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으로 말하다 37] 예수의 마지막 7일 -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
마가복음을 기준으로 한 예수의 마지막 7일의 이야기를 이렇게 오랫동안 이야기하게 될 줄 몰랐다. 사실 마음의 벅참을 느낀다. 쓸 말이 머릿속에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쓸 수 없다는 것,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가. 나는 성경에 대해 쓸 수 있고, 말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을 제자들과 가지시면서 하신 여러 말씀 중 이 한마디 말씀에도 나는 눈길이 많이 간다. 생각이 깊어진다.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
갈릴리.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그 갈릴리 호숫가를 걸으며 얼마나 많은 생각에 잠겼고, 또한 얼마나 큰 행복을 느꼈는지 모른다. 2천 년 전 예수께서 가버나움 회당에서 가르치셨으며 귀신을 쫓아냈고 파도치는 바다를 잔잔케 했으며 귀신들의 돼지떼로 들어감을 허락하시어 돼지들이 비탈로 내리 달아 몰사하기도 했다. 귀신이 나간 남자는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었다.
그 귀신 들렸던 자 곧 군대 지폈던 자가 옷을 입고 정신이 온전하여 앉은 것을 보고 두려워하더라. 막 5:15
the one who had been demon-possessed and had the legion, sitting and clothed and in his right mind. Mark 5:15
이 얼마나 아름답고 평온한 모습인가. 옷을 입고 있었으며, 앉아 있었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이 생겼다는 것. 그 전에는 늘 소리 지르며 돌로 제 몸을 상하게 했던 남자였다. 그가 이제는 온전히 앉아 있었다.
얼핏 보기에 보통의 상황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조용히 앉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온전함을 느끼며 감사할 수 있는 것이다. 감사는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평심平心에서 나온다. 열 두 해를 혈루증으로 고생하던 여인이 고침을 받고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살아났다. 그때 하신 예수님의 말씀도 거창하지 않았다. 잔치를 열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고 하셨다.
요한이 잡힌 후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여 가라사대 때가 찾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 막 1:14-15
마가복음의 첫 구절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이라"이다. 복음의 시작점이 갈릴리다. 예수께서 부활 후 가신 곳 또한 사역의 시작점, 갈릴리였다. 예수께선 갈릴리를 통해 제자들에게, 우리에게 무엇을 기억하도록 하셨는가. 다른 것 없다. 거창하지 않다. 간단하고 쉬운 교훈이며 일상의 것이다. 곧 사역의 시작을, 시작에서 나타난 교훈들을, 그리고 믿음으로 가능했던 모든 것들을 떠올리도록 하신 것이다. 화려하고 거대한 예루살렘의 성전에 취해 진짜 교훈의 치부하고 잊어버리지 않도록,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갈릴리를 언급하셨던 것이다.
구원을 등한히 여기는 것에 대한 경고의 말씀이 히브리서에 나온다.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는 말씀이 있다. 우리의 믿음 자체가 쉽고 가벼워보이고 보이지도 않지만 얼마나 귀한 것임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예수의 말씀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예수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복음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어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돌아보고 감사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았다는 이 사실, 그것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이 사실, '살아있다'는 이 한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그 외에 무엇이 필요한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신 예수를 깊이 생각하자. 믿음을 이야기하신 것을 생각하자. 옷을 입고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리자.
삶의 근본과 시작을 잊지말자. 그것이 갈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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