5백 년간 가장 눈에 띄는 단 하나의 결정적 순간은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였다. 정확히 그때, 미국 과학자들은 앨러머고도 사막에 첫 원자폭탄을 터뜨렸다. 그 순간 이후 인류는 역사의 진로를 변화시킬 능력뿐 아니라 역사를 끝장낼 능력도 가지게 되었다. p.353~354

 

아인슈타인이 모든 종류의 질량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 - 이것이 E=mc²의 의미다. - 는 사실을 밝힌 지 불과 40년 만에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고, 핵발전소는 전 세계에 우후죽순 솟아났다. p.478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보이'의 버섯구름 모습. 사진 = 위키백과

 

 

유발 하라리는 위 문장들을 적으며 해당 챕터의 주제를 '무지의 발견'이라고 했다. 문명을 이전에 볼 수 없던 속도로 눈부신 발전시킨 인류지만, 그것을 가능케 한 과학 기술과 법칙의 발견이란 게 결국 무지의 탄생으로부터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원자폭탄 실험 사진 설명에 오펜하이머가 읊조렸다는 시의 한 구절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를 소개했다. 그렇게 인류는 이제 전쟁의 공포를 넘어 종말의 위기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나는 사피엔스를 다시 펼치면서 줄을 친 몇 가지 문장들을 다시 읽어봤다. 그리고 한 문장에서 시선이 멈춰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보면서, 중국과 대만의 충돌 위험, 북한의 도발, 일본의 헌법 개정 그리고 각 국의 군비 확장을 보면서 우리 모두 이 글귀를 잊고 있는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진정한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것만이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전쟁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말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 '오펜하이머'를 어떻게 그려내고, 다 보고 난 관객에게 어떤 이미지를 선사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관객의 한 명으로 그 영화가 인류에게 다시금 전쟁의 공포를 상기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인류가 동원할 수 있는 정치와 외교의 힘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힘이 인류의 평화를 지키는 데 지혜롭게 사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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