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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2

다시 읽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사방의 눈 얼어붙는 소리가 땅속 깊숙이 울릴 듯한 매서운 밤 풍경이었다. 달은 없었다. 거짓말처럼 많은 별은, 올려다보노라니 허무한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고 생각될 만큼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별무리가 바로 눈앞에 가득 차면서 하늘은 마침내 머언 밤의 색깔로 깊어졌다. '설국雪國' p.49 20대 초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었던 나는 다소 답답할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를 주는 이 소설에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부럽기도 했다. 한국 영화는 바보스러움을 앞세워 유치한 개그로 사람을 웃기는경우가 많은데, 일본 영화는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한 조용한 주인공의 삶에서 산다는 의미를 찾는 경우가 어렵지 않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 고요한 분위기가 이 책에도 잘 녹아있다고 생각했다. 설국, 소설 속.. 2023. 1. 23.
20대에 읽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인이 소설 '설국'을 아느냐고 물었다. '설국'이 말하는 지방에 다녀왔다며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 펼쳐진 광경을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 나도 그런 곳에 가서 감탄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20대 나의 정신세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소설이었다. 그만큼 지인이 전해준 여행 후기는 내 정신에 보이지 않는, 경험하지 못한 광경에 대한 그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애처로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랑과 허무함, 인생이란 주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20대 초반의 나는 주인공 시마무라의 여행을 마치 나의 여.. 2016.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