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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요리스 라위언데이크의 '상어와 헤엄치기', 은행을 파헤치다

by 하 루 살 이 2017.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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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스 라위언데이크의 '상어와 헤엄치기', 은행을 파헤치다


월가를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 이 구호가 역사의 한 챕터로 들어갔다. '그럴 수 있지 뭐' 라고 볼 문제가 아닌데 우리는 그렇게 쉽게 생각한다. 금융은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이 태도는 현실을 보고 싶지 않은, 눈가림에 불과할 수 있다. 


불경기 일수록 은행은 유례없는 수익을 올린다. 어떻게 가능할까. 금융위기가 터져 기업들이 줄도산해도 은행은 살아남는다. 은행원 연봉이 업계 1위, 2위를 다투고 있다. 언제나 그랬다. 그들이 돈을 버는 구조가 대체 어떻길래. 뭐 영원히 망하지 말라는 율법이라도 받은 걸까? 아니다. 현실은 이렇다. 국민 삶이 그들의 수익을 담보한다. '국민이 살아있는 한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 그들의 구호다. 


대형 은행들은 자신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고 있다. 그 역할이란 주체할 수 없는 탐욕과 욕망을 시스템화하는 행위다. 이것을 자신들도 컨트롤할 수 없는 범위까지 복잡하고 거대하게 만든다. 서민돈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빨아들이고 또 빨아들이기 위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우린 금융에, 은행에 관심을 두지 않고 싶어한다. 금융에 대한 냉소가 국민에 냉소적인 은행을 만들고 있다. 




은행이 겉으로만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 속은 냉소와 잔인함으로 가득하다. 이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금융은 잘 몰라', '금융은 너무 어려워', '은행이 하는 일이 그런거지' 라고 생각하면 은행의 탐욕은 규제와 정도를 쉽게 넘어 통제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거대한 혼란을 일으키는 금융위기에 가서야 지금껏 금융에 무관심했던 태도를 떠올리고 이렇게 말할 지 모른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논픽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요리스 라위언데이크가 쓴 '상어와 헤엄치기'는 런던 금융·투자의 중심지 시티오브런던 City of Londin 에 있는 금융인들을 취재한 취재기다. 그는 네덜란드 기자다. 중동 취재 기자다. 그런 그가 어쩌다 런던 금융가를 취재하게 됐을까. 


때는 바야흐로 2011년. 라위언데이크는 영국 가디언 지 편집인에게서 연락을 받는다. "금융을 취재해달라." 금융에 대해 사전지식이 없는 저널리스트를 불러다 금융을 취재하게 하면 객관적으로, 좀 더 서민 눈으로 글을 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해서 나온 제안이다. 


라위언데이크는 이를 받아들이고 런던으로 향했다. 그는 2011년 여름부터 2013년 초가을까지 시티에서 일하거나 일했던 금융인 200여명을 만났다. 그는 "런던의 시티는 도처에 있다"며 "2008년 금융 부문을 침몰시킨 사고방식이 단지 금융 부문 뿐 아니라 훨씬 많은 곳에 퍼져 있다"고 썼다. 




우리 식으로 쉽게 풀면 다음과 같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권만 몰락하지 않고 우리 생활과 밀접한 부분까지 전부 다 무너질 뻔 했다. 금융이 퍼뜨려놓은 악의 쓴 뿌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고 깊다. 금융이 무너질 때 우리 생활도 함께 무너질 뻔 한 것이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그가 '상어와 헤엄치기'에서 말한 금융의 기본 원칙은 '침묵'이다. 침묵의 규율은 외부만 향하지 않는다. 내부에서 율법이 된다. 라위언데이크는 "비행기 엔진 하나가 고장났는데 그 비행기에 타고 있는 고객만 아니라 승무원까지도 조종석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침묵의 계율이 용인된 결과라고 그는 말했다. 


침묵의 계율로 옆 사람과 옆 사람이, 다른 부서끼리, 경영진과 은행원이 서로의 일을 잘 모르고, 물을 수도 없고, 묻기에도 너무 복잡하고, 물어봐야 책임소지로 득볼일 없는 구조화가 은행에 쉽게 형성된다. 


조종사가 없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은행은 '주인없는 민간기업'으로 불리운다. CEO가 2년, 3년 뒤 바뀐다. 이뿐 아니라 은행의 복잡한 구조와 글로벌화로 인해 그 책임성을 어디에 물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지고 있다. 회사의 규모만 아니다. 회사가 미치는 영향력은 이 사회 전체를 넘어 이웃나라, 전 세계에 위험의 씨를 퍼뜨리고 있다. 금융위기가 그토록 무서웠던 건 그런 상태가 한 사람의 책임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인공지능이라도 있는 것처럼 은행이 스스로 그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경영진 누구에게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것이다. 되려 경영진들에 성과급 파티를 열어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엔진이 타고 있는데 그걸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사람도, 책임질 수 있는 사람도 없는 상황.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자동화 시스템이 은행에 급격하게 도입될 수 있는 현재도 이런 구조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은행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에 무관심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정치에 그토록 관심을 가지면서 은행에 관심을 두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정치보다 은행이 우리의 삶에 더 깊숙히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의 CEO가 누군지조차, 이 은행 내부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내 통장 하나 안전하면 돼'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은행 하나가 무너지면 경제가 흔들린다. 결국 막대한 세금으로 정부는 그 은행을 살려낸다. 안 그럴 수가 없다. 'Too Big to fail'을 대마불사라고 말하지 말고 알아듣게 써야 한다. '너무 커서 무너질 수 없는 은행'이라고 말해야 한다. 




은행은 보다 수학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탐욕의 구조화를 이룬다. 결국 은행 규모의 축소화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파국으로 치달을 뻔 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단기성으로 끝난 것처럼 보이나 그 치명적인 위험은 오히려 더 큰 파도를 만들고 있을 지 모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은행의 내부 구조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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