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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쳇 베이커 chat baker,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

by 하 루 살 이 2017.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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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


"자, 이젠 머물 곳이 없어졌군. 우린 집 없는 사람들이야."

쳇 베이커의 책 중 일부.


쳇 베이커 Chat Baker. 

나의 20대는 그의 트럼펫 연주와 함께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을 맞고 잠에 들 때까지, 간혹 쳇 베이커의 트럼펫 소리를 듣다 그대로 잠에 들 때도 있었다. 의도적으로 그의 음악을 틀어놓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의 전기는 기이한 천재의 삶을 설명한다. 그의 삶은 영광을 말하지 않는다. 아름답지도 않다. 언제나 텅빈 공간을 떠오르게 하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검은 비가 뿌려진 기분을 연상케 한다. 눈초리는 쓸쓸하고 트럼펫 소리는 이단아스럽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좋았다. 그의 음정은 절망에 빠지기를 반복하는 한 남자를 말하고 있었다. 어딜가도 적응하지 못하는 남자의 슬픔이 언제나 묻어났다. 사랑이 가득하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노래 'I fall in love too easily' 마저 그의 목소리를 타면 거기엔 실패가 있었고 파탄이 보였다. 



그의 대표작은 'My Funny Valentine'이다. 

쳇 베이커는 그의 마지막 공연이 있었던 일본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위대한 트럼페터가 부르는 마이 퍼니 발렌타인 연주와 그의 힘 없는 노래에 관객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의 연주 파트가 끝나고 피아노가 연주될 때 거장은 텅 빈 공간에 자기만 있는 듯 트럼펫에 의지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이 모습이 얼마나 멋져 보였는지 모른다. 내가 자연스럽게 그에 빠지고 그의 음악에 매료되고 그의 이야기에 심취된 것도 바로 이 장면 때문이었다. 수많은 여성들도 가까이할 수 없는 이 남자에 쉽게 빠져들었다. 마약과 비탄에 빠진 한 예술가의 삶에 존경을 표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쳇 베이커는 세상에 다시 없을 연주를 위해 망가져 갔다. 








쳇 베이커의 죽음이 허망했고 우아했다. 

그는 실족사했다. 암스테르담 호텔 난간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가 일부러 떨어져 죽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검은 아스팔트 위에 덮힌 그의 검은 피만이 진실일 뿐이다. 바닥 위에 널브러진 채 쳇 베이커는 그렇게 삶을 마감했다. 난무하는 의혹을 타인들은 떠들어 댈 뿐이다. 




그가 살아있을 당시에도 그는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무것도 그에게 진실적이지 않았다. 단 하나. 그의 트럼펫만을 통해 진실을 전달했다. 거기에 언어로 다 표현되지 못한 그의 진실한 고통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그의 연주 앞에서만큼 신중하고 절실하게 들을 준비를 했다. 




"자, 이젠 머물 곳이 없어졌군. 우린 집 없는 사람들이야."


위 문장은 이 책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그의 친구가 한 말로 기억한다. 그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참 슬프다. 쓸쓸하고 외롭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있는 누군가를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자주 틀었다. 혼자 있으며 자주 들었다. 내 공간엔 자주 거장의 트럼펫 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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