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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 '15시17분 파리행 열차'

by 하 루 살 이 201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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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2018년 개봉한, 다소 한국인들에겐 생소한 영화 '15시 17분 파리행 열차 The 15:17 to Paris'.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리고 실제 인물들이 주인공 역을 직접 맡아 촬영했다. 그 점에서 굉장히 독특하다. 


그리고 더욱 현실적이다. 몰입감은 여기서 연유한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일부 블로거들의 글을 살폈다. 일부 블로거들은 '지루하다'고 표현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답지 못하다는 표현도 있었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영화의 잔잔함이 클라이막스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전혀 반대였다. 


'15시 17분 파리행 열차' 영화는 분명 우리의 삶과 직접 연결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언제든 우리는 죽음의 위협을 당할 수 있다. 거기에서 주인공 3명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살아온 삶을 통해 그 죽음의 위협을 극복했다. 본인들도 그 시간들이 이렇게 사용될 줄 몰랐지만 위기의 순간에 지내온 시간이 용기와 힘을 발휘하게 했다. 


주인공 3명은 학창 시절 기독교 학교를 다녔다. 그 학교의 선생들과 교장은 이 아이를 '문제아'라고 여겼다. '특이한 점'을 '문제점'이라고 여겼고, 이들에게 매번 교장실로 가라고 소리쳤다. 



학교 선생들은 주인공들의 부모들에게 "아이가 산만하다", "읽기 능력이 매우 느리다" 주의력결핍증후군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약을 먹이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보여진다. 지금 먹지 않으면 아이들이 알아서 약을 찾게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부모는 거부했다. 단정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세상은 어른들의 세상보다 훨씬 넓고 클 수 있다. 그리고 그 세상을 못 보는 어른들은 작은 부분을 보고 그 아이를 판단해버린다. 


더 큰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아이들의 잠재력은 어른들의 틀에 박힌 사고 능력으로 쉽게 깨져버리고 만다. 


'15시 17분 파리행 열차' 영화도 그것을 지적한다. 



이 아이들은 중 한 명은 흑인이고 백인 두 친구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서로 공통점이 없지만 순종적이지 않다는 점에선 공감대가 있었다. 그래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문제아들도 시간이 지나 자랐고 주인공 스펜은 공군에, 알렉은 육군에, 앤서니는 보통 직장인이었다. 


이들은 여름에 유럽여행을 떠났다. 여행의 설렘 속에서 파리에 갈 것이냐를 두고 셋은 고민했고 스펜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이 나를 어디론가 가도록 밀어붙이는 것 같다. 우리가 그것을 거부해도 다른 물리적인 힘이 없는 한 그곳으로 가야만 할 것이다."


운명론자의 말 같지만 여행자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굉장히 심오한 말이다. 여행자들의 생각은 기존에 세상이 만들어놓은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게 되어 있기에 그들은 스펜의 말에 동조했고, 또 비웃었다. 그렇게 그들은 스펜의 말을 듣고 파리행 열차에 올랐다. 



스펜은 자신이 원하는 공군 부서인 낙하산 부대에 지원하지 못했고, 응급처치를 하는 부서에 들어갔다. 열정을 잃어갔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배웠다. 그리고 주짓수 클래스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열정을 찾았고 기술을 빠르게 익혀 나갔다. 


파리행 열차의 설렘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들 앞에 나타난 테러범은 300여발의 실탄을 가지고 있었고 연발총과 소총, 칼을 소지했다. 화장실에서 테러범과 몸싸움을 벌이던 승객 한 명은 도망가다 등에 총을 맞아 쓰러졌다. 



그리고 테러범이 걸어올 때 스펜이 뛰쳐나간다. 당황한 틈을 터 스펜은 괴한을 쓰러뜨렸고, 나머지 친구들이 나와 총을 빼았었다. 괴한이 칼로 스펜을 찌르기 시작했지만 스펜은 주짓수 기술로 괴한을 기절시켰다. 


그리고 총을 맞은 승객에게 다가가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은 한 명의 위급한 생명과 함께 기차를 타고 있는 500여명의 승객을 구할 수 있었다.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도망가지 않고 그들은 반대로 뛰쳐나갔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향해 '문제아'라고 쉽게 결론내린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싹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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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영웅이 아니었다. 우리와 같은 평범성을 가진 영웅이었다. 이 간단한 실화를 이렇게 아름답고 잔잔한 분위기로 깊게 전달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능력 또한 평범함 가운데 비범함을 드러내는 가운데 발휘됐다. '15시 17분 파리행 열차'는 훌륭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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