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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비행기에서 바라본 일본 후지산

by 하 루 살 이 2017.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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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후지산은 사진과 영상에서 본 모습과 많이 달랐다.

사진에선 눈이 산의 3분의 1을 덮었지만 실제로 본, 그것도 비행기 안에서 본 완전한 형태의 후지산은 그렇지 않았다.

하늘에서 보이는 후지산 눈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 초라한 만큼 후지산도 빈약했다. 기대한 만큼 실망이 컸다. 여름이라 그랬겠지만 아쉬운 건 어떻게 안 되는 것이었다. 이질적인 얼굴을 골똘히 살피듯 실망스런 후지산을 보고 또 보았다.

실망하며 사는 거라고 한다. 삶은 어려운 수학 문제 답은 0, 1 또는 2가 나오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수능생이 어려운 문제를 찍어서 어쩌다 답을 맞추듯 인생도 우연히 찍어 걸린 행운으로 잘 풀리는가 하면, 수학에 재능 있는 사람이 예상치 못한 실수를 범해 오답을 써내듯 한순간 실수로 피할 수 없는 올무에 인생이 걸려버리는 고통도 언제나 존재한다.

악몽을 꾸고 일어나 현실이 아닌 것을 안도하는 사람이 현실 자체가 곧 그 악몽을 만들어낸 원인임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로 머리는 항상 어지럽다. 인과관계를 알 수 없으니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더욱 불투명할 수 밖에.

초라한 후지산을 보고 실망한 것이 그렇게 부자연스런운 일도 아니다. 이제는 이십대처럼 화장 짙게 한 여자아이들이 버스기사에게 "초등학생 둘이요"라고 말하는 세상이니까.
삶은 악몽이고 고통의 원인은 알 수 없고 미래는 계속 불투명할 것이며 누군가는 찍어 걸린 행운으로 낙을 누리고 있을 것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시인의 글은 언제나 미친 사람의 중얼거림 같을 것이고 친구의 행동은 맥락을 읽을 수 없는, 괜히 산 책 내용 같을 것이다.

후지산이 아닌 줄 알았던 저 산이 후지산인 걸 알고 나니 '이 시간 그냥 자고 있을 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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