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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한병철의 '타자의 추방'...주체가 사라진 사회에 대한 철학서

by 하 루 살 이 2017.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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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읽는데 현기증이 일어난다. 수많은 책에 파묻혀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다. 다시 돌아올 월요일 때문일까. 그 월요병이 일요일까지 도진 것일 수 있겠다.

그렇다. 월요일이 액체화 돼 환자를 서서히 말라 죽이는 이름 모를 독약처럼 내게 지속적인 압박을 주는 것이다. 일요일은 깊어가고 그 저녁은 갈수록 힘든 무엇이 된다. 서점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장소에 불과하다. 정신은 쉽게 지쳐버리는 존재의 표현이다.

오랜만에 한병철 교수가 쓴 책을 발견했다. 타자의 추방. 이런 책을 보면 책 좋아하는 사람이 흔히 생각하듯 '좋은 책을 원없이 샀으면..'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산 책도 못 읽었는데..'하는 생각이 앞서지만 '뭐 어때? 또 사는거지'하는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단 사진만 찍었다. 몇 페이지를 읽으니 '아..이런 내용을 철학했구나' 했다. 한병철 교수는 이 책에서 '동질감의 강요로 주체가 사라지는 현상'를 주제로 잡았다. 모든 것을 같게 만들어 다름을 배척한다. 타자를 추방한다. 내 안에도 동질감의 개조화가 진행된다.

이 개조가 사화화로 커진다. 서점 베스트셀러가 토익 문제집이 되고 대학은 일자리 창출에 훌륭한 도구로 변질된다. 과의 일반화, 삶의 동질화, 사회의 시스템화는 타자의 추방이 사회 담론으로 뿌리 내려진 이후의 세상이다.

다양화의 중요성을 알고도 사회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모순 속에서 삶은 개탄한다. 먹고 살자니 대학에 가서 토익을 풀고 기업에 적합한 인재로 거듭나도록 인적성검사 책을 사는 수밖에. 기업에 들어가서는 새로운 동질화에 빠져들어가고 늙어 죽을 때까지 타지에서 만나게 될 타자의 삶은 방송에서, 인터넷에서, SNS 좋아요에서 공유된다.

현기증 나는 세상이다. 한병철 교수는 다른 삶을 살까 불현듯 궁금하다. 그러다 내일이 걱정된다. 주말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종말론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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