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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스라엘 여행 35

예루살렘 무덤가를 거닐면서 사람은 죽는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우리는 왜 신을 믿는가. 우리는 왜 신을 찾는가. 바로 영원성 때문이 아닐까.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영원히 사는 것에 대한 열망으로 신을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 이스라엘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감람산의 무덤 사이를 한참이나 걸어 올라갔던 경험이다. 유대인의 죽음. 성경 에스겔에서 선지자 에스겔이 뼈들이 살아 움직여 거대한 군대가 되는 환상이 떠오른다. 생기가 그 군대에 들어가는 장면들. 나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도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으니까. 이스라엘 민족은 독특하다. 돌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돌맹이를 올려 놓는다. 죽은 자를 이렇게 기린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으나 물을 길 없어 그저 바라봤다. 누군가의 무덤에서.. 2018. 2. 2.
다윗의 망루에 올라 바라본 예루살렘 전경 이스라엘 도착 둘째날. 아침 일찍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숙소가 있던 지중해 연안 도시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차로 약 1시간 30분 걸린다. 당시 예루살렘에 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뛰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예루살렘. 유대인들은 수천년 동안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하고 울었다. 100년 전 유럽에서 일어난 시온주의도 바로 이스라엘로 돌아가고자 일어난 유대민족의 회복 운동이었다. 그 중심엔 예루살렘이 있었다. 예루살렘은 유대인의 꿈과 이상이었으며 민족의 정체성이 담긴 도시다. 이 도시가 내게 그토록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대인의 희망을 위한 처절한 투쟁과 싸움.예루살렘엔 보이지 않는 것을 얻고자 수천년 역사를 거쳐온 이들이 만든 정신이 서려 있다. 이곳에서 인생의 깊은 의미, 더 나.. 2018. 1. 25.
이스라엘 땅에 사는 유대인을 바라보며 이스라엘 여행에서 신경써서 했던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이다.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유대인. 그들을 자세히 바라보는 일이었고, 그들의 그늘을 사진으로 설명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성경적으로 선민이고, 정치사회적으로 탁월한 민족이었다. 유대인.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고민이 된다. 오해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들을 가리켜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민족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일부 과격한 정치적 팔레스타인에 의해 그들의 운명과 이스라엘에 살고자 하는 민족적 열망이 뒤엉키게 됐다고 말해야 옳다. 이스라엘은 되려 팔레스타인과 타협할 자세가 있다고 줄기차게 말해 왔다. 팔레스타인 정치세력만 "이스라엘은 사라져야 한다"고 외쳤다.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 분리장벽은 팔레스타인 스스로 자.. 2018. 1. 21.
Drinking the dark coffee in Jerusalem When I return to my country from Israel trip and concentrate on my work, I suddenly think of Israel. Before going to Israel, I was exhausted from work and I wanted to rest for a while. I wanted to go somewhere. I thought that it will be good for me even if it is a very short time. I thought of Israel. And I went to Israel. Israel is a country where Jews, who have survived a series of disgrace an.. 2018. 1. 17.
예루살렘의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면서 이스라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일에 집중하다 보면 불현듯 이스라엘이 떠오른다. 당시 나는 이런 저런 일에 많이 지쳐있었고 잠시 쉬고 싶었다. 아주 잠시라도 좋으니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나라가 이스라엘이었고 나는 그곳을 향해 떠났었다. 동경의 나라. 치욕과 실패의 연속, 민족 말살을 버텨낸 유대인의 나라. 그 나라에 가고 싶었다. 그곳에서 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생존의 위협을 느껴며 그래도 삶을 영위해나가는 사람들의 얼굴과 웃음을 보고 싶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내 삶을 돌아보고 나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스라엘에서 내가 찾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딱히 알 순 없었지만 대충 이럴 것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이스라엘로 향했던 것이다. 긴 시간의 비행도 나에게는 큰 행.. 2018. 1. 16.
이스라엘 여행 중 쓴 일기 일기를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도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자정이 돼 집에 온 나는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며 일기를 썼다. 군대에서도 그랬다. 여유가 생기기만 하면 손바닥 만한 수첩을 꺼냈다. 그 순간의 감정과 떠오르는 생각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쌓여가는 일기는 나만의 역사가 되어 갔다. 이스라엘 여행에서도 나는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스쳐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놓으려 펜을 들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2017. 2. 24. 금. 08.37. 텔아비브 올드 욥바. 베드로가 광주리 환상을 본 장소. 텔아비브 해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 곳. 어릴 적부터 꿈에나 볼 수 있어 동경의 장소였던 텔아비브. 나는 첫날 늦은 밤 이곳에 도착했고, 떠날 때도 이곳을 방문했다.. 2017. 11. 10.
예루살렘 감람산 석양을 보며 찍은 영상 예루살렘 감람산 석양을 보며 찍은 영상 이스라엘을 다녀온지 8개월이 지났다. 여러 글을 썼지만 못 쓴 글이 많다. 그런 와중 아는 동생이 이스라엘 여행 영상을 보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멈칫한 이유는 머릿속에 수많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블로그 링크를 전달했다. 영상 원본보다 블로그를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스라엘 영상을 찍을 당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왜 찍었는지. 영상이 말하지 않는 것을 블로그에 쓴 글은 말하고 있다. 바람 강도, 하늘 색, 사람들의 표정 등. 비록 정확하진 않겠으나 정직하게 설명하고자 한 글들이다. 조금이나마 이스라엘 사진과 영상이 제대로 전달되리라 믿었다. 아래 영상은 감람산에서 찍었다. (영상 속 바람 소리가 많이 들린다. 영상을 찍.. 2017. 10. 9.
