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사세요.
참지 못하면 나 같은 사람 되는 겁니다.
넷플릭스 영화 '범털' 속 사형수의 조언.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 범털.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개털 됐다'는 표현은 잘하고 살지만 그 반대말은 보통 생각하지 못하지 않은가. 일이 잘 풀렸다고, 최고가 된 기분이 들었다고 '범털 됐다'고 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사람들은 대놓고 범털을 이야기한다.
강한 놈은 확실히 강해야 하고 얼설피 강하면 금방 들통나는 그곳. 인간 냄새 가장 짙은 그곳 교도소에서 사람들은 범털을 두고 경쟁한다. 심지어는 죽이려 든다. 그런 곳에서 '내가 범털이야'라고 외치는 큰 형님의 목소리가 왜 그런지 처절하고 위태롭게 들리는지..
우리네 인생, 언제라도 개털될 수 있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사람의 의지는 그 처절하고 불쌍한 운명조차 거부하려는 힘을 발휘한다. 그것에 진짜 맞서려 든다. 설령 실패로 끝날지라도 말이다. 그 의지야 말로 범털의 본성일 것이다. 그 본성은 교도소에서 여실히 자기 모습을 보여준다. 약해짐이라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본모습에 거부하려는 그 힘을 말이다. 니체가 미치도록 외친 그 '힘에의 의지'를 말이다.
영화 중간엔 한 연약한 남자가 들어오고, 나중에 합의가 잘 되어 나가게 된다. 그를 향해 사형수가 이 말을 한다.
참고 사세요.
나는 이런 한국 영화가 좋다.
가끔 한국 영화가 과하게 유치하고 작위적인 개그를 넣는 것에 실망하곤 하는데, 이런 영화는 다르다. 음악도 많이 필요찮고 CG도 거추장스럽다. 그저 인생을 어떻게 잘 표현할 까만을 고민한 영화다. 이런 영화는 그래서 무섭기까지 하다. 교도소라는 곳, 가보지도 않았지만 얼마나 가볼 만한 곳이 못 되는지 여실히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오랜만에 진중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느낌 때문이다.
참고 살라는 말.
'대놓고 말하는 교훈'은 교훈처럼 들리지 않는 법인데도, 이 영화는 그것을 대놓고 말해도 통한다. 영화가 교도소의 실상을 보여주면서 관객의 입을 다물게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그런 훈도야말로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무엇이다. 범털은 분명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물론 교도소의 일상과 영화가 많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영화는 굉장히 탄탄하다.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매우 잘 전달한다. 집중력을 흩트려놓는 군더더기는 모두 빼버렸기 때문에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영화를 보는 동안 숨죽여 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좋은 한국 영화를 봐서 기쁘다. 범털. 왜 참고 살아야 하는 건지 말해준다. 매우,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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