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알 파치노, 커트 러셀 등.
이런 초호화 캐스팅의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의 엄청난 배우들이 총 동원된 영화라서 당연히 나는 영화관을 찾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보통 영화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영화의 줄거리를 간소하게나마 읽고 내용을 파악하고 가는 데 이 영화는 일부러 어떤 정보도 없이 영화관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니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며들었는데, 그것은 보통 반복적으로 해오던 행동이나 일이 아닌 생소한 행동이나 일을 하게 될 때 오는 불안감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던가. 이런 사소한 것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영화를 더욱 맛깔스럽게 보도록 돕지 않았나, 마지막의 그 감정이입과 감동의 물결을 더욱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지 않았는가 싶다.
나는 마치 한 편의 미국 단편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보통 미국 단편들을 읽다보면 중후반까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알 수 없게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인내를 가지고 읽게 되면 전율이 일어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스토리 중간중간 나오는 뭔지 모를 보통의 인간적이지 않는 일들과 행동과 주인공들의 말과 미쳐 나가버릴 것 같은 흥분, 저러다 다 망하겠다 싶은 불안적 요소들까지 모조리 다 알고보니 이 한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정리가 되는데, 그걸 작가가 의도했을지라도 모든 요소들이 하나로 모이게끔 전개하는 그 자체로써 작가의 의도를 훨씬 벗어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인기를 잃어버린 중년의 배우와 그와 함께 해온 인생을 너무 막 살아서 겁을 일단 상실하고 만 터프가이 스턴트맨. 배우는 디카프리오가, 스턴트맨은 브래드 피트가 연기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둘의 강렬함에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아니었다. 그 역할에 정말 매우 그야말로 완벽하게 그들은 녹아들어가 있었다. 보는 사람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점. 이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서 나는 자리를 쉽게 뜰 수 없었다. 영화 중후반까지 대체 뭐 이런 영화를 찍나 싶을 정도로 조금 지루하게 흐르던 영화가 갑자기 엄청난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듯 관객의 긴장을 몰아붙이는데 최후의 장면에서, 아. 바로 이것이었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ELeMaP8EPAA
그리고 드는 생각은, 최악의 상황일지라도 일단 미친척 하고 계속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어디에서 뭐가 터져 사람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여도 결국 끝까지 해보는 사람에게 그 모든 것들이 오히려 축복으로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감독이 굳이 구차하게 설명하려들지 않는 방법으로 그냥 심플하게 '그런 거야. 알겠지?'하고 뒤 돌아 가는 듯한 분위기로 이 영화를 마무리 짓는 것에 나는 '제대로 된 영화 오랜만에 보게 됐다' 싶었다.
원스 어폰어 타임 인 할리우드.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훌륭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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