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파와 의견의 대립을 뛰어넘어 최고의 가르침을 보여 주는 소중한 책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029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읽으며 얼마나 지적 즐거움을 느꼈는가. 이 두껍고 어려운 책을 다 읽었을 때 나는 '벌써?'라고 생각할 만큼 이 책에 푹 빠졌었다. 읽는 내내 아인슈타인이 위와 같은 말을 곱씁기도 했다. 지금도 최고라 인정받는 아인슈타인이 '사고 실험'을 통해 상대성 이론을 만들지 않았는가. 그런 그가 또 다른 사고를 가능케 하는 철학의 흐름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고 생각하니, 그것이 그에게 얼마나 즐겁고 자극적이었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노벨문학상 차원에서만 설명할 수 없는 책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서양철학사 서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아무도 헬레니즘 시대에 대해 어지간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면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학파를 이해하기 어려우며, 5세기에서 13세기에 이르는 교회의 성장에 대해 어느 정도 알지 못하면 스콜라 철학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철학 사상의 형성에 영향을 아주 크게 미친 역사적 개요를 일부나마 간략히 소개했다. 또 나는 일부 독자들이 생소하게 느낄 역사, 예컨대 중세 초기의 역사를 충분히 소개하려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역사를 소개한 장에서도 당대나 후대의 철학과 거의 관련이 없거나 무관해 보이는 것은 가차 없이 배제했다.
이 책은 시간 순서에 따라 철학자들과 사상을 나열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책 구성을 보면 ▲헬레니즘 세계 ▲유대교의 발전과 ▲초기 4세기 동안의 그리스도교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과 신학 ▲암흑기의 교황권 ▲이탈리아 르네상스 운동 ▲종교개혁 반종교개혁 등 철학과 관련하지 않아도 시대의 중요한 사건들을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중요한 철학자들은 빠짐 없이 설명하고 있다.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철학자의 인생 및 사상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읽다 보면 서양 역사와 관련한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 이유다.
역사는 사건의 기록만 아니라 사상의 연속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현재 사람들이 가진 자유와 평등, 민족주의와 개인주의, 종교와 과학에 대한 생각이 멀고 먼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이어져온 결과라는 것을 알았다. 분명 그 사이에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건들이 존재하지만, 사고의 흐름은 일정한 맥이 있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어떤 철학자의 책을 읽기 전에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먼저 읽는다. 좋은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러셀의 개인 생각에 치우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서양철학사는 철학자의 이전 시대의 흐름과 당대의 사회 분위기를 모두 함축해 설명한다. 그만큼 한 철학자를 이해한다는 점에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기초 설명서가 없다. 또 다른 것으로, 내가 잘못된 생각에 빠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니체에 대한 러셀의 주장은 매우 가혹하다. 그것을 통해 내가 무조건적인 니체 신봉자가 되지 않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도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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