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수로가 나타났다. 2천년의 세월을 견딘 수로는 해변가에서 끊어졌다. 십자군 시대였던 1099년부터 1260년까지 무려 1천년이나 사람들에게 사용됐던 헤롯 수로. 가이사랴 지중해변의 거센 바람 앞에서 이제는 1천 년간 잠들어 있는 고대 로마식 수로를 직접 보고 만지면서 나는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가이사랴는 한 때 유대 수도이기도 했다. 그만큼 번성했던 도시였다. 주후 69년 베스파시아누스는 가이사랴를 유대의 수도로 삼았다. 주후 70년 유대 지역과 예루살렘은 파괴당한다. 티투스 장군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가이사랴에서는 검투사 경기가 열렸다고 한다.
또 가이사랴에는 샘이 많지 않다고 한다. 과거부터 그랬다. 그래서 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헤롯이 도수교를 건설했다. 그 길이만 16km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은 그 일부만 남아있는데 그 형태가 굉장히 잘 보존돼 있었다.
이스라엘 여행이 재밌는 건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유적지를 마음놓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가까이서 사진 찍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유적지가 마치 방치돼 있다는 느낌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이들은 유적지와 함께 그냥 살아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적지에 살고 있는 고양이.
아름다운 가이사랴 지중해
뒤로 가서 바라본 수로
수로 위에 올라가 찍은 사진. 이스라엘은 생각보다 비옥한 땅이었다.
사진에 담을 수 없었지만 이렇게 고운 모래는 또 처음이었다. 걸을 수 없을 정도록 너무 고운 모래였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언제나 다윗의 별을 담은 이스라엘 국기가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다윗의 별. 예수가 태어날 때 동방박사는 별을 보고 예루살렘에 와서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라고 외쳤다. 수로를 만들었던 헤롯대왕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유대 지도자들을 소집했다. 백성의 지도자들은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그의 근본은 상고에, 영원에 있느니라"(미 5:2)라는 구약 성경을 헤롯왕 앞에서 읽었다.
그보다 훨씬 오래전, 모세가 이끌던 유대인들을 언덕에서 바라보던 발람은 이들에게 '한 별이 야곱에게서 나오고'라는 예언을 한다. 그 별. 유대인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저 별을 가슴에 붙였고, 히틀러는 그들을 가스실로 보냈다. 그래도 그들은 그 언젠가 메시아가 올 것을 믿었다. 바로 저 별에 대한 예언 때문이었다. 그리고 1948년 5월 14일 저 별이 달린 국기를 흔들며 이스라엘은 유대인만의 나라를 건국했다.
블로그 이전 글(클릭)
[경제 기사 및 기자 수첩] - 최순실 일가, 확인된 부동산 재산만 4천억 넘는다
[나의 이스라엘] -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그 잔잔함에 관하여
[유도] - 일본 유도 영웅 코세이 이노우에(Kosei Inoue)에 대해서
[독서] -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朴'에게 없는 대통령 자질론
'여행 > 이스라엘 여행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스라엘 여행] 텔아비브 시장을 둘러보며 (0) | 2017.04.10 |
---|---|
가이사랴 로마식 극장과 전차장 앞에서 (0) | 2017.04.10 |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그 잔잔함에 관하여 (1) | 2017.03.20 |
이스라엘 텔아비브 항구에서 (6) | 2017.03.04 |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0) | 2017.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