예루살렘은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예루살렘의 거리를 잊을 수 없다. 유대 상인들. 중동의 다양한 상품. 나를 향한 상인들의 욕망의 손짓, 해석 불가능한 히브리어. 해가 지고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 삶의 불안. 수천년 역사. 차가운 성벽. 그림자. 이 모든 걸 관통하고 있을 신의 섭리. 예루살렘. 참으로 매력적인 도시다. 말할 수 없이 많은 역사가 이 안에 있다. 나는 예루살렘 거리를 걸으며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루살렘은 나에게 도수 높은 포도주였다. 한눈에 사랑에 빠뜨리고 남을 여인이었다. 그에게 다가갈수록 바다의 심연처럼 헤매고 방황했다. 경험과 상식, 이성은 그 앞에 좌절했다. 이른 아침 다윗성 옆 노천까페에 앉아 아침을 먹다 찍은 사진이다. 랍비들이 어딘가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해가 지면 그들은 반대 방향으로 .. 2017. 9. 10.
[이스라엘 여행] 나만 알고 있는 예루살렘 주차장 이스라엘 여행을 홀로 렌트카를 몰고 하시려는 분들께 저만의 '예루살렘 주차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여기저기 찾아보셔서 아시겠지만, 예루살렘은 역사적으로 굉장히 오래된 도시입니다. 뉴욕이나 서울과 같은 대도시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길 하나 잘못 들어가도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주차 시설은 더욱 찾기 힘듭니다. 차 한번 잘못 서 있다간 뒤에서 난리납니다. 아랍인들의 난폭 운전은 대단합니다. 길 한번 잘못 들었다가 눈을 마주쳤을 때 살인 협박을 느껴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렇듯 예루살렘의 복잡한 도로는 상상 그 이상입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차 렌트해서 여러 도시를 돌아봤는데요, 그래서 예루살렘도 자신 있었지만 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비좁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도로는 처음이었습니다. 특히 주차.. 2017. 9. 6.
[이스라엘 여행] 통곡의 벽 앞에서 노래하는 유대인 영상 이스라엘 사람들에겐 독특한 부분이 있다. 어딜가나 노래 부르고 즐거워한다. 이스라엘 여행을 하다보면 아래 영상과 같은 노래하고 춤 추는 유대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선 더욱 그러하다. 이 영상은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통곡의 벽' 근처에서 찍은 영상이다. 통곡의 벽을 다 보고 나왔을 때 유대인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신기한 모습이라서 스마트폰을 들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들은 노래 부르고 춤추며 악기를 다뤘다. 무엇 떄문인지 모르나 너무나도 기뻐했다. 즐거울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자들이 한껏 기쁨에 취해 다른 이들에게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이 영상을 찍고 감란산을 향해 걸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기쁨에 취하게 했을까 곰곰히 생각하며. 고민의 시간은 이들의 노랫소리가.. 2017. 9. 5.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서 주의할 점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서 주의할 점 이스라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새벽이었다. 그토록 바라던 이스라엘이었다. 그 땅을 밟았을 때 비행기를 너무 오래 타서 그런가 발이 묵직했다. 그리고 설명하기 힘든 기분. 마치 나는 오랫동안 편지로만 알고 지낸 사람을 만나러 긴 여행길에 오른 사람 같았다. 글로만 알고 지낸 사람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이 일었다. 물론 공항에 도착했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함도 있었다. 보통 이스라엘 여행은 가이드가 있는 성지순례 여행이 흔하다. 나는 가이드 없이 모든 일정을 혼자 다 계획했다. 숙소(하루에 만원 정도하는..)에서부터 렌트카, 일정까지 모두. 그러다보니 너무나 낯선 이 나라에서 렌트카는 어떻게 받고, 숙소는 또 어떻게 찾아내야 하나 걱정됐다. .. 2017. 9. 5.
[이스라엘 여행]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찍은 영상 통곡의 벽. 통곡의 벽을 가려면 구시가지에서 검색을 마친 뒤 들어가야 한다. 검색대는 두 군데 있다. 어느 길로 가든 통곡의 벽을 보기 위해선 반드시 검색대를 지나야 한다. 하지만 너무 걱정 마시라. 가방 검사와 몸수색만 거치면 된다.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총, 칼 등 위험한 물건만 없다면 아무도 본인을 의심하지 않는다. 검색대를 통과해 1분~2분쯤 걷자 말로만 듣던 통곡의 벽이 나타났다. 그 장엄한 통곡의 벽이 눈 앞에 펼쳐질 때 몰려오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통곡의 벽 가까이 가기 전에 나는 여행객들에게 나눠주는 키파(Kiffa)를 썼다. 유대인은 신 앞에 가기 전에 이 키파를 쓴다고 한다. 유대 전통이다. 나는 통곡의 벽 가까이 다가갔다. 손이 닿는 지점까지 가서 벽에 손을 댔다. 차가웠.. 2017.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