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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쿵푸팬더 동지축제

by 하 루 살 이 202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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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올라온 쿵푸팬더 동지축제 편. 

 

26분짜리 단편으로 누워 자기 전에 보기 딱 알맞다. 영상 중간에서 나는 뭔가 번뜩이는 걸 느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약한 존재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자주 느꼈다. 거룩하고 신앙에 미쳐버린 내 주변 기독교인들보다 삶 그 자체를 느끼며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지혜를 배웠다. 그들 중에 거하는 신의 숨결을 자주 느꼈다. 

 

이 짧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쿵푸 사부들을 모시고 여는 동지축제. 이를 위해 용의 전사인 포가 나섰다. 용의 전사인 만큼 그가 이 축제를 준비해야 하지만 마음만 분주할 뿐. 제대로 하는 일 없이 실수만 연발했다. 가장 중요한 음식 준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오리 아버지를 찾아갔다. 음식의 천재인 그 아버지가 도와주면 일사천리 해결되기 때문이다. 포가 부탁하자 오리 아버지도 흔쾌히 기뻐하며 돕겠다고 했지만 날짜가 문제였다. 날짜를 듣자마자 바로 거절한 것이다. 그날이 곧 일 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외롭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을 위해 음식을 제공했던 그날이었기 때문이다.

 

그 아버지는 그것을 알았다. 사부들을 위한 축제? 그게 어쩌라고. 가난하지만 내게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야말로 신이 주신 기적의 시간임을 그는 알았던 것이다. 그날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헛것을 추구하는 삶이었던 것이다. 이런 지혜는 명성 높고 가진 자들에게서 잘 발견되지 않는 법이다.   

 

 

오리 아버지 : 최고의 쿵푸 사부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라고? 가문의 영광이구나! 언제 말이냐?

포 : 내일 밤이요!

오리 아버지 : (1초의 망설임 없이) 그럼 안 되겠구나. 식당을 비울 수 없다. 그날 우리 손님들은 어떻게 하느냐. 갈 곳 없는 외로운 이들 말이다. 우리라도 반겨줘야지. 그들에겐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해. 

 

 

 

 

그렇다. 우리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자기의 원칙과 소신, 심지어는 신앙적 가치관에 쩌들어 결국 진짜 것을 보지 못하는 바로 이 실수. 가장 작은 것에 삶의 귀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이 실수.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이 있다고 진짜 것을 버리는가. 예수께서 하신 하나님 나라에 대한 말씀도 바로 이런 것이다. "너희 안에 있느니라." 얼마나 위대한가. 

 

멀리 있는 하나님 나라를 살피는가. 그런 사람일수록 쉽게 우울증에 걸려버린다. 그렇지 않다. 소박한 인연들과 작은 행복을 함께 누리는 그 자체가 곧 하나님의 나라인 것이다. 쿵푸팬더 동지축제는 그걸 이렇게나 쉽게 이야기해준다. 다만 안타까운 건 이런 쉬운 지혜도 사람들에겐 우스워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진짜 지혜로 둔갑되기 일쑤라는 것. 세상은 그래서 고통받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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