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항공우주국 나사 NASA의 탐사선 퍼시비어런스(인내)가 공포의 7분을 이겨내고 무사히 화상 지표면에 안착했다. 이 탐사선은 나사의 다섯 번째 화성 탐사 로버다. 이 탐사 로버는 길이만 3m에 이르는 거대 이동 로봇이다.
나는 이번 탐사선 착륙 소식을 보며 칼 세이건의 역작 '코스모스'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 과정이 적혀있다. 세계적인 천문학자로서 보이저호에서 보이는 지구를 명명해 '창백한 푸른 점'이라 부른 그는 사실 어떤 탐사보다도 화성 탐사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 칼 세이건이 1976년 7월 20일 바이킹 1호가 사상최초로 화성에 착륙한 후 보내온 영상을 보며 감격해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나는 화성의 지평선을 인류에게 처음 보여 준 영상을 그만 넋을 놓고 바라봤다. 이건 외계의 세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콜로라도나 애리조나나 네바다 주 등에도 그런 지역들이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지구상의 어느 풍경과 다를 바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바위 덩이와 모래 언덕들이 무심하게 놓여 있었고 지평선 멀리에는 높은 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화성은 그저 하나의 '장소'일 뿐이었다. 머리가 반백이 된 광산 채굴꾼이 노새를 끌면서 모래 언덕 뒤에서 나타나기라도 할 것 같았다. (중략) 여기야말로 어떻게든 우리가 다시 돌아오게 될 곳임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화성의 경관은 황량하고 붉고 아름다웠다.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서 운석공이 만들어질 때 튕겨 나왔음 직한 자갈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작은 모래 언덕들, 바람에 흩날려 높이 솟아오른 미세 입자들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먼지들로 덮였다. (중략) 저 바위 덩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얼마나 많은 먼지가 바람에 실려 옮겨진 것일까. (중략) 모래는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요인으로 생긴 것일까. 하늘은 왜 분홍빛일까. 공기의 성분은 무엇일까. 바람의 속도는 어떻게 될까. 화성에도 지진이 있을까. 대기업이나 경관은 계절에 따라 어떤 변화를 보일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p.247-248 |
하늘은 왜 분홍빛일까.
나는 이 과학자가 쓴 길고 긴 '코스모스' 중에서 이 부분을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 그는 화성의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지구 어딘가에 있을 황량한 사막을 상상했다. 혹 미국의 애리조나를 떠올리며 지평성 너머 한 인간이 노새를 이끌고 나타나는 일을 상상했다. 그에게 화성은 전혀 이질적이지 않았다. 비록 지구와 비교하면 너무도 다른 행성이지만, 화성 또한 지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우주의 일부였던 것이다. 지구 안에서도 화성의 모습을 찾을 수 있고, 화성에서도 지구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화성의 분홍빛 하늘마저도 감탄하며 바라봤다.
왜 하필 화성인가.
언뜻 보기에 화성이 지구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화성은 지구에서 그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얼음으로 뒤덮인 극관이나, 하늘에 떠다니는 희 구름, 맹렬한 흙먼지의 광풍, 계절에 따라 변하는 붉은 지표면의 패턴, 심지어 하루가 24시간인 것까지 지구를 닮았다.
2021년 2월 18일 나사가 보낸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의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예제로 크레이터 Jezero Creater'에 착륙했다. 과학자들은 이 장소가 이집트의 삼각주처럼 강이 바다를 만나 만들어놓은 듯한 삼각주 모습을 하고 있다고 봤다. 그만큼 생명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이미 화성에서는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화성 대기는 주로 이산화탄소로 이뤄져 있고, 오늘날 화성 지표면에서 액체 상태의 물을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온도의 변화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화성에는 태양의 자외선이 지표면에 거침없이 도달해 생명의 존재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 한다. 칼 세이건에 따르면 나사가 큰 용기에 화성과 같은 환경을 구현해 실험한 결과 지구의 어떤 미생물도, 세균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고 한다.
우리가 현재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화성의 미생물학적 존재를 받아들여야 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라는 것이다.
칼 세이건은 책 '코스모스'에서 "유기물의 증거를 화성의 토양에서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것이 당시 바이킹의 유기화학 실험 결과라고 말했다. 단백질 같은 생체를 구축하는 기본 구성 물질이나 단순한 형태의 탄화수소마저 없었고, 지구 생명의 물질 따위는 아예 없었다고 한다.
www.youtube.com/watch?v=GUqsH5y1j1M&feature=youtu.be
하지만 칼 세이건은 이렇게 척박한 화성에 인류의 꿈이 있다고 봤다. 화성 토지가 언젠가 영구 정착해서 화성인이 될 인간들의 세상으로 바뀔 것을 그는 상상했다. 그리고 그는 지구화된 거대한 화성을 예언했다. 비록 수백, 수천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진보한 과학이 화성의 얼어붙은 극지의 황무지에서부터 이끼류의 번창을 유도하고 화성의 대기로부터 액체를 만들어내 태고의 지구를 형성해낸다는 예언이다. 과학자의 눈에는 지구화되어 가는 화성이 그려졌던 것이다.
우리는 영화 '마스mars' 를 통해 맷 데이먼이 화성에 홀로 남겨져 토양에 식물이 자라게 하는 모습을 봤다. 사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해도 인류는 그렇게 화성에 정착하는 꿈을 꾸고 있다. 달에 인간이 걸어 다니는 상상이 현실이 되었듯, 화성에도 인류가 도착하는 상상 또한 현실로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화성에 사는 인류가 많아져 '지구인'과 '화성인'이 나뉘는 것 또한 가능하지 않을까. 다가올 시간은 언제나 상상하는 자의 것이다. 우리 인류는 그렇게 화성을 향해 우주적 꿈을 실어 나르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오염수 방류 시뮬레이션 (2) | 2021.04.20 |
---|---|
타이거 우즈 살린 현대차 제네시스 GV80 (2) | 2021.02.25 |
몽중산다원의 유기농 녹차만 찾는 이유 (0) | 2021.02.23 |
이스라엘을 통해 본 코로나 백신 이후의 사회 (0) | 2021.02.22 |
주식투자와 철학의 상관관계 (4) | 2021.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