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생각'을 읽었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여러 책들을 소개한 책이다. 혹시 누구라도 한나 아렌트의 어려운 책들을 읽기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나는 먼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아렌트의 생각을 정리해놨으니 읽어보고 접근해도 늦지 않다.
한나 아렌트 하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떠오른다. 그 책을 번역한 사람이 위 사진 속 책을 쓴 김선욱 교수다. 김 교수는 아렌트가 쓴 책을 여러권 번역했다. 아렌트와 관련한 책도 여러권 지필했다. 손꼽히는 한나 아렌트 전문가다.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고도 이 책에서 자신을 소개한다.
그래서 김 교수는 '한나 아렌트의 생각'을 쓰면서 표지에 이런 글을 남겼다.
"생각을 멈추면 판단능력을 잃게 되어
결국 현실에서 일어나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절대악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인의 바쁜 생활로 우리는 이와 같은 '악의 평범성'에 노출된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 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면
우리는 성실한 악행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속에는 늘 생각이 살아 있어야 한다."
사실 이 책을 읽은진 시간이 꽤 흘렀다.
이번 추석 명절을 맞아 여러 책을 읽던 차였다. 나는 내 직업과 관계 없는 책들을 보면서 '딴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했다. 그래야만 이 복잡한 세상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와중 무심히 서재를 바라보다 구석에 꽂힌 이 책을 발견했다. 워낙 책을 깨끗하게 보는 습관이 있다. '한나아렌트의 생각'은 흠짓 하나 없이 보관됐다. 책이 깨끗해야 집중이 잘 된다. 그 깨끗한 책이 집어 들고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가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가 평생을 두고 말하고자 한 바를 떠올렸다.
노동, 작업, 행위.
먹고 살기 위한 행위, 사용을 위한 행위, 이 둘을 뛰어넘는 생각을 현실화한 행위.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3가지를 나름 표현하며 이것을 강조했다. 중요한 건, 이 세 가지 모두 인간을 형성하는 요소다. 이 세 가지는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하나라도 결여되면 무언가 결여된 인간이 될 수 있다. 일종의 경고음이 울리게 된다.
노동이 없는 인간, 무언가를 남기지 않는 인간, 생각을 표출할 수, 또는 표출하지 않는 인간.
한나 아렌트는 놀랍게도 현실처럼 노동만 하는 인간을 만들어 낸 사회에 대해 경고한다.
그런 사회에서 행해진 사건이 '인종 말살'이었다. 정책적으로 가능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아이히만은 관료제의 톱니바퀴로써 이 일을 가능케 했다. 인간 말살을 시행했다. 600만 유대인이 가스실로 향하게 한 일에 누구보다 훌륭한 공무원으로 적극적이었다.
그렇기에 아이히만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의 상식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도 알 것이다. 그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사유하지 않는 인간으로서 말이다. 한나 아렌트의 생각은 복잡해진다. 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아돌프 아이히만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는 '인류에 대한 범죄', '유대인에 대한 범죄' 죄명으로 이뤄졌다. 인류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죄악을 인류는 겪은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생각은 이보더 좀 더 철학적이다. 아이히만의 죄악 뿐 아니라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저질러진 인류에 대한 죄악은 '악의 평범성'이 가능케 했다. 단순히 평범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죄악이 공기 속에 넓게 퍼져 모두의 생각을 마비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가 그 죄악을 저지르는데 적극적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모두가 '생각을 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죄악을 용인했다. 양심을 마비시킨 감각없는 자들이 판치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민도 생긴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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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관련 포스팅(클릭 후 이동)
악을 사고할 능력이 사라진 무관심의 결과물…'예루살렘의 아이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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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늘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노동에만 충실한 인간이 되어선 안 된다. 무언가를 꾸미고 만들고 이뤄가는 사람만 돼서도 안 된다.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간이 돼야 한다. 그런 인간이 또한 노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언가를 생각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할 기회와 힘 또한 노동의 결실에서 축적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생각을 정리했다. 한국의 현상에 대해서도 말한다. 현실을 이야기하며 그 현실의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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