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아니 쓸 수 없는 상태에 처했다. 그런데도 내겐 펜하나 종이 한장없어 한없이 아쉽다. 더위를 피해 들어온 카페.. 주위엔 염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목소리가 공기를 울린다. 정신없는 소리들에 글 그리워하는 마음 또 이렇게 커지는구나.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글쓰기의 충동이 일 때 이마저도 없으면 나는 무한한 가난에 처한 부도 맞은 중소기업 사장의 얼굴 표정과 눈빛을 상상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곧 닥칠 미래에 나는, 그 사장이 원치 않는 일에 종사하게 되는 몹쓸 운명에 처하게 되듯, 나 또한 원치 않는 글쓰기에 매진해야만 하는 진구한 시간에 휩쓸리겠지. 밤이 와 집에 오면 거실이든 방구석 어디든 아무렇게나 처박혀 자는 남자가 될 터이니.
이런 충동에 휩쓸려 차선책으로 블로그를 열었다.
이런 글을 항한 충동은 역시나 아무렇게나 놓인 디피 어느 책에서 시작했다. 인생의 아름다움이 다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에서 오듯, 마치 어느날 저녁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뜨겁게 삶과 사랑, 우정을 논하던 부족함 넘치던 이십대 초반의 순간에서 느껴지듯, 라이브 카페에서 우연히 들은 노래가 아주 어릴 적 친구가 불러주었던 노래여서 결국 눈물을 훔쳐야만 하는 운명의 장난에서 나오듯,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이토록 지겹고 즐겁지 아니한데 다시 찾아온 토요일에 우연히 더위 피하려 들어온 카페에서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내가 말하고 싶었던 감정이 이것이구나'를 알게 된 데서 찾아오듯.
나는 디피 책으로부터 글에 대한 충동을 느끼고 아주 작은 삶의 기쁨을 취한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책에서 어느 구절을 적을까 고민하다 '그러지 말고 책의 한 구절을 사진 찍어 올려놓자, 이 정도 게으름은 괜찮은 그런 날이잖아'라고 생각하고 사진 하나를 찍었다.
깊은 생각들...
그 생각이 우리를 둘러싼 모든 허무한 것으로부터 파묻혀 사라지는 날들을 사는 이들에게 혹 서점, 카페 또는 직장 동료의 책상에 이 책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것을 보거든 한번 정도 조용한 곳에 가서 편하게 보라고 권한다.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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