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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윌헌팅은 치유영화가 아니다

by 하 루 살 이 2018.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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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윌 헌팅.


나는 항상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기대하며 영화를 본다. 그 마지막 장면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영화의 본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이라 하면 끝나기 전의 5분의 짧은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부분', 그 끝 부분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를 말한다. 




예를 들어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을 떠올려보자. 뮌헨 올림픽 때 일어난 이스라엘 선수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테러로 사망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대표들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그 중 한 대장 격 인물을 처리하고 도망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모사드였다. 이번 올림픽 뮌헨 사건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을 위해 급조된 특수 암살단 중 한 명이다. 


그들은 차례로 팔레스타인 대표 인물들을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처리했다. 마지막이 이 무장단체 대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여 파티를 하는 장소는 곳곳에 저격수들과 가드가 진을 친 난공불락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주인공과 한 명의 동려는 결국 발각되고 총격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임무를 처리하고 동료와 함께 도망가기 시작한다. 


그의 표정, 그의 눈빛. 그리고 몸짓. 




자신의 동료들도 모두 잃고, 자신도 언제 죽을 지 모르고, 더욱이 자기의 아내는 아들을 낳아 자신을 기다린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은 바로 조국을 위협한 자들을 사살하는 일이다. 그의 업무는 너무나 위험하고 너무나 거칠다. 그렇기에 자신도 조국으로부터 버림당할 수 있다. 사찰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임무를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없다. 이미 너무 발을 깊게 들여놨다. 그는 마지막 임무를 완성하고 도망간다. 이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그리고 끝을 알 수 없고 해결할 수 없는 두 민족 간의 원한으로부터. 


그리고 정말 마지막 장면. 그는 임무를 완수하고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갔고, 허드슨강 언저리에서 이스라엘 지도부 인사를 만난다. 그리고 묘한 대화를 나눈다. 


이 영화만 아니라 '다크나이트', '살인의 추억', '쉰들러 리스트' 등등의 영화들이 모두 마지막 장면에 가서 묘한 감정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굿 윌 헌팅'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한 수학 천재의 스토리다. 그는 태어나기를 가난하게 태어났다. 그의 친구들도 부랑자들의 자녀들이다. 하는 일이라곤 막노동이고 줄곳 패거리 싸움터에서 거친 싸움을 하는 남자다. 



어느날 그가 한 대학의 청소부르 일하고 있었고 우연찮게도 대학 게시판에 붙은 수학 문제를 너무나 쉽게 푼다. 다른 수학 수재들도 풀지 못한 그 문제를 풀자 그 수학과는 교수부터 학생들까지 발칵 뒤집혔다. 아무도 그 문제를 푼 사람을 찾지 못했다. 청소꾼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나중에 다른 문제가 나오고 그 문제를 또 청소꾼은 푼다. 그렇게 그는 수학 교수의 눈에 띄게 된다. 그 교수는 그의 천재성과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그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와 친한 심리학 교수를 만나게 해준다. 



그리고 그 심리학 교수로부터 차근차근 이 거칠고 예의없고 자기의 밑바닥 인생을 저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깨우치고 치료받는다. 굿 윌 헌팅이 차지하는 큰 그림은 이렇다. 아래 대사가 그래서 유명할 것이다. 


It's not your fault 네 잘못이 아니야



이렇다 보니 마치 이 영화가 치유 영화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심리학 치료를 다룬 영화가 결코 아니다. 이 점이 아쉽다. 이 영화를 이렇게로 받아들이는 영화 리뷰나 기사들이 많다는 것이. 


영화 중간중간에 자신이 술집에서 '헌팅'한 하버드대생 여학생과의 로맨스도 펼쳐진다. 그 여대생 또한 자신의 남자친구의 천재성을 알아본다. 아무도 풀지 못하는 전공 문제를 암산으로 풀어내기 때문. 


이 뻔 한 영화. 가령 이 천재는 자신의 밑바닥 인생을 탈출하고, 심리 치료를 받으며, 여자와의 사랑도 이뤄나가는 영화일 것 같은 굿 윌 헌팅이 이 뻔한 스토리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영화 감독은 바로 마지막 장면에서 완전한 반전과 사람들 마음에 무엇이 진정한 삶인가를 마지막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선사한다. 




나는 대학을 막 졸업하고 인턴을 하면서 새벽 중 이 영화를 본 것이 기억난다. 다소 지루할 것 같던 이 영화가 만들어낸 전율을 느끼며 이 영화가 가진 가치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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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관련 포스팅(클릭 후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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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토록 굿 윌 헌팅 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대략적인 내용은 모두 잘 알기 때문에 이 내용이 스포일러가 되진 않을 것이다. 다만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점을 말함으로써 영화를 마지막까지 볼 수 있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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