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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동석의 '성난황소'에 성난다

by 하 루 살 이 2018.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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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은 자신을 잘 아는 배우다. 그런 점에서 영화 '성난황소'는 누가 봐도 마동석만이 소화할 수 있는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누구나 한계는 있구나.'


성난황소의 강동철


범죄도시의 마석도. 두 사진을 그냥 보면 구분이 잘 안 간다. 둘 다 성난황소 같고 범죄도시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감상평은 '한계'다. 

차돌 같은 주먹, 속시원하게 악당을 물리치는 모습. 이것으로 관객의 속 시원함을 유도하려고 했다면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그런 역할은 영화 '범죄도시'까지 먹혔다. 관객을 쉽게 보면 안 된다. 어설프게 따라하다 싶으면 귀신 같이 눈치챈다. 



일단 마동석의 캐릭터를 '범죄도시'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 너무 눈에 보였다. 치명적인 실수다. 


이 영화에는 '범죄도시'에 출연한 배우들이 상당히 많이 출연하고 있다. '범죄도시'의 장이수 역의 박지환, 이수파 행동대장 역의 이성우, 또 이수파의 도승우 역의 임형준가 그대로 역할과 편만 달리해 '성난황소'에 나온다. 


 '범죄도시'의 장이수 역의 박지환


그런데 마동석만 그대로 강한 남자, 우직한 남자, 그리고 10명이라도 다 때려잡는 남자로 변치 않고 나온다. 그 결과 '범죄도시'의 배우들의 역할이 '성난황소' 캐릭터와 겹치며 영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그래서였을까. 어떻게든 '범죄도시'의 마동석 캐릭터를 바꿔보려 영화 초중반까지 세상 물정 모르는 남자로 그려내려 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마저 영화 중후반으로 갈수록 다시 마 형사가 나타나고 있어 두 세 번 영화처럼 흥미를 떨어뜨리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둘째, 악당도 너무 어설펐다. '범죄도시'의 장첸 역의 윤계상은 이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따라할 정도의 신선한 캐릭터였다. '너 그거 아니?'와 같은 말투. 눈빛, 머리스타일까지 이전까지 보지 못한 악당 캐릭터였다. 특히 마지막 마석도와 싸우는 신에서 마 형사를 향해 표효하는 장면은 '악마라도 나오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성난황소'의 기태 역의 김성오는 마지막 싸움 장면에서 실망을 주고야 말았다. 영화 마지막까지 인간성이란 전혀 없는 잔인한 악당일 줄 알았는데, 도끼를 들고 덤비는 장면이나 마동석에게 맞는 장면이나 너무나 어설펐다. 마치 동내 힘없는 동네 양아치의 스케일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범죄도시' 장첸은 그나마 마석도에 위협적이었다면 '성난황소'의 기태는 그를 이기는 게 기적적인 일처럼 느낄 정도로 빈약한 악당이었던 것이다.



베트맨의 다크나이트와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통해 이 두 영화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머리를 쓸 줄 아는 악당이었다. 인간 본질을 꿰뚫고 있어 철학적이기까지 했다. 



조커는 마지막에 가서 베트멘에 잡혔어도 결국 베트맨이 쉽게 도망갈 수 없는 정신의 고통 전달한다. 


"너란 놈은 절대 날 죽이지 못해. 같잖은 정의감에 날 증오하면서도 죽이질 못하잖아. 나도 널 안 죽일거야. 너랑 싸우는 게 너무 재밌거든. 우린 평생 이렇게 싸울 운명이야. 내 비장믜 무기는 하비덴트야. 고담 구원자를 나랑 똑같은 놈으로 만들었거든. 별로 안 어려웠어. '광기'는 가속도와 같거든. 한번 속도가 붙으면 더 빨라지거든. 하하 히히"


베트맨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힘을 빼놓은 채 스스로 무너너지게 만드는 바이러스 같은 말들을 조커는 계속 던지고 있었다. 그 말 속에 인간 심리가 모두 녹아들어 있었다. 악을 즐긴 천재가 조커였다. 그 악함이 너무 치명적이고 치밀해서 매력적적일 정도다.



반대로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베인은 황당했다. 

영화 뒷쪽에 가서 갑자기 선한 눈빛으로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고 영화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줬다. '원래 베인은 착한 사람이었어'가 이 영화가 준 심각한 반전이었다. 미란데 테이트가 알고 보니 진짜 악당이었다는 점은 이것에 비하면 반전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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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황소'도 비슷했다. 여기의 악당은 '원래 약하고 그냥 장난 친 거였어'를 스스로 고백하는 것 같았다. 장첸은 아니었다. 갈수록 악마가 인간의 탈을 벗고 정체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이 영화는 '마동석의 저 캐릭터는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편견을 만들고 말았다. 흥미와 즐거움보단 안타까움과 괜한 절망감만 남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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