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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야기

도올 김용옥이 말하는 언론이란

by 하 루 살 이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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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기사의 팩트 너머에 있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께서 쓰신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지금 읽으면서 이 책 초반에 나오는 언론에 대한 젊은 도올 김용옥의 통찰이 가슴을 울린다.

 

그리고 나는 블로그를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언론의 기사가 진실인 것 마냥 믿어버리는 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도올의 이 말을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기사는 철저히 해석의 영역이지, 진실의 전달에 있지 않다. 팩트와 진실은 구분되어야 한다. 

 


'XX일보'라고 할 때 우리는 '일보日報'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보'란 의미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함의되어 있겠지만 그 주요한 의미는 역시 '당일치기 소식'이란 뜻일 것이다. 즉 일보와 관련된 모든 물物의 시간 단위는 당일치기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보의 사건을 다루는 기자들의 내면적 의식의 흐름이 당일치기 시간 단위를 가지고 흐르기 쉽다. 

 

하루 한 탕 치고 나면 내일은 그 한 탕과 유리된 새로운 한 탕을 친다. 그리고 어제의 한 탕은 시간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싹 잊어버리고, 또 그 어제의 한 탕에 대하여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에서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중략)

 

사진 출처 : 유튜브 '도올TV' / https://www.youtube.com/watch?v=EjNvLv1MMGM&t=2263s

 

 

그렇기 때문에 그 언론을 구속할 수 있는 더 큰 힘을 가지지 못한 즉 언론 앞에서 무기력하게 느끼는 개인 앞에서 그들은 무자비할 수도 있고, 또 그 무자비함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 (중략) 우리와 동시대 미국의 현실을 살고 있는 시대의 양심인 노암 촘스키 Noam Chomsky 가 제임스 레스턴과 같은 저널리스트를 "개잡놈 같은 새끼"라고 평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뉴욕타이즈가 워싱턴 정부의 대외 정책의 비리를 은폐하는 것을 낱낱이 고발하는 정교한 작업을 서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상황에서는 언론처럼 무서운 폭군이 없다는 아이러니를 약소국의 유학생이었던 나는 미국에서 사는 동안 무수히 체험했다. 

 

(중략)

 

 

 

우리는 신문을 읽을 때 혹은 테레비를 볼 때 다음과 같은 해석학적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문의 기사는 어느 경우에도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단지 사건만을 보도할 뿐이다. 내가 말하는 사건이란 이미 사실에 대한 기자의 해석이 첨가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러한 해석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또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물론 당장 이 사회가 입겠지마는 궁극적으로 그 기자 자신의 정신세계를 허물어 들어가는 공허한 타락만이 그에게 남을 것이다. 

 

 

도올 김용옥의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p.28~29

 


 

여담으로, 최근 도올 김용옥 선생의 '여자란 무엇인가'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도 만만치 않은 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수많은 사회 담론을 담아내고 있다. 어느 한 목사의 말처럼 그의 저서들은 '예수에 대한 고찰'이다. 기독교를 향한 서슬 퍼런 비판적 사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올 선생이 보여주는 기독교를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그의 지성은 기독교를 넘어 인간에 대한 강렬한 연민으로 향한다. 여기서 많은 것을 깨우친다. 과거 우정을 쌓았던 한 인간이라도 조직의 관점에서 삐끗 한번 하면 사정없이 몰아세우는 무자비한 신앙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친다고 확신한다. 바울 사도도 가족을 돌아보지 않는 자는 불신자보다 더 악하다고 했건만.. 우정도, 추억도, 사랑도 모두 신 앞에 버려놓고 인간이길 포기한 성스러워진 인간들. '비린내 난다'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어찌 됐든 이런 철학자를 동시대에서 만나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감사한다. 몸 철학, 기 철학은 건강하고 젊은 나에게까지 많은 교훈을 준다. 누군가의 말처럼 도올 김용옥 탄생 100주년 기념사는 선생께서 직접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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