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 '통과비자'는 망명 문학을 대표하는 안나 제거스 Anna seghers 가 썼다. 안나 제거스는 정통 유대 가정에서 자라난 유대 여성이다.
통과비자는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안나 제거스 본인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치하에서 생명의 위협을 당해 살기 위해 프랑스로 탈출하여 기나긴 망명 생활을 한다. 이 작품은 그녀가 겪은 전쟁의 시간을 배경으로 해 탄생됐다. 소설 속에는 나치 문양에 대해 초반부터 자주 언급된다.
하켄크로이츠 깃발이 정말로 (프랑스 파리) 시청 위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그들은 정말로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호엔프리트베르크 행진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놀라고 또 놀랐다. 빠리 시내를 가로질러 곳곳을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천지가 독일군 차량이었고 하켄크로이츠 투성이었다. 나는 속이 텅 비어버려 어느새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이 소설에서는 하켄크로이츠에 대해 이렇게 주석을 남겼다.
독일어로 '갈고리'를 뜻하는 하켄(Haken)과 십자가를 뜻하는 크로이츠(Kreuz)가 합쳐진 말. 불교 상징인 만(卍) 자 모양을 뒤집어 기울인 형상이다. 히틀러는 창당 과정에서 이미 하켄크로이츠를 상징으로 채택하여 깃발과 완장 등에 사용했다. 이후 이 문장은 오른팔을 높이 뻗는 경례법과 함께 나치의 대표적 상징이 되었다. 히틀러는 자신의 저서 '나의 투쟁'에서 그 상징성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하켄크로이츠는 본래 게르만인이 청동기 시대부터 쓴 행운의 상징이다.(중략) 우리는 우리의 깃발 속에서 우리의 강령을 본다. 붉은색에서 운동의 사회적 사상을,, 흰색에서 국가주의적 사상을, 하켄크로이츠에서 아리아인의 승리를 위한 투쟁의 사명을, 그리고 동시에 그 자체가 영원히 반유대주의였고, 또 반유대주의적일 창조적 사상의 승리를 본다."
나치가 나라를 완전히 정복하기 전에 쓰여진 '나의 투쟁'에서 히틀러는 이미 유대인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의미하는 문양으로 하켄크로이츠를 설정하고 있다. 그의 속에는 이미 살육의 기운이 퍼지고 가득 찬 상태였고, 그것을 선택한 히틀러를 열렬히 환호한 당시 독인 인들은 어딜 가나 나치의 문양의 하켄크로이츠를 문 밖에 내걸었다. 그렇게 유대인들이 사지로 보내지는 역사를 인류는 겪게 된다.
이 소설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펄럭이는 파리 시내를 잘 그려내고 있다. 독일군 앞에서 죽음의 공포에 떠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읽는 이로 하여금 마치 현장에 있는 듯 느끼도록 자세히 묘사한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했던 전쟁은 고작 100년도 안 된 시기에 일어났다. 그런데도 인류는 전쟁의 공포를 잊은 것인지, 지구 반대편에서는 다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 전쟁에서 나치의 이름이 자주 불린다. 러시아는 서방을 향해 그렇게 지칭하며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여전히 나치라는 이름이 이 지구상에서 불려지는 현실이 생소하면서 두렵기까지 하다. 무서운 전쟁의 기운이 전 세계를 휩쓸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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